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하게 죽이면 환호받는 대표적 혐오동물 ‘모기’
흡혈 모기 종은 극히 일부…질병 매개는 특정 종만
꽃가루 수분하는 역할하고 다른 동물의 먹이 돼
참새, 아까시나무 등 선례…인위적 생태계 개입은 재앙 부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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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세상에서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이는 동물은 거대한 육식동물이 아닌, 작고 작은 ‘모기’다. 말라리아, 뎅기열 등을 일으키는 모기는 매년 전세계에서 70만명 가량의 희생자를 만들며 대표적 혐오동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5월 말께 본격적 활동을 시작해야 하는 모기가 4월 초부터 깨어나 활동하고 있어 경보가 울렸다. 갈수록 모기의 활동시기가 길어지면서 아예 모기의 씨를 말려버리자는 의견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모기를 잔인하게 죽이는 영상이 많은 공감을 받으며 인기를 얻는다. 하지만 생태계에서 한 종을 멸종시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학계에서는 도무지 ‘익충(이익을 주는 곤충)’이라곤 볼 수 없는 모기도 생태계에서 담당하는 역할이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로 모기 유충인 장구벌레를 먹이로 하는 박쥐, 물고기, 개구리 등이 식량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 동물들이 장기적으로는 모기를 대신할 먹이들을 찾겠지만, 생태계에서 다른 곤충이 모기 역할을 대신하면 그 또한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생태계 변동으로 인해 어쩌면 모기보다 더 악하고 더 빠르게 질병을 퍼뜨릴 가능성이 있는 곤충이 출현할 수 있다.
또 모기를 제외하고 다른 곤충을 찾아보기 힘든 북극에서는 새들이 먹이를 구하지 못해 집단 아사할 가능성도 있다. 북극의 토양은 여름에 일부 녹으면서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겨 모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아울러 북극에 서식하는 모기 종은 인간에게 질병을 옮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기는 벌과 함께 꽃가루의 수분 역할을 하는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수많은 나무와 식물들도 멸종할 수 있다고도 설명한다. 특히 열대지역에서 카카오 등을 수분시키는 것을 담당하고 있어서 모기가 멸종하면 초콜릿도 사라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내놨다.
3500종이 넘는 모기중에서 대부분은 흡혈을 하지 않고, 꿀과 식물 수액을 영양분으로 섭취한다. 흡혈 모기중에서도 사람의 피를 주요 혈액원으로 삼는 모기는 200종 정도에 불과하며, 그 과정에서 질병을 전파하는 모기 종은 더욱 한정적이라고 과학자들이 밝힌 바 있다.
모기 이전에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동식물을 인간이 박멸에 나선 적이 있다. 예후는 대체적으로 좋지 못했다.
1950년대말에 중국에서는 마오쩌둥이 들판에 내려앉아 곡식을 쪼는 참새를 보고 “저 새는 해로운 새”라고 지적하면서 참새, 모기, 파리, 들쥐 등 4가지 해로운 동물을 제거하는 ‘제사해운동’이 시작됐다.
전 인민이 동원되어 참새가 밭에 내려앉지 못하도록 소음을 내어 쫓아냈다. 참새 둥지를 파괴하고, 알을 깨버렸다. 참새를 많이 죽이면 죽일수록 상을 받았다.
멸종 직전까지 간 참새는 몇년 뒤 중국에 대기근으로 갚았다. 참새는 곡식만 먹는 것이 아니라 해충도 잡아먹는데 견제자가 없어지면서 메뚜기떼가 논밭을 뒤덮고 쌀 생산량이 급락한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1950년대 말에서 1960대 초 중국의 아사자 수는 50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참새잡이는 재앙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 밀원식물(벌에게 꿀과 꽃가루를 제공하는 식물)인 아까시(아카시아)나무가 대대적으로 베어졌다. 뿌리가 넓게 퍼지는 특성 탓에 다른 나무의 생장과 농작물 재배에 해를 끼친다는 이유로 베어지고 다른 수종으로 교체됐다. 최근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1980년대 32만㏊에 이르던 아까시숲은 2024년 3만6000㏊ 정도만 남은 상태다.
그런데 최근 몇년간 전국적으로 꿀벌이 사라지고 꿀 생산량도 급감하면서 아까시 나무를 베어낸 것이 원인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양봉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는 벌꿀의 70% 이상은 아까시나무에서 채취하고 있다. 기후 변화 등 여타 요소도 있겠지만 대표적 밀원수(樹)의 멸종도 무시할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인간이 특정 종을 인위적으로 멸종시켰어도 생태계에 별다른 영향을 못 끼친 사례도 존재한다. 1900년대 초반 아프리카 중부 기니만의 프린시페섬에서는 수면병의 원인 기생충을 옮기는 체체파리를 섬 전체에서 완전히 멸종시키는 데 성공했다. 보고에 따르면 이 섬의 생태계에는 특이할만한 변화가 없었다. 다만 체체파리는 약 40여년 뒤 다시 섬에 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