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GPU와 함께 자체 로봇까지 선봬
젠슨 황 기조연설한 새너제이 SAP센터
1만석 넘는 대형 시설 빌려 위상 과시
원래 아이스하키 경기장…가수 공연도
꽉 찬 객석 본 젠슨 황 ‘흥분’…열띤 연설
2시간 전부터 인파로 붐벼 일대 혼잡
[헤럴드경제(미국 새너제이)=김현일 기자] “저는 오늘 아주 아주 큰(very, very big) GPU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름도 아주 완벽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바로 ‘블랙웰’(Blackwell)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네제이 SAP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 2024(이하 GTC 2024)’ 기조연설을 통해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전격 공개했다.
AI 서비스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이에 대응할 새로운 AI 반도체가 베일을 벗자 객석에서도 박수와 함께 함성이 쏟아졌다.
젠슨 황 CEO는 “앞으로 데이터의 양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GPU”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공개한 블랙웰 기반의 ‘B100’과 기존에 선보인 호퍼 아키텍처 기반의 ‘H100’를 양손에 쥔 채 들어보이며 크기 차이를 청중들에게 강조했다.
아울러 “컴퓨팅의 발전 속도는 엄청나지만 아직 충분히 빠르지 않다”며 “그래서 우리는 또 다른 칩을 만들었다. 우리는 이것을 NV 링크 스위치라고 부른다”며 5세대 NV링크(NVLink)를 소개했다. 5세대 NV링크(NVLink)는 획기적으로 초당 1.8테라바이트(TB)의 양방향 처리량을 제공한다고 엔비디아는 설명했다.
젠슨 황 CEO는 또한 기조연설에서 “미래에 움직이는 모든 것은 로봇이 될 것”이라며 자사 인공지능(AI) 기술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로봇 사업에 대한 비전까지 내보였다. 엔비디아는 이날 자체적으로 직접 훈련시킨 로봇 ‘오렌지’와 ‘그레이’를 등장시키고, 로봇 훈련 플랫폼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 그루트(GR00T)’를 공개하기도 했다.
GR00T로 구동되는 로봇은 자연어를 이해하고 인간의 행동을 관찰해 움직임을 모방하도록 설계됐다. 젠슨 황 CEO는 기조연설에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여러 로봇을 시연했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엔비디아는 자사 ‘토르 시스템온칩(SoC)’ 기반의 휴머노이드 로봇용 컴퓨터인 ‘젯슨 토르(Jetson Thor)’도 새롭게 공개했다. 젯슨 토르는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고 사람 및 기계와 안전하고 자연스럽게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으로 개발됐다.
엔비디아는 로봇 팔을 위해 설계된 자사 로보틱스 플랫폼 ‘아이작(ISAAC)’과 산업 현장을 가상 공간에 똑같이 재현하는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를 통해 산업 전반의 디지털화를 강력하게 지원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결국 AI의 마지막 단계는 로봇이다. 이를 구현하려면 강력한 하드웨어도 있어야 하고 오늘 발표한 NIM(여러 마이크로한 AI 서비스를 모아 하나의 레고 블록처럼 붙인 엔비디아의 서비스) 서비스들까지 엮어야 한다”며 “하드웨어와 서비스가 모두 합쳐진 로봇을 미래 방향성으로 제시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젠슨 황 CEO는 이날 기조연설을 위해 무대에 오르자마자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찬 객석에 적잖이 놀란 듯 “이 자리가 콘서트는 아니라는 점 알아주세요”라고 농담을 던졌다. 어수선했던 객석은 그의 말 한 마디에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
트레이드 마크인 검정 가죽 재킷에 검정 스니커즈를 신고 등장한 그는 5년 만에 실리콘밸리의 중심에서 성대하게 개막한 ‘엔비디아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 2024(이하 GTC 2024)’에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그는 콘서트가 아니라고 했지만 이날 기조연설은 유명 팝가수의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 1993년 엔비디아 창립 이래 최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젠슨 황 CEO를 보기 위해 일찍부터 엄청난 인파가 몰렸기 때문이다.
기조연설은 현지시간으로 오후 1시부터 시작이었지만 이미 2시간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SAP센터를 거의 한 바퀴 휘감을 만큼 긴 줄이 늘어섰다. 여기에 ‘AI에 반대한다(NO AI)’는 피켓을 든 시위대까지 겹치며 SAP센터 일대는 시종일관 북새통을 이뤘다.
역대 GTC 일정의 대부분은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올해 젠슨 황 CEO의 기조연설을 위해 컨벤션센터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에 있는 SAP센터를 따로 빌렸다. 이번 GTC 2024 기간 SAP센터에서 열리는 일정은 젠슨 황 CEO의 기조연설이 유일하다.
1만7000석 규모의 SAP센터는 평소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소속 '새너제이 샤크스'의 홈 구장으로 쓰이는 곳이다. 공연장으로도 유명하다. 아리아나 그란데, 두아 리파, 해리 스타일스 등 유명 팝가수들이 이곳에서 투어 콘서트를 갖기도 했다. 올 1월 삼성전자가 ‘갤럭시 S24 시리즈’ 언팩 행사를 연 장소도 바로 SAP센터였다.
엔비디아는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해 바닥에도 약 1500개의 의자를 설치했지만 부족할 정도였다. 기조연설이 시간이 가까워지자 3층 좌석까지 금세 들어찼다.
젠슨 황 CEO는 이날 SAP센터를 자신의 ‘라이브 무대’로 삼아 2시간 동안 숨가쁘게 홀로 기조연설을 펼쳤다. 엔비디아의 새로운 제품과 사업 계획이 공개될 때마다 박수와 함께 함성이 쏟아졌다.
이날 젠슨 황 CEO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GTC 2024는 3박4일 간의 일정에 본격 돌입한다. 엔비디아는 이번 행사의 규모를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키워 준비했다. 900개의 세션과 250개 이상의 전시, 수십 개의 기술 워크숍 등으로 스케줄을 꽉 채웠다. 온라인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30만명 이상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