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7 생산 위해 내년 2월까지 아산공장 재정비
EV9 국내 판매 급감세…6월 1334대→11월 375대
“배터리 용량 낮춘 ‘라이트’ 트림, 국내 판매 가능성도”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현대자동차가 내년도 브랜드 최초로 선보일 예정인 플래그십 대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아이오닉7의 판매 가격을 어느 수준으로 책정할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아가 한발 앞서 지난 6월 아이오닉7의 동급 전기 SUV인 EV9을 국내 최초로 내놓으며 시장 개척에 나섰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발목이 잡혀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인 바 있다. 그만큼 아이오닉7의 판매 전략을 짜는 데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28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년 하반기 아이오닉 7을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 이번 출시를 위해 이달 말부터 내년 2월 13일까지 아산공장 생산 설비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아이오닉7은 현대차가 지난해 11월 미국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LA 오토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콘셉트 모델 세븐을 기반으로 제작된다. 기아 EV9과 마찬가지로 브랜드를 대표하는 대형 전기 SUV다.
차량의 크기, 배터리 성능 등 구체적인 차량의 제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재 현대차에서 가장 큰 몸집을 갖춘 내연기관 모델 팰리세이드와 비슷한 크기에 EV9과 동일한 E-GMP플랫폼과 99.8㎾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가장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차량의 가격대다. 출시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기아 EV9이 최근 국내 시장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 든 원인으로는 ‘비싼 가격’이 꼽힌다.
EV9의 판매가격은 환경친화적 자동차 세제 혜택 후 개별소비세(5%) 과세표준 계산 방식 특례 적용 기준 ▷에어 2WD 7337만원 ▷에어 4WD(사륜구동) 7685만원 ▷어스 2WD 7816만원 ▷어스 4WD 8169만원 ▷GT라인 8397만원이다. 여기에 21인치 휠, 듀얼 선루프, 빌트인 캠 등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옵션들을 추가하면 차량 가격은 트림에 따라 최대 9000만원 후반대까지 오른다.
차량 가격 공개 이후 시장 안팎에서는 “소비자들의 기대치 대비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평가가 나왔고, 이같은 평가는 판매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EV9은 출시 첫 달인 지난 6월 1334대가 팔리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지만, 이후 7월 1251대, 8월 408대를 기록하며 판매량이 급감했다. 이후 기아가 일부 재고 모델에 한해 임직원 할인 카드 등을 꺼내들면서 9월 1163대로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한달여 만에 판매량은 다시 833대로, 지난달에는 375대로 가장 낮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에 기아는 극약처방으로 연말 대규모 할인에 나섰고, 일부 재고 모델의 경우 신차 가격 대비 2000만원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면서 재고 물량이 빠르게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국내 시장에서 배터리 용량을 낮춘 ‘라이트 모델’을 출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V9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는 99.8㎾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만 판매하지만, 북미와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는 76.1㎾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한 2WD 전용 ‘라이트’ 트림을 판매하고 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기아 EV9은 ‘2024 북미 올해의 차’ 유틸리티 부문 후보에 선정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상품성 측면에서는 경쟁력을 인정받았지만, 가격 면에서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며 “아이오닉7은 현대차가 성공적인 전동화 전환을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야하는 모델인 만큼 (현대차가) 판매전략을 신중하게 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