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위기 당분간 지속 불가피 전망
자국채권자 우선보호, 외국인투자자 손실 불가피
홍콩법인만 적용·청산 수순 예견…파급효과 제한적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청산 명령을 받으면서, 중국 부동산발(發) 위기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헝다 사태가 2년 넘게 지속된 이슈로 파급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콩 법원이 29일 헝다에 대해 청산 명령을 내리자, 해외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중국 부동산 시장에 일제히 부정적 평가를 내놨다. 오리엔트 캐피털 리서치의 앤드루 콜리어 이사는 “헝다 청산은 중국이 부동산 거품 진압을 위해 극단적 결말도 용인한다는 신호”라며 “장기적으로 경제에 좋지만, 단기적으로는 매우 어렵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부동산 부문과 관련 산업 침체가 수년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부동산이 GDP(국내총생산)의 20%를 상회하고, 중국인 재산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리스크로 인한 중국 경제 전반에 연쇄적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중국 당국은 헝다그룹이 자산 매각에 돌입 시, 자국 채권자를 우선 보호한다는 입장을 내세운 만큼 외국 투자자의 손실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헝다그룹의 채권을 보유한 은행은 약 200개며, 이 중 30개는 외국계 은행이다. 외국계 기관 투자자들도 약 50개에 달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의 신용 리스크와 유동성 리스크를 높일 거란 분석이다. 헝다 외에도 원양(遠洋)집단, 완다(萬達) 등 부동산 업체들도 정도 차이일 뿐, 디폴트 위기에 놓였거나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청산 결정은 헝다그룹 전체가 아닌, 홍콩에 상장된 주요 법인 중 하나인 중국헝다에만 적용되는 조치다. 헝다 사태가 지난 2년 6개월간 지속된 이슈인데다, 청산 수순 전망이 제기됐던 만큼 제한적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헝다 그룹 청산 결정의 향후 파장을 우려하는 시각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본다”며 “(다만) 약 2.4조 위안의 부채를 안고 있는 대형 부동산개발업체의 청산 결정은 국내외 투자가에게 상당한 손실을 입힐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홍콩H지수 추가 하락 가능성에 따른 국내 투자자들의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손실 규모 확산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 부동산 위기가 홍콩 증시까지 옮겨붙을 시 더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 홍콩 H지수 ELS 상품은 올해 상반기(1분기 3조9000억 원·2분기 6조3000억 원)에 만기(3년)가 집중됐다. 현 추세대로라면 5대 은행에서 판매한 상품의 원금 손실 규모는 상반기에만 5조∼6조 원에 다다른다.
다만 전날 법원의 청산 명령에도 홍콩 증시는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다. 이날 홍콩 증시에서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6%, 홍콩H지수는 0.5% 상승했다.
한편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2~29일) 중국 증시에 넣은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은 대거 빠져나왔다. 국내 투자자들이 중국 증시에서 순매수한 상위 5대 종목 결제액 합계는 305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90% 줄었다. 홍콩 증시에서 순매수한 상위 5대 종목 결제액 합계는 1959만 달러로 33%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