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시 소사역 인근 다세대
1억2900만원에서 300만원대까지 추락
우선변제 있어 낙찰률 저조
[영상=윤병찬PD]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얼어붙은 빌라(연립·다세대) 경매시장에 좀처럼 볕이 들지 않고 있다.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생한 전세사기 영향이 여전히 남아있어서다. 2020년 1억원대 중반에 거래됐으나, 강제경매에 부쳐진 후 유찰이 반복돼 최저입찰가가 500만원대까지 추락한 빌라도 목격됐다.
29일 부동산 경·공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소사동 다세대 빌라 4층에 위치한 한 호실에 대한 경매가 이달 28일 진행됐다. 건물 면적 37㎡(토지 면적 22.8㎡)인 이 물건은 지난해 2월 강제경매가 개시됐는데 최저 보증금이 감정가 대비 3%까지 떨어졌다. 감정평가 당시 가치는 1억2900만원이었지만 이달 28일 520만6000원에 경매가 진행, 유찰됐다. 해당 주택은 7월 2일 최저 보증금 364만4000원으로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다.
5층 높이, 총 세 개 동으로 이뤄진 해당 빌라는 지하철 1호선과 서해선이 지나는 소사역과 인접하다. 역세권 빌라임에도 경매 시장에 등장한 이유는 전세보증금이 실제 매매가와 같거나 웃도는 ‘깡통전세’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0년 7월 한 법인이 해당 주택을 1억4000만원에 매수했는데 직전달인 6월에 계약된 전세보증금 역시 1억4000만원으로 같았다. 문제는 2년 후에 발생했다. 계약 기간이 끝나고도 보증금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2022년 6월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것이다. 다만 임차인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을 들어서 채권자는 HUG가 됐다.
해당 물건 경매는 지난해 2월 개시됐으나 10차례나 낙찰에 실패했다. 첫 감정가 1억2900만원에서 시작해 지난해 6월 첫 유찰, 이후 경매가 진행될 때마다 9030만원, 6321만원, 4424만원, 3097만원까지 고꾸라졌다. 올해 들어서도 2168만원, 1517만원, 1062만원 등으로 책정된 경매가 모두 유찰됐고 지난달에는 743만원까지 하락해 1000만원 아래로 최저보증금이 떨어졌다.
가격이 수백만원대임에도 해당 빌라가 경매 낙찰 되지 않은 이유는 우선변제권을 가진 선순위 임차인이 존재해서다. 지지옥션은 ‘임차인 보증금 이하에서 매각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임차인이 배당받지 못하는 보증금(1억4000만원)을 매수인이 인수해야 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시세가 어떤지, 낙찰을 받았을 경우 물어줘야 하는 보증금이 얼만지 파악해야하고, 최근에는 HUG에서 인수조건변경부로 보증금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이같은 조건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보증금 반환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 3년차가 됐지만 여전히 많은 빌라가 경매에 나오는 중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법원 경매에 부쳐진 서울 지역 빌라는 총 1456건으로, 지난 2006년 5월(1475건) 이후 월간 기준 가장 많은 수치로 집계됐다.
하지만 경매시장에 쏟아진 빌라 개수에 비해 낙찰률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대다수 물건에 선순위 임차인 있어, 해당 전세 보증금을 낙찰자가 변제해야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개정안이 28일 통과됐다. 이번에 통과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이 전세사기 피해자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먼저 구제한 뒤, 비용은 경·공매와 매각을 통해 추후 회수하는 내용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