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스카이브릿지 삭제’ 등 조건부의결
“다른 동 주민 이용 어렵고 비용 부담 과중”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 일대에서 미니 신도시급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하이엔드 브랜드가 적용되는 흑석9구역의 ‘스카이브릿지’ 설계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흑석9구역 재건축조합은 하이엔드 아파트 상징 중 하나로 자리잡은 스카이브릿지 조성을 추진해왔지만 이달 초 시가 ‘스카이브릿지 삭제’, ‘수영장 설치 재검토’ 등을 조건으로 건축심의를 조건부의결했기 때문이다. 스카이브릿지를 그대로 추진하기 위해선 심의 절차를 새롭게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에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선 불만이 나오는 양상이다.
서울시가 공개한 흑석9구역 건축위원회 심의의결조서에 따르면 시는 지난 9일 개최된 제8차 건축위원회에서 흑석9구역 건축심의를 조건부 통과시켰다. 건축위원회에서 나온 지적사항을 반영해야 하는데 스카이브릿지 삭제, 부대시설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및 수영장 설치 재검토 등 조합원들의 관심이 많은 특화설계, 커뮤니티시설 관련 내용도 담겼다.
서울시는 비용적 측면, 동 간 형평성, 효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의결 내용에 대해 “사업지가 큰 대로변에 있는 것이 아닐 뿐더러 위치상 스카이브릿지를 설치해도 경관 향상에 도움이 크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며 “두 동에만 설치되는 것이라 다른 동 주민들은 이용하기 어렵고 비용적으로 조합원의 부담이 과중해진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20개동 최고 25층 1540가구 대단지로 조성되는 흑석9구역은 지난 2021년부터 스카이브릿지를 설계 요소로 포함해 사업을 추진해왔다. 동작구 최초로 시공사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가 적용되는 만큼 고급화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목표에서다. 앞서 시공사 또한 수주 당시 ‘75m 길이 리버뷰 스카이브릿지’ 설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건축심의 조건부의결로 스카이브릿지 설계가 어려워지면서 일부 조합원들은 불만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한 조합원은 “스카이브릿지가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고, 또다른 조합원은 “구청과 논의해 서울시에 다시 요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거냐”고 말하기도 했다. 스카이브릿지뿐 아니라 수영장, 크리에이터스튜디오 등 다른 커뮤니티 시설에 대해서도 재검토 결과가 나오자 불만이 더해진 양상이다.
서울시는 스카이브릿지를 계획대로 추진하기 위해선 건축심의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조건부의결이기 때문에 지적사항 반영을 안 하고 스카이브릿지를 추진하고 싶으면 심의를 다시 받아야 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동과 동 사이를 공중에서 연결하는 스카이브릿지는 지난 2005년 주거 부문 최초로 설계를 적용한 양천구 목동 ‘트라팰리스’에 이어 용산, 강남 일부 재건축 단지에 적용되면서 부촌의 상징이 됐다. 최근 지어진 아파트 중에선 지난해 입주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와 오는 6월 입주를 앞둔 ‘래미안원펜타스’ 등이 스카이브릿지를 갖추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선 원자잿값·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으로 하이엔드를 추진해도 스카이브릿지를 적용하지 않는 정비사업장도 많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 이슈로 인해 스카이브릿지를 없애고 내장재나 다른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사업장들도 많다”며 “스카이브릿지를 지을 때 공법 자체가 어렵고 다르기 때문에 공사비가 크게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