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국내 1위 K팝 기획사 하이브가 내분에 휩싸인 가운데, '경영권 탈취 시도를 했다'고 의심받고 있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폭로 내용 중 한 부분에 뉴진스 팬들의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바로 "하이브가 '르세라핌 데뷔 전까지는 뉴진스를 홍보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폭로다. 하이브는 민 대표의 주장에 사실이 아닌 부분이 많다는 입장이다.
민 대표는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논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장장 2시간 동안 진행된 회견에서 민 대표는 하이브 경영진과의 갈등에 관련한 여러 폭로를 했는데, 그 중 팬들의 이목을 끈 것은 하이브 측이 뉴진스의 활동을 방해하고 성과를 깎아내리려 했다는 대목이었다. 하이브가 키우는 다른 걸그룹, 르세라핌의 성공을 위해 그랬다는 것이다.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 체제로 산하에 여러 레이블이 있다. 가령 걸그룹의 경우 뉴진스는 어도어 소속이며, 르세라핌은 쏘스뮤직, 아일릿은 빌리프랩 소속이다. 모두 하이브라는 거대한 지붕 아래 있지만, 산하 레이블이 경쟁하는 상황인 것이다.
어도어 대표이자 뉴진스를 키워내 '뉴진스 엄마'라는 별명까지 얻은 민 대표가 모기업인 하이브와 갈등하게 된 것 역시 이 경쟁 구도 속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민 대표의 주장을 종합하면, 당초 뉴진스는 '하이브 최초의 걸그룹'으로 데뷔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이를 내세워 뉴진스 멤버의 부모들을 설득해 멤버를 섭외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하이브 측에서는 뉴진스보다 르세라핌을 먼저 데뷔시키려고 했고, 민 대표와 뉴진스 멤버들의 부모들이 항의했지만 결국 르세라핌이 먼저 데뷔하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하이브 최초의 걸그룹' 타이틀은 르세라핌이 가져가게 됐다.
민 대표는 이후에도 하이브 경영진이 뉴진스의 성공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하이브는) 르세라핌이 데뷔하기 전까지 뉴진스를 홍보하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뉴진스 나올 때 축하한다는 말도 없었다"며 "뉴진스가 처음으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올라가자 '즐거우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고도 말했다.
결국 뉴진스는 하이브 내에서 르세라핌에 밀려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은 셈인데, 지난 3월 하이브의 새 걸그룹 아일릿이 데뷔하면서 또 한번 갈등이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아일릿이 콘셉트, 안무 등 여러 면에서 뉴진스를 차용한 것이다. 실제 아일릿은 데뷔 직후 이번 논란이 공식화되기 전부터 '짭진스'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여러 면에서 뉴진스와 닮아 있다. 특히 뉴진스가 4월에 데뷔하는 상황에서 불과 한 달 앞두고 콘셉트가 거의 비슷한 걸그룹을 출격시키는 것은 경영 전략 상으로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 대표는 이에 '아일릿이 뉴진스를 표절했다'며 사내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민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아기의 진짜 엄마가 누구인지 찾기 위해 아기를 반으로 가르라고 판결내린 솔로몬 우화를 언급하며 "엄마가 진짜 자식이면 아이를 안 가른다. 하이브는 뉴진스를 아끼는 것 맞나? 곧 컴백인데, 어떻게 이때 감사를 하고 이런 사달을 일으키나"라고 말했다.
이에 일부 팬들은 온라인 상에 "르세라핌에 밀리고, 아일릿에 밀리고, 뉴진스는 서자냐?", "민 대표가 화날 만하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
반면 "회사 경영 전략 상 어떤 상품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내보낼 것인지는 회사 재량이다", "본인이 불리한 내용은 다 빼놓고 얘기한다"는 반론도 있었다.
하이브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보도자료에서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민 대표는 시점을 뒤섞는 방식으로 논점을 호도하고, 특유의 굴절된 해석 기제로 왜곡된 사실관계를 공적인 장소에서 발표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사는 모든 주장에 대해 증빙과 함께 반박할 수 있으니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일일이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