비금융사 2조4223억 발행
전년 연간 규모 2조6223억
회계 기준상 부채 아닌 자본
빚 증가 없는 착시 속 자금 조달 가능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비금융 기업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올해 들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되는데 부채비율을 관리하면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비금융 기업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규모는 2조4223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년 만이지만 지난해 연간 발행 규모(2조6223억원)에 근접한 수치다.
기업별로 보면 신세계건설이 지난달 말 6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연 이자율 7.078%에, SK인천석유화학은 지난 3월 4600억원어치를 연 이자율 6.497%에 발행했다. 지난 3월 CJ대한통운과 CJ CGV는 각각 1500억원과 1400억원, 2월 효성화학은 1000억원 규모의 발행을 마쳤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적 성격이며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길다. 영구채로 인식돼 회계 기준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잡힌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 빚을 늘리지 않은 것처럼 보이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셈이다.
가령 신세계건설은 지난달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6500억원을 조달하면서 1분기 807%에 달했던 부채비율이 200%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기업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잇달아 발행하는 경우도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지난해 6월 250억원, 9월 190억원 규모를 발행했고 이어 지난 14일 150억원을 추가로 냈다.
신종자본증권은 영구채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5년 만기 채권이라는 점에서 기업의 재무 부담이 실질적으로 경감되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신종자본증권에는 보통 5년 뒤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 조건과 이때 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약정한 만큼 금리가 높아지는 스텝업 조항이 붙는다. 기업들은 더 높은 이자 부담을 피하고 기업 신용도를 지키기 위해 스텝업 시기에 맞춰 콜옵션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업황에 따라 리스크는 다를 것"이라면서도 "다만 신종자본증권이 다른 회사채보다 자금을 비교적 장기로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경영에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