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로부터 800억원 투자 유치
한인 스타트업 커뮤니티서 큰 화제
“LG, 사업 이해도 높아…지원 약속”
자율주행 기술 강점…물류시설 투입
[헤럴드경제(미국 산타클라라)=김현일 기자] 이달 12일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서비스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Bear Robotics)가 LG전자로부터 6000만 달러(약 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사실이 한인 스타트업 커뮤니티에서는 화제가 됐다.
전 세계적인 투자환경 악화로 스타트업이 고전하는 가운데 들려온 소식인 만큼 고무적인 분위기다. 베어로보틱스는 이번 투자유치가 로봇 사업의 역량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베어로보틱스의 서빙로봇은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하다. 국내에서는 KT가 베어로보틱스의 서빙로봇을 식당에 대여하는 렌탈 사업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의 45개주와 일본 등 20개국에서 베어로보틱스의 로봇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베어로보틱스 창업자인 하정우 대표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지난해 산업 전반이 투자를 받기 좋은 상황은 아니었는데 이렇게 큰 투자를 받게 됐다. 도약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투자로 아마 동종 로봇업계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베어로보틱스의 경쟁력을 시장에서 충분히 인정받고 있음을 강조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하 대표는 인텔과 구글 등에서 근무했다. 구글 재직 중 실리콘밸리의 순두부가게를 인수해 직접 경영한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이때 서빙 자동화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2017년 지금의 베어로보틱스를 창업하게 됐다.
하 대표는 LG전자의 손을 잡은 이유를 묻자 최근 로봇 스타트업에게 드리워진 그늘에 대해 먼저 얘기를 꺼냈다. 그는 “사실 미국에서도 많은 로봇 회사들이 문을 닫았다”며 “자본은 많이 들어가고 직원은 갈수록 더 많이 뽑아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성공하기가 어려워졌다고들 말한다. 그러다 보니 전통적인 벤처투자자(VC)들의 투자도 기존 공식대로 잘 되지 않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하 대표는 “하드웨어 경험과 글로벌 사업 경험이 있는 기업이 전략적 투자자(SI)로서 우리와 더 많은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LG전자와의 파트너십에 기대감을 보였다.
LG전자는 베어로보틱스의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이번 투자가 단순히 수익만을 목적으로 단행한 재무적 투자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차원의 전략적 투자 대상으로 베어로보틱스를 낙점했다는 설명이다.
하 대표는 “(LG전자가) 로봇 사업을 직접 하기 때문에 좀 더 확실하게 우리의 사업을 이해하고 정확하게 어떠한 지원이 필요한지까지 세세하게 알고 있다는 점이 매우 만족스러웠다”며 “LG전자에서도 우리의 글로벌 시장 확장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하 대표는 이제 식당을 넘어 산업용 로봇 시장을 내다보고 있다. 이미 파나소닉의 공장에 베어로보틱스의 로봇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사람이 많고 복잡한 식당에서만 로봇이 주행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식당 밖이 오히려 더 쉬워 보였다”고 말했다.
베어로보틱스는 최근 국내 인공지능(AI) 물류 플랫폼 기업 파스토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캐나다 물류컨설팅회사 LIDD와도 파트너십을 맺는 등 산업용 로봇 시장을 겨냥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 대표는 “베어로보틱스의 로봇은 이를 테면 자재 창고에서 조립 라인까지 물건을 나르는 역할을 수행하고 엘리베이터도 탈 수 있기 때문에 복층 배달도 가능하다”며 “우리가 그만큼 가장 뛰어난 자율주행 기술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