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폴리오운용 싱가포르법인
SK하이닉스 등 3종목 대상
13억원 규모 무차입 공매도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헤지펀드 명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싱가포르법인이 SK하이닉스 등 무차입 공매도 거래가 적발돼 3억원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다만, 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 성격이 아닌 ‘단순 실수’로 밝혀지면서 추가 감경 조치 받았다.
이런 가운데 그간 업계에선 타임폴리오운용의 싱가포르법인이 자체 운용을 하는 성공적인 현지 정착 사례로 꼽혔지만 이번 공매도 위반 조치가 알려지면서 시장 신뢰에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 최근 금융감독원이 공매도 전산화 추진에 속도를 낸 만큼 앞으론 단순 과실의 경우에도 엄중한 처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4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싱가포르법인이 지난 2022년 SK하이닉스·엘앤에프·LG이노텍 등 3종목에 대해 총 13억6100만원(5988주)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를 거래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에 지난 3월 금융위 증선위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싱가포르법인에 대해 3억4820만원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다만, 해당 조사 과정에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의도적 불법 공매도는 없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지난달 말 공개된 증선위 의사록을 살펴보면, 금감원 공매도특별조사단장은 회의에서 단순 실수로 보아 ‘과실’로 본 것인지를 묻는 증선위원 질의에 “맞다.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입력차오가 주요 원인으로 봤다”고 답했다. 이에 다른 증선위원들도 단순 실수임을 참작해 과징금을 추가 감경키로 수정 의결했다. 감경 규모는 18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번 무차입 공매도 규모가 2000억원 펀드 중 1%도 되지 않은 미미한 수준이라 공매도 규정 위반에 따라 얻은 부당이득 규모도 크지 않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고 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싱가포르법인은 국내 본부와 별개로 자체 펀딩을 한 뒤 자체 운용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국내 본부도 싱가포르 법인의 무차입 공매도 사실을 인지할 수 없었던 구조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공매도 방지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사실 그간 적발된 대부분 무차입 공매도는 내부통제나 시스템 미비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주요 사례는 ▷공매도를 요청한 주식보다 적게 주식을 빌리거나 빌리지 않은 주식을 빌렸다고 착각해 공매도 주문 ▷같은 회사 다른 부서에 이미 빌려준 주식을 보유했다고 중복으로 계산하거나 보유 잔고 확인 없이 공매도 주문 ▷빌린 주식의 수를 내부 잔고 시스템에 잘못 입력하거나 잔고를 확인하지 않고 매도 주문 등이다.
하지만 이처럼 의도성이 적은 사례라 하더라도 모두 단순 과실로 넘겨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가 국내 법 실정과 맞지 않게 대차잔고확인·주문·내부통제 시스템을 설계하거나 운영하고 있다면 그 자체부터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금감원도 대부분 불법 공매도 사례가 주문 과정과 잔고 관리의 문제에서 발생한 만큼 증권업계에 제도 개선을 요구할 방침이다.
앞서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한국 시장에서 법률상 요구하는 수준이 있는데 이를 시스템에 반영하지 못했다면 규정 위반이 되는 것'이라며 "한국 시장에서 거래하려면 당연히 한국 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4월 말 공개한 불법 공매도 중앙차단시스템(NSDS) 등 전산시스템 구축 방안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