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오는 22일 밤은 1년중 가장 길다. 바로 동지(冬至)이다. 그리고는 낮이 다시 길어진다. 동지는 그래서 새 출발을 의미한다.

동지를 태양, 즉 생명력과 광명의 부활이라고 여겼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작은 설’ 즉 아세(亞歲)라고 불렀고, 중양(동양,서양 아닌 아중동)과 서양에서도 비슷한 ‘태양 축원 의식’을 했다.

▶작은 설, 동지(冬至) 이야기= 동지 팥죽도 태양과 무관치 않다. 팥이 양(陽)의 색이라 동지 긴긴밤 팥죽이나 시루떡을 만들어 먹는 것이 음귀를 쫓는데 효과적이라는 믿음은 밝은 내일을 기약하려는 희망 의식이었다. 호랑이가 긴긴밤의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고 양기(陽氣))를 발산해 짝짓기를 감행한다고 해서 ‘호랑이 장가가는 날’로 부르기도 했다.

크리스마스(Christmas)는 ‘그리스도의 미사(Christe Maesse)’라는 뜻인데,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을 기념한 고대 로마의 ’정복 당하지 않는 태양의 탄생일‘ 축제와 연관이 있다. 서기 313년 로마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크리스트교를 공인하자, 예수(Christ) 탄생의 의미를 기존의 태양 의식(maesse)에 얹어 성탄 축제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12월 하순은 예수 탄생 이전부터 유라시아, 남미 등지에서, 태양이 다시 길어지는 것을 기념하는 축제를 대대적으로 벌이던 때라서, 많은 나라들이 이 시점을 성탄절로 삼으려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동지, 태양, 팥죽, 성탄은 연결된다.

길고 긴 밤 동지에 새해 달력을 나눠주는 이유[함영훈의 멋·맛·쉼]
팥죽
길고 긴 밤 동지에 새해 달력을 나눠주는 이유[함영훈의 멋·맛·쉼]
동지에 나눠주는 달력

우리나라의 동지 풍속을 보면 동짓날 궁중에서는 관상감에서 만든 책력을 백관에게 나누어 주었고, 백관들은 하사받은 책력을 다시 친지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민간에서는 벽사(辟邪)의 의미로 동지에 팥죽을 쑤어 사당에 올리는 동지고사를 지냈고 집안의 여러 곳에 팥죽을 뿌렸다. 또한 웃어른의 장수를 기원하며 버선을 지어 드리기도 하였다.

길고 긴 밤 동지에 새해 달력을 나눠주는 이유[함영훈의 멋·맛·쉼]
동지 버선

▶삼청동 가는 길에 즐기는 우리 풍속, 동지 체험=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금요일인 오는 22일 ‘우리 작은 설, 동지(冬至)를 아세(亞歲)!’ 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우리 민족의 전통 명절인 동지와 관련한 세시풍속 체험 운영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즐거움과 더불어 문화 이해 및 확산을 도모하고자 기획된 것으로, 국립민속박물관 본관과 어린이박물관, 파주관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였다.

국립민속박물관 본관과 어린이박물관에서는 동짓날인 12월 22일 동지와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10시부터 오촌댁을 비롯한 국립민속박물관 본관 전역에서 가정의 평화를 기원하고 한 해의 액운을 물리쳐 주는 ‘새해도 풍년을 기원한다, 봉산탈춤으로 여는 팥죽고사’가 진행된다. 정문에서 산대놀이로 시작되어 오촌댁 고사에 이은 본관 앞마당에서의 한바탕의 사자춤으로 흥겨운 작은 설날 동지행사를 시작한다.

길고 긴 밤 동지에 새해 달력을 나눠주는 이유[함영훈의 멋·맛·쉼]
봉산탈춤

이어 본관에서는 관람객들의 새해 건강을 기원하는 ‘건강한 한 해를 맞이할래, 동지 팥죽 나누기’ 행사가 11시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내년 달력을 동지에 준다= 이와 함께, 동지팥죽의 의미를 알아보고 되새기는 ‘불운을 막는 브로치, 팥죽 모양 닥종이 장식 만들기’, ‘양의 털을 쓴 팥죽 한 그릇: 팥죽 모양 양모컵 만들기’와 어린이 대상 ‘동지팥죽 네 컷 찰칵 : 네컷 사진 동지팥죽 이벤트’ 행사가 17시까지(행사별 시간 다름) 국민을 맞는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하선동력(夏扇冬曆)’과 ‘동지책력(冬至冊曆)’ 풍속과 연계한 ‘찾으면 받는다! 동지 달력, 전시관 속 달력 찾기’ 행사는 관람객에게 우리 국립민속박물관의 2024년도 달력을 드린다.

아울러, 올해에 첫선을 보이는 ‘날으는 청룡을 담는다고, 나만의 동지 달력 만들기’와 어린이 대상 ‘말뚝이랑 동지달력–말뚝이 달력 꾸미기’ 체험교육에 참여한 관람객들은 나만의 달력을 만들어 가져갈 수 있다.

길고 긴 밤 동지에 새해 달력을 나눠주는 이유[함영훈의 멋·맛·쉼]
말뚝이. 동지달력 타이틀

‘동지부적(冬至符籍)’ 풍속과 연계한 ‘나쁜 기운들 다 물럿거라: 동지 부적 도장 찍기’ 체험을 운영한다. 아울러, 어린이들은 ‘건강기원 동지버선: 동지버선 크로스백 만들기’ 체험에 참여할 수 있다.

▶파주의 동지행사=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에서도 같은 날 동지 풍속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나볼 수 있다.

개방형 수장고 속 동지 관련 주제의 소장품과 연계한 ‘수장고 속 동지 풍속 체험활동-동지팥죽 새알심 찾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고, 동지책력 풍속에 기반한 달력 만들기 자율 체험활동 ‘나만의 동지책력 만들기’도 진행된다.

또한 ‘사진 체험활동:동짓날, 수장고에서 한 컷’에서는 수장고에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동지 관련 주제의 일러스트를 배경으로 사진을 인화하여 추억을 가져갈 수 있다. 참여방법은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 홈페이지에 자세히 나와있다.

예수의 탄생일에 대해서는 많은 설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지에 즈음해 성탄절을 정한 것은 해가 다시 길어지는 첫날(올해 한국은 12월23일, 몇몇 해는 12월24일)의 수많은 지구촌 축제가 기존에 벌어지고 있었고, 하느님, 하나님, 태양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고려한 것 아닌가 싶다.

일출을 상징하는 ‘아침의 나라’ 대한민국으로선, 동지가 여간 귀한 날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