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 해동, 식중독 위험에 육즙 손실까지
4.5°C 이하 냉장고에서 천천히 해동해야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얼린 고기를 해동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냉장 해동, 전자레인지, 뜨거운 물, 상온 해동 등 다양하다. 하지만 해동법에 따라 고기의 맛이 달라진다. 식중독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
최악의 해동법은 얼린 고기를 실내에 두는 ‘상온 해동’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수칙 가이드에 따르면 상온에서 냉동 고기를 녹이면 식중독균이 증식될 수 있다. 식중독균은 15~30°C의 상온에서 잘 번식한다. 상온에 그대로 두면 먼저 녹은 고기 표면이 높은 온도에 방치돼 식중독균의 번식 가능성이 높아진다. 뜨거운 물에 냉동 고기를 담그는 것도 미생물 증식 우려로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최선의 방법은 ‘저온’에서 ‘천천히’ 해동하는 것이다. 식약처가 제시하는 가장 좋은 해동법은 ‘냉장 해동’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도 5°C 이하의 냉장 해동법을 권고한다. 박테리아가 번식이 억제되는 4.5°C 이하에서 서서히 녹여야 감염을 막을 수 있다.
저온에서 서서히 녹은 고기는 육즙도 잘 보존된다. 냉장 해동은 가장 안전하면서 고기 맛을 보장하는 해동법이다. 실제 실험에서도 육즙이 가장 적게 손실됐다. 경북대·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연구진의 실험에 따르면 영하 15°C에서 3일간 얼린 고기를 ▷25℃ 상온 해동 ▷냉수 해동 ▷전자레인지 해동 ▷4℃ 냉장 해동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육즙이 가장 적게 손실된 것은 ‘냉장 해동’이었다. 반면 ‘상온 해동’은 육즙이 가장 많이 빠졌다.
식품의 안전성과 맛도 보장되지만, 냉장 해동의 단점은 오래 걸리는 시간이다. 냉장 해동을 하려면 조리 전날 또는 조리 6시간 전부터 냉동 고기를 미리 냉장실로 옮겨둬야 한다. 표면이 말랑말랑해지면 해동이 끝난 상태다.
조리 시간이 여유롭지 못할 때는 전자레인지의 ‘해동’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가장 빨리 고기를 녹일 수 있으면서 안전한 방법이다. 다만 냉장 해동보다는 맛이 떨어진다. 육즙이 빠져나가 고기가 보다 질겨진다. 또 고기가 두껍다면 해동 과정에서 겉 부분만 익을 수 있다.
해동 시에는 고기의 상태도 잘 살펴본다. 해동했을 때 고기 색이 붉지 않고 흰색을 띤다면 부패한 상태다. 색의 변화가 없어도 고기에서 냄새가 난다면 바로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