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찰 5회 반복되며 최저가 급락
건축법상 사용 승인 못받은 건물
[영상=윤병찬 PD]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최근 경매시장에서 자금 부담이 낮은 1억원 미만 물건이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관광지 인근 3층짜리 건물이 최저 입찰가 9500만원대에 나와 주목된다. 이 물건은 건축법상 사용승인을 받지 않아, 향후 추가 공사 및 사용승인 과정 등을 거쳐야 해 새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7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강원도 평창군에 있는 한 3층짜리 건물은 이달 14일 최저 입찰가 9522만9000원에 경매에 나온다. 최초 감정가는 5억6660만4950만원이었는데, 5번이나 유찰되며 최저 입찰가가 감정가의 17%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매가는 한 번 유찰이 될 때마다 최저 입찰금액이 30%씩 낮아진다.
이 물건은 지상 3층 높이에 토지 면적은 1642㎡(약 497평), 건물 면적은 452㎡(약 137평) 수준이다. 구분건물이므로 호수별로 경매가 가능하지만, 13개호실이 일괄 매각으로 나온 임의경매 물건이다. 직접 가본 현장에서는 건물 외벽에 상호명 및 전화번호, ‘2018 평창올림픽’ 등 문구가 표기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 동계올림픽 개최 당시 관광객 수요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 건물 인근에도 리조트 용도 건물이 있고, 약 3km 떨어진 거리에는 대형 스키장이 있다. 다만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해당 건물 내부 모습은 정돈되지 않은 채 장기간 방치된 모습이었다.
이 물건은 건축법상 미준공 상태, 즉 사용 승인을 받지 않은 건물이란 점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지옥션은 이 건물에 대해 ‘일부 추가 공사가 필요하며 정상 사용에 제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용 승인을 받기 전이지만 리조트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물건은 2005년 9월 22일 보존등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외관상으로는 준공이 완료됐지만, 건물이 미등기 상태이기 때문에 보존등기가 이뤄진 것이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채권자들이 건물이 미준공 상태라서 채권을 회수할 수 없자, 직권으로 보존 등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2005년도 9월 22일자로 가압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결국 정상적인 사용을 위해선 결국 낙찰자가 공사 미완 혹은 다른 요인을 해결하고 인허가청에 승인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사용승인이 나지 않다 보니 전월세 등 임대차 계약도 불가능하다. 관할구청을 통해 사용 승인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과 추가 공사 비용 등 확인이 필요하다. 강은현 소장은 “낙찰자가 (승인 절차 등을) 마무리해야 해서 5억원대의 물건이 5분의 1 수준으로 최저 입찰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물건은 등기 절차가 지연되며 토지대지권도 미정리된 상태다. 이처럼 토지대지권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선 주의할 점이 있다. 이번 경매 물건과 달리, 토지주와 건물주가 같지 않아 대지권 등기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덜컥 낙찰받을 시 향후 토지소유주와 갈등을 빚고 최악의 경우 철거해야 할 수도 있다. 토지주는 건물을 철거하지 않으면 토지 지분을 시세대로 팔거나, 혹은 역으로 건물 지분을 사갈 수 있다.
다만 지지옥션의 물건 설명내용에 따르면 해당 물건은 권리분석(등기 내용 포함)상의 하자 및 매각 후 인수 사항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별히 권리상 하자가 없으며 향후 낮은 가격으로 물건이 낙찰돼 근저당권자가 손실을 입어도, 이를 응찰자가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
한편 해당 물건이 속한 카테고리인 연립주택처럼 아파트가 아닌 공동주택은 입찰 열기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편이다. 이 물건은 리조트로 활용된 경우지만, 개인 주거 목적으로 활용되는 일반 연립·다세대주택은 전세사기 여파에 선호도가 낮아진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3월 강원도 내에서 아파트 경매는 52건 중 26건이 매각되며 매각율은 50%, 매각가율은 무려 86%에 달했다. 반면 연립은 7건 중 1건만 매각되며 매각율은 14.3%, 매각가율은 58.5% 수준이었다. 다세대주택은 10건 중 6건이 매각돼 매각율은 60%로 아파트보다 높았지만, 매각가율은 36.8%로 훨씬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