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5월 봄철 자살률 가장 높은 시기… 계절성 우울증 등 원인
정신과 전문의들 “햇빛을 많이 보고 신체 활동 늘리면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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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스프링 피크(Spring Peak)’. 봄철인 3~5월은 통계적으로 자살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계절이다. 주로 봄철 우울감과 무력감이 자살률을 높이는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우울감 극복을 위해선 적절한 운동과 주변 가족 및 친구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등의 상호작용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18일 국가통계포털(KOSIS) ‘월별 고의적 자해 사망자 수’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자살률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2021년 3월 1321명(남성 928명·여성 393명), 2022년 4월 1198명(남성 841명·여성 357명), 2023년 5월 1301명(남성 907명·여성 394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통계를 모두 합쳐 봐도, 1년 중 3~5월께 자살사망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자살사망 통합 건수는 5월달이 총 6084명으로 가장 높았고, 3월달이 6028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처럼 유독 봄철에 자살사망 통계가 높게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정신과 전문의들은 공통적으로 봄철 시기를 맞아 심리·사회적 요인에서 비롯되는 우울감이 한 가지 원인으로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같은 우울감은 입학이나 졸업, 취업 등 새롭게 변화된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거나 타인과 비교하며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홍진표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른바 ‘스노우 피크’라는 현상이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은 예들도 많다”며 “일반적으로 자살의 원인은 굉장히 다면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스프링피크’의 이유에 대해 “계절성 우울증의 영향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특히 봄철 새로운 변화가 있는 시기에 남들과 비교해 삶이 무의미하거나 계획만큼 되지 않는 부분에서 오는 심리적 박탈감도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계절적으로 감정 기복이 많이 나타나는 시기가 있다”며 “도박이나 코인 투자 실패를 비롯한 경제적 손실도 있겠지만,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우울감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의들은 봄철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 약물적 치료뿐만 아니라 비약물적 치료인 규칙적 운동과 생활 습관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일단 신체 활동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가볍게 할 수 있는 운동을 늘리고 규칙적 생활 리듬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밤에 늦게 자고 낮에 늦게 일어났을 때 상대적 박탈감이나 우울감이 더 심해지는 경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스스로의 편견 때문에 우울증이 있다고 남들에게 선뜻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민하지 말고 주변의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라. 요즘에는 자살예방센터나 정신건강 상담을 하는 기관도 많기 때문에 이러한 공공상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권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계성 인천참사랑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도 “계절성 우울증은 일조량 변화와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 평소 햇빛을 많이 쐬고 운동을 하는 것이 우울감 극복에 도움이 된다”며 “이러한 생물학적인 우울증은 항우울제 약물 치료의 반응도 좋은 편이어서 이미 치료를 받고 있다면 이 시기에는 약을 늘렸다가 증상이 나아지면 다시 줄이는 방식을 취하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