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첫 규모 4.8 지진 발생…더 큰 규모 지진 올 개연성 충분
방폐장 유치하려면서 지층 연구도 없었다는 점 새롭게 드러나
전문가 “한반도 전역이 지반 취약…원전 부지 신중해야”
편집자주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a) 행간을 다시 씁니다.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지난 12일 전북 부안에서 발생한 규모 4.8의 지진과 이어진 수차례의 여진으로 인해 시설물 피해가 계속해서 접수되는 가운데, 21년전 부안에 세워지려다가 숱한 갈등만 남기고 취소된 ‘방폐장’ 건립 사업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8시 26분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 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4.8의 지진 이후로도 17차례의 여진이 발생했다. 화장실 타일과 유리창이 깨지거나 벽체에 금이 가고, 문이 제대로 개방되지 않는다는 신고가 빗발쳤다.
부안을 비롯해 호남에서 규모 4.0 이상의 지진은 전례가 없었기에 그간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다. 하지만 앞으로는 지진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동시에 21년전 사건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2003년 당시 김종규 부안군수가 정부의 장기미제 국책사업이던 방폐장(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을 부안군 위도에 유치하겠다고 돌연 발표하면서 촉발된 소위 ‘부안사태’다.
일각에서는 만약 당시 부안에 방폐장 설립을 강행했다면 이번 지진에서 더 큰 재난이 벌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란 추측을 내놓는다. 그도 그럴 것이 위도와 이번 지진의 진원지까지는 단 41㎞(직선거리)가 떨어져있기 때문이다.
2003년 2월에만 해도 위도는 방폐장 후보지에도 들지 않았다. 당시 산자부의 후보지에는 경북 울진·영덕,전북 고창,전남 영광 뿐이었다. 그런데 5월 들어서면서 부안군 위도에 방폐장 유치 움직임이 시작됐고, 7월에는 부안군수가 정부에 유치 신청, 산자부가 위도를 곧바로 방폐장 후보지로 확정지었다.
‘지역발전을 위해서’라며 시작된 유치 움직임은 인구 6만여명의 조그만 농어촌 부안을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게 만들었다. 경찰 1만여명이 상주하면서 준전시 상황을 방불케했다. 1년 가까이 시위와 진압이 이어지면서 사법처리되거나 부상을 당하는 주민이 급증하고, 군수가 주민들에게 감금돼 폭행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주민투표에서 91.8%가 반대해 사업 추진에 부담을 느낀 정부는 공모 방식으로 전환했다. 2005년 경북 경주 포항 영덕, 전북 군산시가 유치를 신청했고 주민투표를 통해 경주시가 찬성 89.5%로 후보지로 선정되며 방폐장을 가져갔다.
20년 뒤 별안간 발생한 지진을 겪은 시민들로서는 당시 부안사태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위험시설인 방폐장을 유치하려하면서 지층 연구조차 없었다는 점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번 지진의 직접적인 발생 원인과 관련해 기상청 쪽에선 “현재로선 해당 지역에 정확하게 정보가 파악된 단층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해당 지역에 대한 지층 연구가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특정하게 명명된 단층의 이름이 없다는 의미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공학과 교수는 “이번에는 진도가 4.8이었지만 앞으로 해당 지역에 더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은 충분하다”며 “진도 5.8이었던 포항지진 때 경주 방폐장에 손상이 가지 않았지만 이보다도 더 센 지진이 올 경우에는 어떤 일이 발생할 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원전 부지를 찾을 때 특별히 유의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