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내우외환…내수 부진 장기화에 유통·식품株도 ‘울상’

소비 정체에 올해 내수 기업 주가 내리막…신세계 -26% 농심 -20%

강달러로 소비 둔화 장기화 우려…수출·내수 동반 부진에 증시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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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정부 주도의 밸류업 등에 따라 올해 국내 증시에 제2의 융성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도날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재선을 기점으로 우리 주식 시장에 크게 위축되고 있다.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 미국 증시와 비교될 수 밖에 없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국장 회의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2일 올라온 ‘대한민국에서 주식이란?’의 제목의 게시글에는 국내 주식이 떨어지는 17가지 이유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이 글을 올린 사람은 미국, 일본, 중국 등 다른 나라에 악재가 생기면 국내 주식이 떨어지고 환율, 금리, 실적 등도 상하방 관계 없이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우리 증시가 올라갈 요인은 많지 않은 반면 하락 재료는 널려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국내 주식시장이 오르긴 힘들고 크고 작은 대내외 요인에는 취약하다는 뜻으로 많은 투자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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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온라인 게시판

한편, 소비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유통, 식품 등 내수 기업의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 ‘트럼프 포비아’로 수출 전망이 어두워진 가운데 내수까지 힘을 못 쓰자 코스피가 속절없이 휘청이는 모양새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백화점과 편의점 등 국내 유통 기업의 주가는 올해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연초 이후 주가 추이를 보면 지난 15일 기준 신세계는 25.79% 떨어졌으며, 이마트(-19.58%), 현대백화점(-18.53%), 롯데쇼핑(-17.2%) 등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20.71% 내렸으며,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도 9.76% 떨어졌다.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업태를 가리지 않고 유통주 전반이 극심한 부진을 겪은 것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8.98%)과 비교하면 하락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식품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기간 농심 주가는 19.9% 떨어졌고, 오리온은 16.36%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삼양식품 주가만 148.61% 오르며 홀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불닭볶음면 등 라면 제품을 필두로 한 수출이 이 같은 랠리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코스피 소폭 하락 마감
코스피가 지난 15일 소폭 내려 사흘째 2410대에서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00포인트(0.08%) 내린 2416.86에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5.81포인트(0.24%) 내린 2413.05로 출발해 지난 8월 ‘블랙먼데이’ 이후 처음으로 2400선을 내준 뒤 보합권 내 등락하다 소폭 하락세로 돌아섰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3.86포인트(0.57%) 오른 685.42에 원/달러 환율은 6.3원 내린 1398.8원(주간거래 종가)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당초 증권가 안팎에서는 연말로 갈수록 내수 기업의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뚜렷해진 물가 안정세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내수 개선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지난 3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5% 증가하는 데 그쳤고, 10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도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2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내려 잡으며 “내수 회복이 생각보다 더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역시 15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경기를 평가하며 그간 써왔던 ‘내수 회복 조짐’이라는 표현을 7개월 만에 뺐다. 이에 비교적 선방한 실적에도 내수 기업의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증권가는 이들 기업의 목표주가를 낮춰 잡고 있다.

일례로 지난 11일 신세계에 대한 분석 리포트를 낸 증권사 8곳 중 5곳(한국투자·NH투자·삼성·대신·DB금융투자)은 목표주가를 20만~22만원에서 17만~21만5000원으로 내렸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본업인 백화점이 예상보다 양호한 성과를 달성했지만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며 “투자자들의 내수 소비에 대한 우려가 한 단계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 후 코스피가 다른 국가에 비해 유독 흔들리는 것은 내수 부진이 코스피의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충격이 발생했을 때 한국 증시가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런 현상이 부각되는 것은 소비 부진에 내수 기업 주가마저 코스피를 지지해주지 못하는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 상황도 좋지 않다. 트럼프 당선 이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웃도는 가운데, 고환율이 수입 가격을 밀어 올려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도 있다.이럴 경우 내수 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 결정도 어려워져 내수 부진 장기화라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공산도 크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원화가 추가로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일 수 있다”며 “트럼프 정책에 따라 내년 국내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환율 불안이 한국은행의 조기 추가 금리 인하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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