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자율주행차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의 딜레마

“키트 도와줘!” 1985년 국내에 방영된 미국 드라마 ‘전격 Z작전’에 자주 나오던 대사다. 범죄조직과 맞서 싸우던 주인공은 위기의 순간마다 손목에 찬 시계를 통해 AI(인공지능) 기반의 최첨단 자율주행차인 키트(K.I.T.T.)에게 도움을 청했다.

3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는 키트와 같은 AI 기반 자율주행차를 꿈이 아닌 현실에서 몰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이러한 자율주행차가 개인소유, 공유, 대여 등의 용도로 탑승객의 개인정보(위치정보, 행태정보, 스마트폰과 동기화 시 연락처, 기타 앱 정보 등)를 수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또 운행을 위해 텔레매틱스 로그 데이터(주행기록계의 기록, 차량등록번호, 카메라 영상) 등 다량의 개인 데이터도 처리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다수의 관련 기업이 좋은 의도를 가졌더라도 현재의 자율주행차 기술에 대한 개인정보 및 보안 정책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내고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여전히 불충분한 상태다.

완전자율주행차라 인식되는 ‘레벨 4’ 이상이 도로를 원활하게 주행하기 위해서는 지능형 교통 체계라는 핵심 인프라의 조성이 필요하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오는 2025년까지 1만2995㎞에 달하는 지능형 교통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지능형 교통 체계는 차와 도로가 하나의 통신망으로 연결돼 충돌이 예상될 경우 위험감지 신호를 송출하도록 설계된다. 결과적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관리하는 지능형 교통 체계는 대규모의 개인정보 처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즉 사람이 인식하고 판단하기 위해 소요됐던 인지기능을 AI 기능을 탑재한 자율주행시스템과 지능형 교통체계가 대체하면서 대규모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데이터 처리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데이터의 보호와 활용을 위해 2차례에 걸친 ‘개인정보 보호법’의 전면 개정을 단행했다. 2020년 첫 번째 전면 개정은 가명 정보의 활용 기반 마련 및 익명 정보의 개인정보보호법 적용 제외를 통한 데이터 활용 범위를 확대한 것이 골자였다. 2023년 두 번째 전면 개정에선 동의 제도를 개선했다. 계약의 체결·이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두 번째 전면 개정에서는 개인정보의 추가적인 이용 및 제공 요건을 개선하는 동시에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에 관한 규정을 신설했다. 이 부분에서는 자율주행차 운행 시 적법하게 처리할 수 있는 개인영상정보의 활용 범위를 확대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개인정보는 개인의 인격 주체성을 특징짓는 사항이다. 안전한 활용 기반이 형성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호를 위한 보다 내실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차를 개발·운영하는 관련 기업도 관계법이 요구하는 의무 사항을 준수하고, ESG 경영 관점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자율규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인권은 공기와 같다. 인권이 보장될 때는 그 소중함을 모르지만, 한번 훼손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기업, 정보 주체 모두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주인공이 되어 안전한 환경 속에서 키트의 조력을 받기를 바란다.

조수영 숙명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