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은 ‘주식이민’ 한창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국내 네이버웹툰, 야놀자 등 국내 유망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 기업이 외국 자본시장을 선택한 데에는 해외 진출 등의 포석도 담겨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증시가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자본시장 상장시 만족할 만한 수준의 가치평가를 받지 못해 결국 자금조달의 벽에 부딪힐 거라는 점에서다.
현재 우리 증시는 정부 주도로 밸류업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근본적으로 상속세 완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세제 측면에서의 확실한 인센티브와 상법 개정을 통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박성욱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 등이 주요국 상장 기업에 비교하면 지나치게 낮다며, 그 배경 중 하나로 높은 상속세 부담을 지적했다. 기업을 이어받은 상속인이 지분 매각이나 주식담보대출 등을 통해 상속세를 내야 해 투자 보류, 고용 불안, 지배구조 불안 등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상속세 최고세율을 10%포인트 인하하자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아울러 조세형평성을 위해 소액주주에게도 세제 혜택을 주자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장기보유주식 배당소득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제도 부활을 거론했다. 1년 이상 주식을 보유하고 해당 주식의 액면가액 합계액이 3000만원 이하면 소득세를 비과세하는 등의 내용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증시를 등지고 미국 증시로 향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주식을 팔고 미국 주식을 사들이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해외주식 보관액은 또 다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해외주식 보관액은 지난 19일 현재 951억7600만달러(약 132조2471억원)로 사상 최고액을 경신했다. 이 중 미국 주식이 861억500만달러(약 119조6860억원)로 90%를 차지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주식을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68억2767만달러(약 9조4870억원) 순매수 결제했다. 국가별로는 미국 64억9179만달러(9조203억원), 일본 5억4120만달러(7520억원), 유로시장 1억2112만달러(1683억원)이다. 홍콩과 중국 주식은 각각 3억달러(4170억원), 2900만달러(403억원) 순매도했다.
국내 투자자가 올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엔비디아로 14억2700만달러(약 1조9828억원)를 순매수 결제했다. 이어 테슬라(11억3100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5억6600만달러),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장기채 엔화 헤지(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상장지수펀드(ETF)(4억500만달러) 순으로 사들였다.
이에 반해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올해 들어 7조936억원(21일 기준) 순매도했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3조4660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5조5624억원을 순매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