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초고용량 변압기 수출액 33.1%↑
대규모 데이터 시설 등이 전력기기 수요 이끌어
머스크 CEO “변압기 부족 문제 일어날 수 있어”
국내 전력기기 업체 올해 호실적 예상돼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전 세계적인 AI(인공지능) 열풍에 K-변압기의 상승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AI 발전으로 많은 전력이 소요되는 데이터 시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마저 변압기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고 예측할 정도로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은 올해도 수주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우리나라의 변압기 수출액(용량 1만㎸A 초과 기준)은 약 6871만달러(약 9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5159만달러)보다 33.1% 증가했다. 2년 전인 2022년 1월(1731만달러)과 비교했을 때는 4배 가까이 올랐다. 변압기는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가정, 공장 등에 송전되기 이전에 전압을 높이거나 낮추는 전력기기이다.
변압기를 비롯한 전력기기 수요는 지난해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지연됐던 인프라 건설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재개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초고용량 변압기 수출액은 6억8341만달러(약 9000억원)로 전년(3억8407만달러) 대비 77.9% 증가했다.
변압기 수출액은 올해 내내 고공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국가들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면서 신규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데다가 대규모 데이터 시설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챗GPT로 대변되는 AI 시장 확산은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모를 늘린다”며 “자동화, 로봇 등도 전력 수요를 늘리는 요인 중 하나”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 노후화된 변압기가 많은 점도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의 산업용 변압기 중 33% 이상은 30년 이상 사용됐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변압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수요 대비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인프라를 제때 구축하기 위해서는 한국 혹은 유럽 기업 제품을 수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요가 치솟아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머스크 CEO는 지난달 열린 보쉬 커넥티드 월드 콘퍼런스에서 “(AI 발전에서) 1년 전에는 신경망 칩의 부족이 문제였다면 다음에는 변압기 부족이 예측된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은 연이은 전력기기 수주로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152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무려 2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LS일렉트릭(3249억원), 효성중공업(2578억원) 영업이익은 각각 73.3%, 80% 늘었다. 향후 매출에 반영되는 수주잔고를 넉넉히 확보했고, 추가 수주가 예상되는 만큼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은 올해 호실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전력기기 3사들은 제품 포트폴리오 및 수출 다변화를 통해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1173억원을 투자해 중저압차단기 공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공장 완공 시 HD현대일렉트릭의 중저압차단기 생산 능력은 현재 대비 약 2배 증가할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고 있는 호주에 신규 지사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영국 시장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약 1200억원 규모의 영국 보틀리 ESS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네덜란드에 있는 연구개발(R&D) 생산 기술센터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