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하이브 자회사 어도어에 대한 ‘경영권 탈취 의혹’을 둘러싼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측 간의 법적 분쟁이 갈 수록 격화되고 있다. 외부 투자자를 만나 어도어의 경영권을 둘러싼 이야기를 나눴다는 하이브의 주장에 대해 민 대표가 지난달 기자회견 이후 처음으로 직접 입장을 내며 반박한 데 대해 하이브가 입장문을 배포하며 즉각적으로 반론을 제기하고 나서면서다. 양측의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하이브 주가는 또 다시 곤두박질치며 20만원 선에서 갈 수록 멀어지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선 지속적인 조정세를 고려해 하이브를 ‘최선호주(톱픽)’로 꼽는다는 분석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20일 보고서를 통해 하이브를 최선호주로 꼽았다.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주가가 최근 지속해서 조정받은 만큼 바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하면서다. 특히, 신인 그룹의 팬덤화와 글로벌 아티스트 확대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기획사 업종은 1년간 이어진 가격 조정으로 바닥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며 “지난해 4분기부터 앨범 판매량 부진 이슈가 지속되고 있지만 신인 그룹들의 데뷔 앨범은 해당 이슈와 무관하게 높은 성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신인 그룹의 성장에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다. 이 연구원은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 내 케이팝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이브의 신인 걸그룹 아일릿은 데뷔 1개월 만에 빌보드 핫100에 진입하는 등 성장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케이팝 시스템으로 데뷔하는 글로벌 아티스트도 확대되고 있다”며 “산업 내 중요한 모멘텀(주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며, 케이팝 시스템이 접목된 현지 아이돌 그룹이 올해 3팀 데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주가 전망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담은 이 같은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하이브 주가는 오전 10시 22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0.93%(1800원) 하락한 19만2100원에 거래 중이다.
전날 종가(19만3900원) 대비 0.05%(100원) 하락한 19만3800원에 장을 시작한 하이브 주가는 장중 전날보다 1.39%(2700원) 떨어진 19만1200원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이날 장 초반 하이브 주가 하락세는 외국인, 기관 투자자의 팔자세가 주도하는 분위기다. 오전 10시(잠정) 기준 외국인, 기관 투자자는 각각 22억원, 4억원어치 하이브 주식을 내다 팔았다.
주말 사이 하이브와 민 대표 간에 이어진 진실 공방도 주가엔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 대표는 지난 19일 장문의 입장문을 내고 외부 투자자를 만나 어도어의 경영권을 둘러싼 이야기를 나눴다는 하이브의 주장에 대해 이들과의 만남이 투자와는 무관한 사적인 자리였다며 반박했다. 지인 A 씨의 초대로 이루어진 저녁 식사 자리였고, 두나무와 네이버 관계자는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자리를 함께하게 됐다는 것이다.
앞서 하이브 측은 지난 17일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 당시 민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기 위해 두나무와 네이버의 고위직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어 입장문에서 민 대표는 “그간 어도어 대표로서 어도어가 하이브 내에서 은근한 괴롭힘과 따돌림에 시달리는 ‘은따’같다는 생각을 하며 지내왔다. L 부대표와 저는 하이브로부터 괴롭힘을 받지 않기 위한 방법과 대응 방향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을 뿐인데, 하이브는 뭔가 대단한 모의와 실행을 한 듯 악의적으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하이브가 법정에서 제시하는 증거들은 불법적으로 취득된 자료라고 지적했다.
민 대표가 카카오톡 메시지로 뉴진스 멤버들을 비방하는 대화를 나눴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변명이나 해명을 할 사안이 아니라며 일축했다. 민 대표는 “뉴진스와 저는 여러분이 모르실 수밖에 없는 수많은 일과 다양한 상황을 겪어왔다”며 “뉴진스와 저는 가족 관계와는 또 다른 단단함으로 뭉쳐지게 된 것 같다. 어떤 생각을 하시든 뉴진스와 저의 관계는 그 생각 이상의 관계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짜깁기된 카톡 대화로 공격받은 직후 멤버들은 일제히 제게 위로의 문자를 보내왔다. 그냥 위로의 문자가 아닌 사랑이 넘치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방시혁 의장이 법정에 제출한 탄원서에 대해서는 “탄원서는 보지 않았지만, 헤드라인에 적힌 ‘악’이라는 표현이 인상 깊었다. 같은 단어도 그 용례가 참 다르다는 것을 다시금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 대표는 하이브와 법리 다툼을 벌이고 있는 만큼, 사실관계에 입각한 재판부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민 대표의 입장문에 대해 하이브 측도 같은 날 즉각적으로 반박 입장문을 배포했다.
하이브 측은 이날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당사는 중요한 법리적 판단을 앞둔 시점에 개인의 감정을 앞세운 입장문을 배포한 민희진 대표의 행태에 안타까움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티스트가 본 사안에 언급되지 않길 바란다면서, 아티스트와 본인의 관계를 부각시키며 직접적으로 끌어들인 행태 또한 매우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이브 측은 “민 대표는 그간 선동적 언행과 감정적 호소로 사안의 본질을 가려왔다”며 “이번 입장문에서도 또 한 번 그런 의도를 드러내고 있지만, 수많은 증거와 팩트에 의해 본인의 의도와 실행이 드러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민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기 위해 두나무와 네이버의 고위직을 만났다는 하이브 측 주장에 반박한 데 대해서는 “여러 투자자들을 어떤 의도로 접촉했고 끌어들일 생각이었는지는 민 대표의 대화록에 무수하게 남아있다”고 재차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영권 탈취 시도, 비이성적인 무속 경영, 여성 직장인과 아티스트들에 대한 비하 발언들이 명백한 증거로 남아 있다. 모두 회사를 이끌어갈 대표이사로서는 부적절하고, 매우 심각한 결격사유”라고 강조했다.
민 대표가 “짜깁기된 카톡 대화로 공격받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당사는 어떤 자료도 짜깁기한 적이 없다. 적법절차에 의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음을 재판정에서 말씀드리고 원문을 제출했다”며 “그럼에도 민 대표는 언론을 상대로 ‘불법취득한 자료’, ‘짜깁기한 자료’라고 거짓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민 대표는 아티스트를 앞세우거나 언론에 입장문을 발표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감사에 응하고 수사와 사법절차에 성실히 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민 대표는 오는 31일 예정된 어도어 임시주총에서 어도어 지분 80%를 보유한 하이브가 민 대표 해임안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해 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민 대표의 해임은 확실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부는 임시주총 전에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