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李 회담 후 여야 이태원특별법 처리 합의
‘채상병 특검’ 여전한 뇌관…野 강행 의지
본회의 상정 권한 쥔 김진표 선택 주목
[헤럴드경제=이승환·박상현 기자] 여야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태원 특별법)’으로 21대 국회 막판 ‘협치의 물꼬’를 텄다. 29일 임기가 끝나는 21대 국회에서 여야 협치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는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상병 특검법)’이 관건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야는 2일 오후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특별법을 합의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오랜만에 국회에서 대치가 아닌 협치의 정치가 구현된 것이다.
우선 국민의힘은 특조위 ‘구성’과 ‘활동 기간’ 등과 관련해 양보를 했다. 여야는 특조위 위원장 1인을 서로 협의하여 정하도록 하고, 여야가 각 4인을 추천하기로 했다. 또 활동 기간은 1년 이내의 기간으로 하되, 3개월 이내에서 연장하도록 했다. 당초 국민의힘은 활동 기한을 6개월 이내로 주장했지만 민주당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민주당은 특조위의 조사 방법과 관련해 한 발 물러섰다. 여야는 원안에 담긴 특조위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 권한을 삭제하기로 했다. 이는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독소조항’으로 거론한 부분이기도 하다. 아울러 형사재판 중이거나 형이 확정된 사건, 불송치 또는 수사중지된 사건에 대한 자료 및 문건 제출을 특조위가 직권으로 명령할 수 있게 한 조항도 삭제됐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번에 합의에 이르게 된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이태원 (참사) 유가족분들 그리고 피해자 가족 분들이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라고 하는 입장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에 합의 처리에 주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여야 합의대로 이태원특별법이 2일 본회의에서 처리되더라도 정국의 ‘뇌관’은 남아 있다. ‘채상병 특검법’이다. 채상병 특검법은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전날 오후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일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비롯한 민생법안은 합의한 대로 처리하고, 나머지 2개 쟁점 법안(채상병 특검법·전세사기특별법)도 반드시 단독으로라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날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의 처리를 밀어붙이려는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건(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자리잡고 있다.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국회 재의결 일정을 고려한 것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려면 국회로부터 법안을 송부받은 뒤 15일 이내에 해야 한다. 김진표 의장의 북남미 출장(4~18일) 일정까지 고려할 때, 2일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야만 거부권 행사 따른 재표결을 22대 국회 개원(30일) 전에 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표면적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인 만큼 수사 결과를 보고 채상병 특검법을 처리하는 것이 상식적인 절차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다시 거부권 정국이 형성되는데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권 심판론이 거셌던 4·10 총선에서 참패한 뒤 또 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윤 대통령에게 부담이고, 국회 재표결 때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특검법은 내용과 시기 등을 여야가 충분히 논의·숙의한 뒤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채상병 특검법의 본회의 상정 권한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쥐고 있다. 김 의장은 특검법 상정의 조건으로 여야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국민의힘 반대로 특검법안의 본회의 상정이 합의되지 않을 경우 본회의 도중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홍 원내대표는 "국회법 절차에 따라 다수 의석인 우리가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면, 할 수 있는(본회의를 열) 법적 권리가 있다"며 "의장이 합의할 수 없는 내용을 자꾸 합의하라고 던지면 서로 힘만 든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