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 빚 밀리고 정기 소득 없어 결국 파산”
최기상 의원 “정부, 노년층 채무부담 완화 대책 마련해야”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고금리 장기화에 파산이나 회생을 신청하는 60·70대 노년층이 늘고 있다. 내야할 이자는 속절없이 불어만가는데 딱히 일할 곳이 없어 상환 능력이 안되다 보니 법원을 찾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9일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60대와 70대 이상 연령층이 접수한 개인파산 건수는 4220건으로, 지난해 1분기(4027건)보다 193건 증가했다.
특히, 60대의 개인파산 건수(3149건)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은 비중(32.01%)을 차지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50대 개인파산 비중(30.49%·3072건)이 가장 높았지만, 올해 1분기엔 109건 크게 줄었다. 반면 60대는 119건 더 늘어나면서 순위가 뒤바뀌었다.
60대는 개인파산 건수가 증가한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봐도 증가폭이 훨씬 컸다. 20대(179건)가 2건, 70세 이상(1071건)이 74건 늘어났지만, 60대의 개인파산 증가폭은 세자리 수를 넘었다.
반면 30대(688건)와 40대(1789건)는 각각 한 해 동안 개인파산 신청 건수가 21건, 300건 감소했다.
개인회생의 경우 중년층과 노년층이 모두 늘었는데, 상대적으로 중년층의 증가세가 더 컸다. 올해 1분기 기준 40대가 1만859건(32.62%)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50대가 7646건, 60대가 2429건, 70세 이상이 229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 대비 증가폭은 50대가 1년 새 1640건 가장 크게 늘었고, 40대는 1311건, 60대는 759건, 70대는 66건 증가했다.
같은 기간 20대와 30대는 각각 3741건, 8383건으로 524건, 135건 줄었다.
개인회생은 장래에 계속적으로 또는 반복해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자가 3년에서 5년 간 일정한 금액을 변제하면 나머지 채무의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절차다.
개인파산은 채무를 갚을 능력이 없는 채무자의 신청에 한해 법원이 내리는 파산 선고로, 채무자에게 면책절차를 통해 남아 있는 채무에 대한 변제 책임을 면제받아 경제적으로 재기·갱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다.
빚을 제 때 갚진 못했지만 그나마 일할 능력이 있는 중년층이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반면 정기적인 소득을 얻기 어려운 노년층이 개인파산을 접수한 것이란 설명이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대안이 있는지 여부의 문제”라며 “노년층의 경우 소득이 없어 사업을 하거나 일을 해도, 한 번 어려워지면 재기하기가 쉽지 않다. 부실 이후 선택지가 많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파산을 신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66세 이상 노인 인구의 소득 빈곤율은 40.4%로, 회원국 노인 빈곤율 평균(14.2%)의 3배 수준에 달한다.
임금근로자의 대출 연체율도 60대가 가장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임금근로자의 대출 잔액 기준 연령대별 개인대출 연체율은 최신 통계인 2022년 말 60~69세가 0.70%으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50~59세(0.55%), 70세 이상(0.52%), 29세 이하(0.43%), 30대(0.25) 순이었다.
이에 최기상 의원은 “초고령사회에 노년층의 채무부담은 채무자 뿐만 아니라 부양계층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정부는 노년층의 개인 파산 등 채무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