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7일 생계곤란 전공의 지원 메시지 게재
사직 전공의 ‘의료면허 이용 취업 여부’ 싸고 법조계 엇갈린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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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용경·박지영 기자]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각 수련병원에서 수리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는 생계 곤란에 처한 사직 전공의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주 안에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나올 전망인데, 법조계에서는 이들이 의료면허를 이용한 취업도 가능한지 여부를 놓고 견해가 엇갈렸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이번주 안에 생계가 어려운 전공의들에 대한 지원을 체계적으로 할 방침”이라며 “당장 오늘도 힘든 사람은 지금 바로 의협으로 오기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임 회장은 지난 2일 취임식 이후 첫 상임 이사회를 열고 사직 전공의들에 대한 생계 지원 방안을 현안으로 논의했다.
사직 전공의들은 집단행동이 본격화한 지난 2월부터 각 수련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현재까지 약 3개월 간 무직 상태로 있다. 다만 수련병원들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으면서 사직 전공의들은 여전히 의사 지위가 유지돼 다른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는 없다.
정부는 일찍이 “겸직 금지 원칙에 따라 다른 의료기관에서 일하거나 병원을 개설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집단사직 상태 장기화로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전공의들이 늘어나면서 의협은 이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특히 겸직 금지 원칙 등에 비춰 위법 소지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구체적 지원 방법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 7일 상임 이사회를 열고 첫 상임 이사회에서 나왔던 지원 방법이나 지원 범위 등에 관한 논의를 더 구체화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의협 관계자는 7일 이사회 직전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앞선 첫 상임위에서는 문제가 안 되는 방향으로 전공의들에 대한 지원을 하자는 얘기가 나왔다”며 “생계 곤란 전공의들에 대한 지원 전용 창구를 만들고, 직접 면담이나 고충을 듣는 등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접적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원 방식에 대해서는 “겸직 제한 원칙 때문에 의사면허와 관련된 일을 제외한 나머지 일은 가능할 것”이라며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이날 열린 상임 이사회에서 지원 방안 중 하나로 사직 전공의들이 글을 투고하고 돈을 받는 방식 등을 검토했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우회적인 지원 방식이 아니더라도 이미 전공의들이 제출한 사직서가 민법상 사직서 제출 이후 효력 발생까지의 기간을 지난만큼 겸직 금지 원칙 등에 걸리지 않고 의료면허를 이용한 취업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의협에서 보다 적극적인 지원 방안이 도출될 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민법 제660조는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근로자의 경우 사직 의사를 밝힌 날로부터 1개월이 지나면 사직의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한다.
신현호 의료전문 변호사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의료면허를 활용해 직업을 구해도 괜찮을 것”이라며 “지금은 사표를 썼고, 전공의로서 근로자 지위를 상실했기 때문에 다른 병원에 가도 이중진료 등 문제로 처벌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령 문제가 되더라도 전공의 지위 부존재 소송 등을 통해 구제받을 길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과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 등 여러 행정명령이 내려진 의료공백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단순히 민법상 규정을 들어 사직 효력이 발생했다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법조인은 “의료법이라는 건 일반 사법과는 다른 면이 있다. 특히 국민 건강과 생명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에 의사에게 막강한 권한을 주기도 하지만, 굉장히 엄격한 의무를 부과하기도 한다”며 “일반 사법적 접근을 한다면 당연히 사직 효력이 발생했다고 봐야겠지만, 적어도 정부가 의료법 조항(제59조 등)에 근거해 행정명령을 내렸다면 그것은 유효하고 여전히 사직 전공의들에 대한 의사 지위는 유지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례로 사무장 병원이 발견되기만 하면, 관련된 의사에게 철퇴가 내려지듯 의료법 자체는 굉장히 엄격하고 일반 사법의 시각으로 100% 적용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현재까지 주요 대학병원 가운데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한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