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마라톤 협상 끝에 결렬…28일 새벽부터 파업
28일 새벽부터 버스 대란…서울시 개입해 극적 타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서울 시내버스 노사협상이 28일 타결되면서 버스 대란이 하루만에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서울시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600억원.
버스 노조가 파업하면 서울시가 세금을 투입해 이를 막는 현재의 준공영제 구조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의 구조는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 노사 협상을 하게 돼 있다.
하지만 협상에 따른 비용은 사측(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 대는 게 아니라 서울시가 댄다.
노조-사측-서울시의 구조다.
노조는 사측과 협상하지만, 사실은 사측 뒤에 있는 서울시의 재가만 나면 협상이 타결되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노조의 파업 호소문에 여실히 드러난다.
사측은 파업 전 조정 과정에서 노조측을 향해 “너희가 파업할 수 있겠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측은 이런 태도를 문제삼으면서 조합원 전체의 궐기를 촉구했고, 결국 28일 실제 버스파업으로 이어졌다.
노사는 27일 오후 2시30분부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막판 조정회의를 열었다.
양측은 다음날 새벽까지 11시간 넘는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최종 결렬돼 28일 새벽 2시께 결국 파업을 선언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4시께 총파업에 들어갔다. 2012년 이후 12년 만의 서울버스 파업이다.
새벽부터 시내버스가 없는 28일 서울에서 출근길 대란이 벌어졌다.
결국 서울시가 중재에 들어가 28일 오후 3시20분께 임금 인상 4.48%, 명절수당 65만원 조건으로 노사가 합의했다.
협상 과정에서 노조는 인천·경기지역으로 인력 유출이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급을 12.7% 인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사측은 최근 5년간 물가상승률, 임금인상률과 비교하면 과도한 요구라며 맞섰고, 결국 서울시의 개입 후 임금 인상 4.48%, 명절수당 65만원으로 타결점을 찾았다.
서울시는 이번 합의에 따라 부담해야 할 비용이 약 600억원이라고 밝혔다.
임금이 1% 인상될 때 서울시는 약 110억~220억원을 추가로 부담한다고 한다.
이와는 별개로 지난해 8월에는 버스 요금을 300원 인상했다. 요금을 인상하면 사측 수입이 늘어난다.
결국 노조측 임금 인상 요구는 서울시가 세금을 투입해 해결하고, 사측 버스 요금 인상 요구는 시민 부담을 키워 해결하는 구조다.
서울시는 준공영제에 대한 이러한 문제 의식을 인식하고 준공영제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서울시는 오는 7월 용역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래는 버스 노조 측의 파업 호소문이다.
〈파업에 동참하여 주십시오〉
존경하는 조합원 동지 여러분.
우리 노동조합은 24년 3월 22일 마지막 사전조정회의에서 사측과 16시간 동안 마라톤 협상을 이어나갔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습니다.
사측은 7차례의 교섭과 2차례의 사전조정회의까지 이어지는 우리 노동조합과의 협상에서 단 한 번도 임금인상안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사전조정회의에서 우리가 사측으로부터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던 말은 임금인상률이 아니라 조합원 동지들을 향한 비난과 경멸이었습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사측은 우리 노동조합에게 “돈 몇 만원 갖고 벌벌 떠는 너희가 파업할 수 있겠어? 할 테면 해 보라”고 합니다.
어차피 조합원 절반 이상은 사측의 지시를 따르고, 파업 시작도 못 할 테니, 임금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고 조롱합니다.
원청인 서울시는 그동안 단 1초교 교섭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하청인 사측은 우리의 요구 조건을 서울시에 전달하기는커녕 조정회의 도중에 교섭을 못하겠다며 도망가기까지 했습니다.
도대체 왜, 한 가정을 책임지는 삶의 무게를 겨우 견디고 있는 우리가 금수저 물고 태어나 세상 물정도 모르는 사측으로부터 이 따위의 모욕을 들어야 합니까.
도대체 왜, 서울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그들의 삶을 지탱하는 고귀한 노동을 하는 우리가 이 따위 개똥 취급을 받아야 합니까.
사랑하고 존경하는 조합원 동지 여러분.
이제 동지들께서 나서주십시오.
조합원 동지들께서 해주셔야 합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유일한 무기는 오로지 파업입니다.
24년 3월 28일, 모두 함께 일을 멈춰서 우리의 단결된 힘을 보여줘야 합니다.
파업쇼가 아닌, 파업을 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의 과업은 간단합니다.
바리게이트를 칠 필요도 없습니다.
폭력을 행사할 필요도 없습니다.
출입구를 막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버스를 운행하지 않으면 됩니다.
정비를 하지 않으면 됩니다.
일을 하지 않으면 됩니다.
무노동무임금으로 발생하는 임금 손실 외에 어떤 피해도, 처벌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행사인 합법 파업이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동지 여러분, 단결된 힘을 모아주십시오.
당장 파업 찬반투표에서부터 압도적 찬성률로 조합원 동지들의 의지와 분노를 보여주십시오.
저와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집행부, 모든 지부 대표자들은 조합원 동지들만 믿고,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끝까지 전력을 다해 싸우겠습니다.
우리 조합원 동지들을 위하여 최대한 유리한 임금인상률과 노동조건 향상을 달성해내겠습니다.
결코 동지들의 신임을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3.23.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 박점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