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뒤 17시간 뒤 출석 김호중, 입증 어렵다
경찰, 정확한 측정 위해 ‘위드마크 공식’ 적용
검찰, 사고 후 고의 음주 처벌 규정 마련한다
편집자주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a) 행간을 다시 씁니다.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유명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이 수 차례 거짓 해명 끝에 음주 운전을 인정했다. 경찰은 ‘운전자 바꿔치기 정황·출석 일정 바꾸기’ 등 김씨 측의 사건 은폐를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역시 음주 사고 후 캔맥주를 구입한 것을 두고 정확한 음주 측정을 방해하기 위한 ‘의도적 사법방해’라며 엄정 대응에 나섰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사고 후 미조치 등)를 받는다.
김씨는 사고 뒤 현장을 이탈해 경기도의 한 호텔로 갔다가 17시간 뒤인 다음날 오후 4시 30분께 경찰에 출석했다. 아울러 사고 3시간 뒤 김씨 매니저가 김씨의 옷을 입고 경찰을 찾아 자신이 사고를 냈다며 허위 진술하고, 소속사 본부장이 김씨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하는 등 이들이 조직적으로 범죄를 은폐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전문가 “김호중, 음주 운전 후 술 마셨다 사안 입증 어렵다”
문제는 김씨의 음주 운전 입증을 위한 결정적 증거인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이 사고 17시간 뒤에야 이뤄져 혐의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김씨는 사고 이후 17시간 뒤 출석해 이뤄진 음주 측정 호흡 검사에서 혈중알코올농도가 단속 기준인 0.03% 미만이었다. 통상 음주 후 8시간이 지나면 호흡 검사로 음주 측정이 어렵다. 김씨가 경찰 수사의 난점을 이미 파악해 출석 시 음주량에 대한 진술을 방어적으로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 역시 경찰과 검찰이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특정한 뒤 관련 혐의를 적용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김호중이 사고 이후 마신 맥주로 인해 사고 당시의 음주 수치가 ‘오염’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가 대중 앞에 뒤늦게 고개를 숙였지만, 김씨 측 변호인은 “다툴 부분은 다툴 것”이라고 밝혀 수사 난항도 예상된다.
김씨의 변호인인 조남관 변호사는 김씨의 대국민 사과 입장을 전하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과 팬들의 신뢰이며, 이를 지키려면 정직이 최고의 자산”이라며 “증거나 법리로서 들끓는 국민적 공분을 막을 수 없다. 변호인으로서 끝까지 바르고 성실하게 변론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교통사고를 전담해 온 한 변호사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김씨가 사고 이후 마신 맥주로 인해 김씨의 혐의 입증이 쉽지 않아 보인다”라며 “음주 운전 후 술을 마셔 제대로 된 수치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구속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최대 징역 15년 형을 받을 수 있는 음주치상죄 적용, 또 구속 가능성이 대두되자 ‘음주는 안 했다’는 부인으로 일관하던 태도를 바꾼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경찰 “위드마크 공식 적용해 정확한 음주양 판단”…성별·체중 필요
경찰은 김씨의 동의를 구한 뒤 소변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보냈다. 국과수는 2018년 도입한 ‘음주대사체 검사’를 통해 “사고 전 이미 음주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음주대사체 검사란 인체가 알코올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특정 물질 수치를 통해 음주 여부와 시점을 판단하는 기법이다.
경찰은 더 정확한 음주 여부를 측정하기 위해 ‘위드마크 공식(Widmark·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 유추 공식)을 적용해 김씨의 음주 여부를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전날 간담회에서 “(김씨의) 음주가 추정되는 대사체를 확인했고, 음주한 양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고 있다”며 “신체적인 특성을 고려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확한 위드마크 공식을 위해선 피의자 성별과 정확한 체중이 필요한 상황이다. 경찰은 김씨가 사건에 적극 협조하겠다 밝힌만큼, 체중 재는 것을 협조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조 청장은 “음주대사체 검사도 진행한 김씨가 체중 재는 것 정도는 협조해 줄 것이라 보고있다”라며 “연예인이 체중에 민감할 수 있지만, 김씨가 체중에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혐의 입증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조 청장은 “압수수색도 했고, (김씨가) 시인하는 입장을 밝혔으니 구체적인 진술을 토대로 음주량을 확정하는데 어려움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전날 김씨와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대표 이광득씨, 김씨의 차량에서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한 본부장, 김씨를 대신해 허위 자수를 시도한 매니저 등 4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검찰 “김호중 사법 방해 엄정 대응”…‘사고 후 고의 음주’ 형사처벌 규정 마련
검찰은 사실상 ‘김호중 방지법’ 추진에 나섰다. 김씨가 사고 직후 편의점에서 맥주를 구입해 마신점 때문에 일각에선 체내에서 알코올이나 그 부산물이 검출돼도 ‘사고 후에 마신 알코올이 남은 것’이라고 주장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은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후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술을 더 마시는 ‘사고 후 고의 음주’에 대해 도로교통법상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형사처벌 규정을 마련해 달라고 법무부에 건의했다. 대검은 특히 국회의 입법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음주운전자가 법망을 피해 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운전자 바꿔치기’를 사법 방해로 규정할 것을 일선에 지시했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구속 사유에, 재판 단계에서는 구형과 상소 등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라는 것이다. 김 씨가 사고를 낸 직후 매니저가 경찰에 거짓 자백한 점을 고려한 것이다.
대검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씨와 관련된 ▷사고 후 고의 음주 ▷운전자 바꿔치기 ▷적극적·조직적·계획적 허위 진술 ▷증거조작·인멸·폐기 등이 모두 사법 방해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이 총장은 “수사 단계에서부터 경찰과 협력해 사법 방해에 대한 관련 처벌 규정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구속 사유 판단에 반영해야 한다”라며 “공판 단계에서는 양형의 가중요소로 구형에 반영하고 판결이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상소 등으로 적극 대응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