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새 82% 오른 엔비디아 주가

TSMC 44%↑·삼성전자 박스권 ‘대비’

고객사 여럿 둔 파운드리 업체…변수 다양

메모리까지 둔 삼성전자

HBM·파운드리 수혜 하반기 전망

삼성·TSMC 없으면 AI 칩 못 만드는데…왜 엔비디아만 잘 나갈까?[김민지의 칩만사!]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최근 주식 시장의 가장 핫한 키워드는 단연 인공지능(AI) 반도체죠. AI 광풍의 대표 주자 엔비디아 주가는 불과 3개월 만에 2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올 1월 2일 481.68달러에서 지난 8일 875.28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메모리)를 납품하는 SK하이닉스 주가도 꾸준히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AI 반도체와 관련이 있다 하면 기업 크기를 막론하고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정작 AI 반도체를 제조해주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삼성전자, TSMC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고전 중입니다. 엔비디아 칩도 삼성전자나 TSMC 없이는 만들 수 없는데 왜 엔비디아로만 호재가 몰리는 걸까요? 오늘 칩만사에서는 파운드리 업계가 AI 칩 붐에 따른 수혜를 언제쯤 ‘제대로’ 볼 수 있을지 알아보겠습니다.

엔비디아 82% 오를때 TSMC 44%↑…고객사 여럿, 변수도 다양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TSMC 주가는 지난 8일 146.37달러로 마감, 올 1월 2일 101.53달러 보다 44%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82% 가량 오른 엔비디아 주가에 비하면 상승폭은 절반 수준입니다.

삼성전자 주가는 오히려 연초 대비 떨어졌습니다. 1월 2일 7만9800원을 찍으면서 8만 전자를 코앞에 뒀지만 12일 7만3300원에 마감, 박스권에 갇힌 상황입니다.

삼성·TSMC 없으면 AI 칩 못 만드는데…왜 엔비디아만 잘 나갈까?[김민지의 칩만사!]
대만 TSMC 로고. [로이터]

TSMC와 삼성전자는 글로벌 톱2 파운드리 기업입니다. 엔비디아가 개발한 AI 반도체를 제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무리 좋은 칩이어도, 이들이 없으면 생산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엔비디아에 비해 주가가 약세인 이유는 파운드리 회사의 특성 때문입니다. 파운드리 회사는 수많은 고객사를 두고 있습니다. TSMC의 경우 엔비디아 뿐 아니라 애플, 퀄컴 등의 반도체를 위탁생산하고 있는데, 각 고객사 업황에 따른 여러가지 변수에 영향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애플은 TSMC의 지난해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큰 고객사입니다. 그런데 애플에 통상 1분기는 아이폰 판매 둔화에 따른 비수기입니다. 때문에 TSMC 1분기 실적도 부진한 편입니다. 실제로 연초 6주 동안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 급감했다고 합니다.

AI 반도체 붐에도 TSMC가 올 1분기 실적 전망을 다소 소극적으로 잡은 이유입니다. 앞서 TSMC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서 1분기에 180억~188억달러의 순이익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전분기(196억2000만달러)보다 적은 수치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TSMC의 올 1~2월 매출은 약 126억달러로 추정됩니다.

삼성·TSMC 없으면 AI 칩 못 만드는데…왜 엔비디아만 잘 나갈까?[김민지의 칩만사!]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부 [삼성전자 제공]

‘8만전자’ 멀어진 삼성…HBM·파운드리 ‘찐’ 수혜는 하반기부터?

파운드리 전문인 TSMC도 이런데, 메모리와 시스템LSI 사업까지 하고 있는 IDM(종합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는 변수가 더 많겠죠. 메모리 분야에서는 엔비디아가 필요로 하는 HBM을 개발 및 양산하고 AI 반도체를 위탁생산하고 있다지만, 여러 변수가 그 효과를 상쇄하는 탓에 주가 상승 효과는 미비합니다.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우선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에 5세대 제품 HBM3E 공급을 하고 있지 못합니다. SK하이닉스가 앞서부터 4세대 제품인 HBM3을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해왔고, 2분기 출시할 예정인 GPU B100에 HBM3E를 공급하기로 한 것과 비교되는 점입니다.

삼성·TSMC 없으면 AI 칩 못 만드는데…왜 엔비디아만 잘 나갈까?[김민지의 칩만사!]
삼성전자 12단 HBM3E [삼성전자 제공]

다만, 하반기에는 확실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삼성은 최근 엔비디아에 12단 HBM3E 제품 샘플을 제공하고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8단 HBM3E 출하가 올해 3분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여 HBM 경쟁력 우려도 완화될 것”이라며 “12단 제품은 고객사 탑재 제품이 없어 내년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AI 붐에 따른 수혜를 제대로 입으려면 파운드리 사업 실적 개선도 필수적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가 지난해 4분기 9000억원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적자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정기봉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에서 “(2024년) 1분기에는 AI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이나 PC 신제품 출시로 수요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고객사에서 재고를 줄이는 추세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어 실적이 크게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삼성·TSMC 없으면 AI 칩 못 만드는데…왜 엔비디아만 잘 나갈까?[김민지의 칩만사!]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실제로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 격차는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12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매출은 196억6000만달러로 분기 점유율 61.2%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은 36억1900만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점유율은 3분기 12.4% 보다 소폭 하락한 11.3%를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실적 개선은 하반기부터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3나노, 4나노는 물론이고 2나노 AI 가속기 칩 수주에 성공하는 등 이전보다 개선된 수주 실적을 거뒀다”면서 “그 효과는 연말부터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의 안정적 양산과 2나노 공정 개발을 중심으로 AI 가속기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응용처 주문을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GAA는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 4개면을 게이트가 둘러싸는 형태로, 반도체 초미세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됩니다. 삼성전자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3나노부터 GAA를 도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