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테슬라) 매수 평균가(평단가) 198달러인데 손절 안하고 인내했다. 바닥 찍고 주가 더 오르겠지?” (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
글로벌 1위 전기차 업체이자 ‘서학개미(서구권 주식 소액 개인 투자자)’ 원픽(최선호주)인 테슬라 주가가 15% 급등 후 하루 만에 다시 5% 넘게 하락하는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테슬라 주식에 대한 향후 투자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지를 두고 서학개미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NYSE)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장보다 5.5% 내린 183.28달러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 연중 하락 폭은 다시 26.1%로 늘었다.
전날에는 상승 폭이 15.31%에 달했으며, 이는 하루 상승 폭으로 3년여 만의 최고치였다.
테슬라 주가(종가 기준)는 지난 26일 168.29달러에서 다음 거래일인 29일 194.05로 뛰었다가 30일 다시 전날 상승 폭의 절반가량을 반납했다.
전날 약 6189억달러(약 857조8000억원)로 불어났던 시가총액도 다시 5845억달러(약 810조1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전날에는 중국에서 테슬라가 첨단 주행보조 소프트웨어 ‘FSD(Full Self-Driving, 완전 자율 주행)’ 출시를 위한 주요 규제 문턱을 넘었다는 소식에 주가가 치솟았으나, 이날 월가에서는 그 성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비관론이 나왔다.
투자자문사 에버코어ISI(이하 에버코어) 분석팀은 이날 보고서에서 테슬라가 중국에서 FSD 허가를 최종적으로 받기 어렵고, 허가를 받는다 해도 그 판매 수익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작을 뿐”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에버코어는 테슬라가 중국에서 지커(Zeekr), 샤오펑(엑스펑), 니오 등 다른 전기차 업체들과 경쟁하려면 FSD 이용료로 미국(월 99달러)의 절반 수준인 50달러 정도만 부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에버코어의 애널리스트 크리스 맥널리는 “우리는 이 뉴스 헤드라인의 사인·코사인(주기함수)이 끝없이 반복되는 것을 봐 왔다”며 “하지만 궁극적으로, 변한 것은 거의 없다”고 썼다.
투자은행 번스타인의 분석팀도 이미 중국의 다른 업체들이 비슷한 주행보조 기능을 종종 무료로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토니 사코나기는 보고서에서 “FSD가 중국에서 테슬라의 자동차 판매를 크게 늘리지는 않을 것이며, 단기적으로는 매출 증가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썼다.
테슬라 주가에 더 큰 충격을 안긴 소식은 테슬라의 급속충전 인프라인 ‘슈퍼차저’ 관련 팀에 대해 공중 분해 수준의 정리해고가 단행됐다는 점이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전날인 29일(현지시간) 슈퍼차저 그룹 책임자인 레베카 티누치와 신제품 책임자인 대니얼 호가 팀 전체와 함께 회사를 떠날 것이라고 내부 구성원에게 알렸다. 슈퍼차저 그룹에는 약 500명이 근무하고 있다.
테슬라의 슈퍼차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중 하나이자 테슬라의 차별화된 경쟁력 중 하나였다. 영국 유명 경제지는 “전 세계에 5만대 이상 설치된 슈퍼차저 인프라 운영은 계속될 전망이지만, 팀 전체가 공중 분해됨에 따라 앞으로 테슬라가 충전사업에 계속 투자할 지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논평했다.
다만 테슬라의 슈퍼차저 팀 해고가 적절한 판단이었는지는 지켜볼 일이라는 분석이다. 테슬라가 구축한 세계 5만 개의 충전 네트워크는 업계에서도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업계 표준(NACS)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았다. 실제 테슬라는 최근 포드, 제너럴모터스, 리비안 등 여러 경쟁사와 NACS 충전 표준을 사용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테슬라 슈퍼차저 팀에서 일했던 조지 바하두는 링크드인에 자신이 해고됐다는 글을 올리며 “(이번 해고가) 충전네트워크와 업계 전반에 걸쳐 우리가 해온 모든 흥미로운 작업들에 어떤 의미가 갖게 될지 아직은 모르겠다”고 썼다.
한편,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보관 중인 해외주식은 117억5046만달러(약 16조3214억원) 규모의 테슬라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