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여신서 거액 부실채권 발생

지난해 고정이하여신비율 0.37%

‘건설업 대출 부메랑’ 비상관리체계 들어간 농협은행[머니뭐니]
농협은행 전경[농협은행 제공]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NH농협은행이 비상관리체계에 돌입했다. 4대 시중은행 보다 월등히 높은 연체율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특히 지난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대량으로 판매한데다, 건설업 여신에 집중하다 보니 연체가 올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연체 채권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올해부터 비상관리체계에 착수했다. 대출 채권의 연체 진입을 사전에 방지하고 조기 상·매각을 실시하는 등 부실채권 감축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거액 부실채권에 대한 집중관리 및 조속 정리도 추진한다.

농협은행이 이같은 비상관리체계에 착수하는 건 올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데 따른 것이다. 농협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금액은 1조1079억원,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37%로 시중은행 대비 높은 편이다.

이같은 이유로 농협은행은 시중은행보다 월등히 높은 비중의 충당금을 쌓아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해왔다. 지난해 3분기 농협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은 277.6%로 나머지 4대 시중은행(203~239%) 대비 40%포인트 넘게 높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차주들 중 취약차주의 비중이 높아 부실채권(NPL) 비율 역시 4대 시중은행은 0.22~0.26%에 불과한 반면 농협은행은 0.34%에 달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지속 및 한계차주 증가 등의 영향이 있었으며, 건설업과 관련해 거액 고정이하여신이 발생하면서 고정이하여신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올해에도 건전성 우려가 지속될 거라는 점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7월 5대 은행 중 가장 먼저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2조원 한도로 출시했다. 고정금리 대출상품 비중을 높이는 동시에 고객들의 금리 부담을 낮추겠다는 계획이었다. 해당 상품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한도가 소진될 만큼 빠르게 팔려나갔다.

건설업권에 거액 여신이 나간 것도 큰 요인이다. 농협은행의 경우 각 지역에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지점이 분포돼있어 개인 및 법인 접근성이 매우 좋은 편이다.

금융감독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5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1000개가 넘는 영업점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농협은행의 국내 지점 및 출장소는 총 1107개에 달하는 반면,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각각 794개, 722개, 597개, 711개에 불과하다.

소비자 접점이 넓어 공격적인 영업이 가능하지만, 그만큼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떨어지면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등 직격탄을 맞기 좋은 환경인 것이다. 집값 반등기가 오지 않고, 또 차주의 상환 능력이 회복되지 않는 이상 농협은행의 건전성 우려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석용 NH농협은행장도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신년사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체계를 확립하고 선제적인 리스크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첫 번째 중점 추진 과제로 리스크 관리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교한 리스크관리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철저한 잠재리스크 관리를 통해 거시경제 불확실성 증대 및 한계기업 증가 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