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뉴질랜드 남섬의 남쪽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마나포우리 호수에 날개를 단 친환경 유람선 수중익선(水中翼船: hydrofoil)이 뜬다.
수중익선은 수면 아래에 붙어 있는 배의 날개로 부터 양력을 받아 선체를 띄워 공중에 떠다니다시피 하며 운항하고, 물의 저항을 덜 받게 하여 최소한의 동력으로 중·고속 활주를 하는 선박이다. 배를 띄워주는 역할을 하는 물 속의 날개가 바로 수중익이다.
다만 양력이 수직으로만 발생하므로 선체의 상하 움직임이 강하고 수중익이 양력만 발생시킬뿐 자세 안정 효과는 없기 때문에 바다 보다는 강에서 쓰임새가 크다.
19일 뉴질랜드 재생 에너지 기업 메리디안 에너지(Meridian Energy)에 따르면, 최근 이 회사는 스웨덴 기업 칸델라(Candela)와 계약을 체결, 마나포우리 호수에서 2025년 부터 전기 수중익선 페리 칸델라 P-12를 운항하기로 했다.
칸델라 P-12를 운항하면 매년 탄소 배출량 240톤을 줄일 수 있다. 휘발유 차량 52대가 도로 운행을 중단하는 것과 같은 효과다.
마나포우리 호수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로 손꼽힌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에 위치한 호수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세계에서 가장 청정한 수역에 속한다.
이곳에 있는 메리디안의 마나포우리 수력 발전소는 뉴질랜드 평균 60만 가구 이상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며 뉴질랜드 수력 저장 시스템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일단 이 수중익선은 발전소와 협력업체 임직원 및 가족 수천명을 상대로 운항한다. 평가가 좋으면 일반 대중들과 공유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디안 에너지의 타니아 팔머(Tania Palmer) 발전 부문 총괄 본부장은 “칸델라 전기 페리를 통해 메리디안의 내부 수송 탄소 배출을 줄이고 2030년까지 배출량 절반 감축이라는 기업 목표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P-12는 컴퓨터 제어 수중익선 방식으로 선체를 띄워 높은 속도로 날듯이 활주하므로 기존 선박에 비해 마찰과 항력이 약 80% 적게 발생하며 배터리 전원만으로 장거리 및 고속 이동이 가능하다.
25노트 순항속도에서 항적은 15cm(약 6인치) 미만으로, 세계유산 마나포우리 호수의 호안선 침식을 최소화하고 뉴질랜드 장어를 비롯한 토착 어종의 서식지를 보호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