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료계 대치에 소환된 실손 비급여 논쟁

“필수 의료인력 확보 위해 실손보험 개혁부터”

보장 또 축소되나…소비자 피해 우려 시선도

‘ 의사 부족’ 사태의 시작이 실손보험 비급여 때문?[머니뭐니]
전공의 집단이탈이 장기화하고 있는 6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복도.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한 데 따른 의사 파업이 이어지자 때아닌 실손보험 비급여 논쟁이 일고 있다. 필수의료 인력난의 원인이 실손보험 정책 실패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 것. 이참에 실손보험 비급여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이 의료계 파업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실손보험이 과잉 진료가 가능한 시장을 만들었고,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외면하고 저위험·고수익 경증 치료 중심의 개원의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는 “의료계 파업이 실손보험 때문으로 보는 건 과도하다”면서도 실손보험 구조개편은 필요한 조처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실손보험 비급여 시장은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비급여 진료로 지급한 보험금은 2021년 7조9000억원에서 2032년 14조7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최근 5년간 100.4~113.1% 수준을 나타냈다. 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받은 보험료보다 나간 보험금이 더 많다는 의미다.

새로운 비급여 항목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최근에는 호흡기 질환 유행에 편승해 비싼 비급여 주사제를 과잉 처방하는 병원이 급증하고 있다. 삼성·현대·DB·메리츠 등 대형 손해보험사 4곳의 비급여 주사제 실손보험금 지급액(호흡계·근골격계 질병진단 기준)은 지난해 3193억 원으로 전년(2022억원)보다 57.9% 늘었다.

이 같은 문제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건강보험에서 제외되는 비급여 항목을 보장하는 실손보험 상품 구조상 과잉 의료는 언제든지 촉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 70%가 넘는 3500여만명이 가입돼 있는 실손보험이 과잉 진료를 부추겨 의사들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해석이다.

상황이 이렇자 5세대 표준약관 개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과잉 의료행위 차단을 위해 실손의료보험 상품 구조 개선 작업을 하고 있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손보험 상품구조 개편은 보장 수준을 적정화하고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보험금 지급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4세대 실손보험에서는 비급여에 대해서는 의료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할증하는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했는데, 업계에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 비급여 항목별 의료이용량 등 지급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 통과에 이어 의대 증원도 강행하는 것으로 보아 현 정부의 의료계 척결 의지가 큰 것 같다”라며 “실손보험에서 손실을 보고 있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구조 개편이 시급하지만, 이 과정에서 보장이 축소되는 등의 소비자 피해는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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