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휴학 과정서 외부 압력 없었다” 입모아

전공의 93% “의대증원 백지화”…87% “의사 악마화에 환멸”
전공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2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사직 전공의들이 자체 동향조사를 실시해 발표했다. 전공의들은 의대증원 ‘백지화’에 압도적인 동의를 표했고, 사직은 순전히 자율적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일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씨가 발표한 ‘젊은의사(전공의·의대생)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581명 중 99%에 해당하는 전공의 1566명은 ‘사직·휴학 과정에서 동료나 선배로부터 압력 또는 협박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다. 온전히 개인의 판단에 따라 거취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응답자 15명은 ‘예’라고 답해, 선배로부터의 협박과 압력이 있었다고 했다.

류씨측은 한국의 젊은의사 3만1122명(전공의 1만2774명·의대생 1만8348명) 중 1581명이 설문에 응답했다고 밝혔다. 응답률은 5.08%이다. 조사기간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나흘간이었다.

응답자 1581명 중 96%(1518명)은 이어 ‘한국의 의료현실과 교육 환경을 고려할 때 적절한 의대 정원 규모’를 묻는 질문에 “감축 혹은 유지”라고 답변, 전날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변화없다’는 대통령실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됐다.

구체적으로 적절한 의대 정원 규모 숫자를 두고서는 현재 정원인 3058명보다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64%(1014명), 현재 정원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32%(504명), 500명만 더 늘리자는 의견이 4%(60명), 정부안대로 2000명을 늘리자는 의견이 0%(2명)로 분포했다.

응답자들은 이어 ‘한국 의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90%가 “현실적이지 않은 저부담의 의료비”를 꼽았고, 80%가 “비인간적인 전공의 수련 여건”을, 67%가 “응급실 및 상급종합병원 이용의 문지기 실종”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차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있느냐’는 설문항목에 대해 34%(531명)가 “없다”, 66%(1050명)가 “있다”고 답해 약 세 명 중 한 명 꼴로 전공의 수련을 포기할 의사를 밝혔다.

전공의 수련을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조건(복수응답)에 대해 93%가 꼽은 항목은 “의대증원·필수의료패키지의 백지화”였다. 이어서 “구체적인 필수의료 수가 인상”에 82.5%가, “복지부 장관 및 차관 경질”에 73.4%가, “전공의 52시간제 등 수련환경 개선”에 71.8%가 동의를 표했다.

뿐만 아니라 전공의 수련 의향을 사라지게 만든 원인은 “정부와 여론이 의사 직종을 악마화하는 것에 환멸이 났기 때문”(87.4%)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구조적인 해법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패키지를 추진했기 때문”(76.9%)이며 “심신이 지쳐서 쉬고싶다”(41.1%)는 의견도 다수의 선택을 받았다.

전공의 93% “의대증원 백지화”…87% “의사 악마화에 환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