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 주자 미국의 엔비디아가 18일(현지시간) 차세대 AI 칩을 선보였다. 이에 국내에서 엔비디아의 직접 수혜를 받아온 종목 뿐 아니라 반도체 섹터 전반의 훈풍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을 엔비디아이 독점 공급해왔으며, 삼성전자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하이닉스의 HBM의 후공정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미반도체, AI 가속기 생산 기업에 고다층 메인보드 기판(MLB)을 공급하고 있는 이수페타시스도 엔비디아 수혜의 핵심 사정권에 있다.
KB증권은 지난 12일 하이닉스가 경쟁사 진입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개선 등으로 엔비디아 HBM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18만원에서 21만원으로 17% 상향 조정했다. 김동원 연구원은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1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23% 증가할 것"이라며 "D램의 경우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전략적 공급 축소 속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하고, 낸드는 출하 감소에도 ASP가 상승하고 저가 제품 비중이 축소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고부가 스페셜티 D램 매출 비중이 지난해보다 3배 증가하면서 D램 ASP가 전년 대비 70%가량 상승하고, HBM가 D램 전체 매출에서 5분의 1 이상 차지하며 수익성 개선을 이끌 것"이라며 "낸드는 감산 지속에 따른 공급 축소와 ASP 상승으로 적자가 전년 대비 8조원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경쟁사 신규 진입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 HBM 시장 지배력을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며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 제품 경쟁력 관점에서 대체재가 없고, HBM3E(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라인의 생산성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2026년까지 전 산업 분야에 AI 침투율이 급증하는 가운데 천문학적 AI 연산 등을 감당할 AI 전용 데이터센터 구축이 필수적인 점도 근거로 들면서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해 초보다 129% 상승했지만,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엔비디아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 센터에서 개발자 콘퍼런스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2024'를 열고 차세대 AI 칩 'B200'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 'B200'은 현존하는 최신 AI 칩으로 평가받는 엔비디아 호퍼 아키텍처 기반의 H100의 성능을 뛰어넘는 차세대 AI 칩이다. 새로운 플랫폼 '블랙웰'을 기반으로, H100 대비 최대 30배의 성능 향상을 제공하며, 비용과 에너지 소비는 최대 25분의 1 수준이라고 엔비디아는 설명했다.
젠슨 황 CEO는 "호퍼는 매우 환상적이었지만, 우리는 더 큰 GPU를 원한다"면서 블랙폼을 소개하며 "블랙폼은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는 지난 30년 동안 딥 러닝, AI와 같은 혁신을 실현하기 위해 가속 컴퓨팅을 추구해 왔다. 생성형 AI는 우리 시대를 정의하는 기술이다"라면서 블랙웰 GPU는 이 새로운 산업 혁명을 구동하는 엔진으로,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기업들과 협력해 모든 산업에서 AI의 가능성을 실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블랙웰은 게임 이론과 통계학을 전공한 수학자이자 흑인으로는 최초로 미국국립과학원에 입회한 데이비드 헤롤드 블랙웰을 기리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새로운 아키텍처는 2년 전 출시된 엔비디아 호퍼(Hopper) 아키텍처의 후속 기술이다.
블랙웰은 최대 10조 개의 파라미터로 확장되는 모델에 대한 AI 훈련과 실시간 거대 언어모델(LLM) 추론을 지원한다. 블랙웰 아키텍처 GPU는 2천80억개의 트랜지스터를 탑재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칩이라고 엔비디아는 밝혔다. 엔비디아는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개당 가격이 기존 H100보다 최소 1만달러 이상 더 비싼 5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