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현역 10여명 오늘 회동…부산 당선인도 6일 2차 회동
“원대 선거 앞두고 의견 묻지 않겠나” “TK 목소리 내야”
송언석·추경호·박대출·김태호 등 후보군 다시 불씨
“결정·입장 밝힌 적 없다” 장고 들어간 대세 이철규
침묵하는 중진들 비판 고조…“이렇게나 비겁한가”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국민의힘 의석 대다수를 차지하는 영남권 의원들이 각각 회동에 나선다. 총선 참패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거가 ‘구인난’ 속 ‘이철규 불가론’으로 휘청이는 가운데 선거구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그간 당 내에선 후보군에 올랐던 중진 의원들의 침묵 끝에 이례적인 선거 연기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이보다 더 무력할 순 없다”는 자조가 나온 바 있다.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경북 지역구 현역 국민의힘 의원 10여명은 2일 경북도당위원장인 송언석(경북 김천) 의원 주재로 회동을 갖기로 했다. 21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지역 현안을 논의하며 친목을 다지자는 취지지만, 복수의 참석자들은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경북 의원들의 의견을 묻기 위한 자리”라고 했다. 앞서 TK 후보로는 송 의원과 추경호(대구 달성) 의원 등이 거론돼 왔다. 한 참석자는 “송 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를 3번이나 했다. 원내대표로서 자격은 충분하다”고 했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추 의원은 당초 출마를 부인했지만, 달라진 기류에 이번 주말까지 주변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전해졌다.
22대 국회 부산 당선인들은 지난달 말에 이어 오는 6일 두 번째 모임을 갖는다. ‘비윤 대항마’로 여겨졌던 김도읍(부산 강서) 의원이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자연스럽게 다른 후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산은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 18석 중 17석을 가져오며 단일 시·도 중 최다 그룹이 됐다. PK(부산·울산·경남)까지 범위를 넓히면 총 40석이다. 경남에서는 박대출(경남 진주갑) 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의원 등이 원내대표 후보군에 오르내린 바 있다.
원내대표 선거 투표권을 가진 22대 국회 국민의힘 당선인 108명 가운데 영남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55%(59명)에 달한다. 총선 참패 직후 “영남 중심 지도부가 수도권 민심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며 위축됐으나, 유력 주자인 이 의원에 대한 반발이 감지되자 다시 세를 규합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북 의원 모임의 또 다른 참석자는 “윤재옥 원내대표가 TK(대구·경북)이라 그동안 TK 후보에 대한 부담이 있었는데, ‘이철규 불가론’이 지펴진 상황에서 TK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비상대책위원장 등 주요 인선에 이어 차기 전당대회에서 수도권 당대표설이 힘을 받는 것도 ‘영남 홀대론’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한 대구 지역 의원은 “당대표 격인 비대위원장, 사무총장 모두 인천 지역 출신이고 원내대표까지 강원권이 되면 영남 지역의 목소리가 소외되는 것 아니겠냐”며 “수도권 인사가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면 우리도 영남권 주자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게다가 이번 모임은 원내대표 선거가 구인난 속에 3일에서 9일로 한 차례 연기된 상황에서 열린다. 대세로 여겨졌던 이 의원은 일부 반발에 “지금까지 원내대표 선거와 관련해 어떠한 결정을 하거나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다른 중진 의원들은 여전히 침묵 중이다.
당 내에선 좀처럼 나서지 않는 중진들을 놓고 “당이 변화의 동력을 완전히 잃은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180석을 얻은 21대 총선 직후 열린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 선거 당시 주호영, 이명수, 권영세, 김태흠 의원 등 중진들이 출사표를 던지며 돌파구를 제시했던 것과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중진들이) 이렇게나 비겁했다 싶다”며 “이대로면 당을 리모델링이 아니라, 아예 재개발을 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