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무신고 주거용 건축물 적발만 10만건
지난해 부과된 이행강제금 2천억(13만건) 달해
위반행위 수익이 이행강제금보다 크면 시정효과↓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지난해 기준 전국에서 위반건축물로 적발된 건수가 24만건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주 원인으로 불법 증축과 이로 인한 통행 지장이 지목된 지 2년이 되지 않았는데, 여전히 위반건축물 적발이 잇따르는 양상이다.
2일 국회입법조사처가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에서 위반건축물로 적발된 건은 24만185건(주거용 11만4117건, 비주거용 12만6068건)으로 집계됐다. 건축법을 위반한 유형은 건축허가 및 건축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가 20만8918건으로 가장 많았다.
건축법에 따른 건축허가, 건축신고, 사용승인 등을 하지 않은 위반건축물은 구조와 안전에 취약하고, 건축물의 본래 용도로 쓰이는 데 제한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주거용 건축물 중 무허가·무신고로 적발된 건축물은 10만142건에 달했다. 해당 건축물 거주자는 건축물 붕괴·침하·화재 등 안전사고에 무방비 상태로 놓인 셈이다. 이 중 시정 건수는 고작 8% 수준인 8302건이었다.
지난해 위반건축물에 부과된 이행강제금은 1987억원(약 13만건)이고, 징수금액 1220억원이었다. 서울에서만 836억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됐고, 징수금액은 538억원이었다. 허가권자는 위반건축물 이행기간까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이 같은 위반건축물은 임대수익 극대화, 지자체 담당 공무원 인력·전문성 부족, 세입자의 저렴한 주택 선호 등이 모두 맞물려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위반건축물에 부과되는 이행강제금은 1년 2회 이내고, 위반행위로 인한 임대수익이 이행강제금보다 높으면 시정 효과도 낮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27일부터는 지방자치단체가 불법 건축물에 부과하는 이행강제금도 최대 75% 감경된다. 위반건축물 소유주의 이행강제금 부담을 완화한 개정 건축법 시행에 따라서다.
문제는 위반건축물에 대한 피해가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주거용 위반건축물은 안전·시설 측면에서 취약한 데다, 전입신고나 확정일자 발급은 가능하더라도 미등기 또는 중첩 전입신고로 인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위반건축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양성화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우선 위법 건축물인지 모르고 집을 사거나 임대차계약을 맺은 세입자 등 선량한 피해자가 이행강제금 부담을 지는 상황에 처해, 서민 재산권 보호와 선의의 피해자 구제가 필요하단 견해가 나온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이 총 10건 발의됐는데, 법안마다 차이가 있지만 불법적으로 개조된 주택 등 건축물에 대해 일정 기준을 만족하면 양성화해주자는 게 골자다.
다만 위반건축물 양성화는 세입자의 주거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지만, 특정건축물로 인정받기 위해 위반건축물의 양산을 유도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위반 행태에 기반한 단속 방안, 이행강제금 부과기준 강화 등 위반건축물의 양산을 방지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