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기획, 서민 주거사다리 방해

전문가 “빌라공급급감 원인” 지적

서울 내 신축 빌라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서민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 빌라 공급이 줄어들며 월세는 오르고, 서민은 목돈을 모을 기회를 잃고 있다. 전세사기와 고금리 등 경기침체가 큰 원인으로 파악된다. 또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권리산정기일도 빌라 공급이 크게 줄어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7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내 다세대 주택 착공 실적은 3986호로 파악됐다. 전년(1만5386호)대비 25.9% 수준이다. 서울 안에서 지어지는 연립·다세대 즉 빌라들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2020년에는 2만3814호, 2021년에는 2만 1847호였던 것이 재작년 1만5386호로 크게 줄더니 지난해에는 5000호에도 착공 실적이 못 미친 것이다.

다세대와 함께 서민들의 대표적인 주거 공간인 연립주택도 2020년 1005호가 착공됐던 것이 지난해에는 551호로 반토막 났다. 심지어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해 7월,8월에는 단 한 건의 착공도 없었다.

이처럼 신축 빌라들의 공급이 줄어드는 것은 빌라 임차료 급격한 상승의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의 연립·다세대 월세가격지수(2021년 6월=100)는 102.7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5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송파구 빌라촌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임차인들은 전부 신축을 찾는데 최근 지어진 깔끔한 빌라들이 찾기 너무 힘들다”면서 “전세사기 여파에 공급까지 줄며 가끔씩 나오는 신축빌라들은 월세가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오른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빌라 공급이 줄어드는 데는 서울시만의 특별한 사정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신통기획의 권리산정기일이 지나치게 빠르다고 지적한다. 권리산정 기준일이란 재개발 등 정비사업장에서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기준 날짜를 말한다. 즉 신통기획 구역에서 권리산정 기준일 이후에 주택을 취득하면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추후 현금 청산 대상이 된다. 실제 도시형생활주택을 주로하는 시행사 대표 김모 씨는 광진구에 30억원을 들여 투룸 빌라 10가구를 지어 놓고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김씨는 2021년 7월 땅을 사들여 인허가를 마친 뒤 같은해 12월 공사를 시작했다. 2022년 8월 건물은 지어지고 준공허가까지 마쳤다. 그 과정에서 빌라의 절반 가량은 분양까지 마쳐 준공 후 수분양자들은 입주했다.

문제는 그 뒤에 터졌다. 준공 한달 뒤 서울시에서는 신통기획 2차 공모를 시작했는데, 김씨 건물이 속한 지역이 신통기획 공모에 지원해 선정된 것이다. 해당 지역에 대해 서울시에서 지정한 권리산정 기준일은 2022년 1월 28일로 김씨의 건물이 이제 막 착공을 들어갔을 당시다. 결국 김씨의 빌라가 현금청산 대상이 되면서 사겠다는 사람은 없다. 해당 빌라가 나중 아파트를 받는데 권리상 하자가 없을 것이라 믿고 샀던 수분양자들도 투자한 금액에 크게 못 미치는 돈을 받고 내쫓기게 생겼다.

하지만 서울시는 “공모 전부터 권리산정 기준일은 2022년 1월 28일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렸으니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당시는 재개발 경기가 워낙 좋아 후보지로만 선정돼도 ‘프리미엄’이 붙을 때”라면서 “강력한 투기 방지 대책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현재 서울시는 신통기획 선정방식을 ‘연 1회’ 공모에서 수시 모집방식으로 바꿨다. 그 과정에서 권리산정기준일도 바뀌었다. 이제는 구청에서 시청에 신통기획을 신청하는 때 또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구청장이 지정하는 때로 정해진다.

다른 시행사 대표 황모씨는 “사업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예측가능성”이라면서 “시는 신통기획의 권리산정기준일을 모아타운처럼 착공 시점으로 바꿀 필요성이 있다. 신통기획의 현금청산자가 많다 보니 사업도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예측이 불가능해 서울 어느 곳에서도 빌라를 더이상 지을 수가 없다”고 했다. 서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