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미청구 공사’에 대한 오해…‘미청구’란 표현에 속지 말아야 [투자뉴스 뒤풀이]

국내 주택경기가 불안불안하면서 자연히 건설사들이 재무적으로 위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굵직굵직한 해외건설이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것과 달리 국내 주택 부문의 비중이 커지면서 주택경기와 건설사 재무 안전성 간 연결고리가 강해진 것은 사실이죠.

다만 그 과정에서 ‘미청구 공사’가 유달리 취약점으로 지목되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이번엔 건설사 미청구 공사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현대건설은 미청구 공사로, GS건설은 계약자산과 미청구 공사를 병기해 쓰는 등 건설사별로 표현에 차이가 있지만 언론에선 미청구 공사란 표현을 가장 많이 쓰기 때문에 미청구 공사로 통일하겠습니다.)

▶미청구 공사라고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를 ‘외상값’이라고 표현을 하곤 합니다. 공사는 다 했으나 아직 발주처나 시행사, 즉 공사를 맡긴 측에 돈을 달라고(=청구) 하지 못한 돈이니 외상인 셈이고, 자칫 떼일 수도 있으니 부실 위험 지표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이는 ‘미청구’란 낱말의 사전적 의미가 불러일으킨 오해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미청구 공사 비율이 매출액 대비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거나(그 수치는 각 회사마다, 구체적인 공사 현장마다 다르겠죠) 실제로 손실 처리가 된다면 모를까, 미청구 공사 자체만으로 위험 지표라고 여기긴 힘듭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매출과 비용을 인식하는 회계 기초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제가 ‘투자뉴스 뒤풀이’ 연재를 하면서 수 차례 강조한 회계원칙이 ‘발생주의(accrual method)’와 ‘수익-비용 매칭(matching)’ 개념입니다. 매출(=수익)을 인식하면 그 매출에 대응해 비용을 따라서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아래 두 연재물을 참조해주세요.

[투자뉴스 뒤풀이] 돈 벌었는데 빚이라고?…‘선수수익’으로 이해하는 회계 기본 (2022년 3월 29일)

희망퇴직 받으면서 성과급 잔치는 왜?…회계 기본원리 다시 보기 [투자뉴스 뒤풀이] (2023년 1월 29일)

▶수익-비용 매칭 개념에 대한 이해가 되셨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회계 이야기를 해 봅시다. 발생주의 원칙에 따라 수익과 비용을 대응 시켜서 재무제표에 인식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현금(cash)이 회수되기까진 시간이 필요합니다. 기업들이 동네 중고물품 거래처럼 딱 만나서 바로 물건 넘기고 현금 받지 않으니까요.

만약 회계기간 안에 매출은 인식을 했는데 실제 현금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면 그 만큼은 매출채권(account receivable)으로 잡힙니다. 그리고 실제 현금이 들어오면, 즉 현금 회수가 이뤄지면 매출채권을 현금 계정으로 전환하죠. 이게 아주 일반적인 재무 흐름입니다.

건설사 ‘미청구 공사’에 대한 오해…‘미청구’란 표현에 속지 말아야 [투자뉴스 뒤풀이]
매출(revenue)는 인식했지만 실제 현금(cash)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재무상태표상 자산항목에 매출채권(receivable)로 잡힙니다.

하지만 건설사는 조금 다릅니다. 건설사가 돈을 버는 건물 공사나 토목 공사는 계약을 맺고 완공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립니다. 1년 단위의 회계연도 안에 끝마치는 경우는 거의 없죠. 그 과정에서 원자재를 사들이고 인력을 고용하는 등 엄청난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공사가 다 끝난 시점에서야 매출을 잡게 된다면 공사하는 동안엔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다가 마침내 완공해서 매출을 반영하게 되면 그땐 어마어마한 흑자를 기록하게 됩니다. 너무 들쭉날쭉하고 회계 정보로서 쓸모가 없어집니다.

때문에 건설사나 조선업체처럼 오랜 기간 공사를 하는 업체들은 매출을 일정 기간 나눠서 잡습니다. 이를 우리말로는 ‘기성’이라고 표현하고, 영어로는 ‘percentage(%) of completion’이라고 합니다.

기성을 얼마나 자주, 몇 퍼센트씩 잡을지는 회사마다 공사 진행상황, 원가 투입 비율 등을 토대로 결정합니다. 이렇게 기성을 잡게 되면 그에 해당하는 비용을 대응시켜 재무 상태 보고를 공시하게 됩니다.

문제는 회계상 각 공사 프로젝트마다 기성을 잡는 주기와 회계 보고 시기가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만약 K란 기업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를 회계연도로 하고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특정 공사를 2020년 5월부터 시작해서 2022년말 현재 60%까지 진행했습니다. 이 회사는 기성을 25%씩 4차례에 걸쳐 인식하고 있습니다.

건설사 ‘미청구 공사’에 대한 오해…‘미청구’란 표현에 속지 말아야 [투자뉴스 뒤풀이]

처음 25%와 그 다음 추가된 25%까지 더해서 총 50%는 매출로 인식하면 되고, 실제 돈이 들어오지는 않았을테니 매출채권으로 잡힙니다. 나중에 실제 돈이 들어오면 매출채권은 현금으로 전환하죠.

문제는 2022년 말까지 진행된 10%의 추가분을 어떻게 재무 보고할 것인지 입니다. 아직 다음 기성 인식까지는 15%가 남았기 때문에 당연히 매출채권으로 반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엄연히 10%의 공사는 했죠. 바로 이 때 미청구 공사 계정에 이 10%를 반영합니다.

미청구 공사란 표현 탓에 마치 건설사나 발주처의 속사정 때문에 돈을 제때 못받는 것이란 오해를 불러올 수 있지만, 그런 실질적인 문제와 전혀 무관하게 기본적인 회계 원칙에 따라 발생한 자산 항목의 계정 중 하나일 뿐입니다.

시간이 지나서 매출로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공사가 진행되면(=기성) 미청구 공사는 매출채권으로 전환되고, 더 시간이 지나서 예정대로 돈을 받게 되면 매출채권은 다시 현금으로 전환됩니다.

▶미청구 공사가 잡히는 또 다른 주요한 원인은 발주처와 공사 진행률에 대한 견해 차이 때문입니다.

만약 K건설사가 공사 진행 상황을 좀 공격적으로 잡아서 회계연도 말에 75%의 공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기성 인식에 따라 이에 대한 매출을 잡으려 한다고 해보죠.

대규모 수주 산업은 이렇게 기성이 완료되면 발주처에서 현장 점검을 나옵니다. 진짜 그만큼 차질없이 잘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지 한번 보겠단 것이죠.

그런데 만약에 발주처에서 K건설사가 75% 공사 완료했다고 하는 곳을 와서 보더니 70%까지밖에 공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하면 어떨까요? 건설 공사라는 게 대략적인 기성 인식의 틀이 잡혀 있긴 하지만 조금씩 이견은 있을 수 있습니다.

서로 조율을 하겠지만 끝끝내 건설사와 발주처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발주처가 75%와 70%의 차이인 5% 부분에 대해선 비용청구서(invoice)를 끊지 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K건설사는 이미 75% 공사 진행한데 대한 비용은 들어갔고 스스로 매출을 잡을 수 있을만큼 자기가 해야할 일은 했다고 주장한 셈이니 뭔가 재무상태표상 자산으로 잡긴 잡아야 합니다. 하지만 발주처가 비용청구서를 끊지 말라고 하니 아직 매출로 잡을 순 없습니다.

이 경우 비록 공사가 75% 진행했다고 하더라도, 앞선 회계연도에 매출로 이미 인식한 50%에서 추가한 25%의 공사 진행분 모두를 매출로 잡을 순 없습니다.

때문에 발주처도 동의한 20%까지만 매출로 잡고 매출채권으로 처리합니다. 그리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나머지 5%는 미청구 공사로 남겨놓고 재무 보고를 하게 됩니다.

▶물론 엄연히 수중에 현금이 들어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미청구 공사나 매출채권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불안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 건설사들은 과거 무리한 해외 수주전과 그에 따른 대규모 손실처리의 아픈 경험을 토대로 잠재적 손실 위험에 대한 관리를 매우 강하게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그렇게 쉽게 돈을 떼이지 않게 됐단 뜻입니다. 특히 국내 주택사업의 경우 그 강도가 훨씬 강합니다.

일각에선 아파트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으니 미분양이 대거 발생해 결국 시행사로부터 건설사가 돈을 떼이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또 공사 과정에서 부실 공사나 날림 공사로 인한 시행사와 마찰로 인해 미청구 공사가 일부 손실로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하지만 국내 매출액 대비 미청구 공사 비중은 주요 건설사 대부분 2022년말 기준 5%가 되지 않습니다. 미청구 공사가 대폭 늘었다는 현대건설의 국내 매출액 대비 미청구 공사 비중도 6%대에 불과합니다.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은 아파트가 미분양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의 미청구 공사 비중으로 대형 건설사가 휘청일 것이란 우려는 지나치지 않을까요?

건설사 ‘미청구 공사’에 대한 오해…‘미청구’란 표현에 속지 말아야 [투자뉴스 뒤풀이]

때문에 미청구 공사 자체를 따지지 말고 왜 늘었는지를 봐야 합니다.

교보증권의 지난 4월 레포트를 보면, 보통 미청구 공사는 원자재나 인건비 등이 급등해 예상했던 것보다 비용이 많이 발생하면 늘어납니다. 다양한 이유로 공사가 지연돼도 비용이 늘어나니 미청구 공사도 증가합니다. 또 대규모 토목 공사처럼 대형 공사를 하는데 전체적인 진행률보다 특정 시기에 공사를 빨리 하게 되면 그 시기 미청구 공사가 증가합니다.

건설사 ‘미청구 공사’에 대한 오해…‘미청구’란 표현에 속지 말아야 [투자뉴스 뒤풀이]

또 갑자기 대규모 수주를 많이 하게 돼 공사를 팍팍 진행하게 돼도 미청구 공사는 늘어납니다. 이건 좋은 거 아닐까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삼성 계열사 공사를 대규모로 진행하면서 미청구 공사가 크게 증가한 것처럼요.

이처럼 중요하고 주의할 것은, 결국 해당 사업장 별로 발생한 미청구 공사를 무사히 현금으로 회수할 수 있을지입니다. 때문에 각 회사별로, 각 사업장별로 따져봐야 합니다.

이상은 건설사 미청구 공사에 대한 오해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기업 회계는 개인이 일상으로 쓰는 가계부와는 다른 발생주의 원칙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다양한 계정이 필요합니다. 일부 계정은 표현 탓에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의미와 혼돈돼 오해를 불러오곤 합니다. 재무와 관련한 용어는 때문에 정확한 이해와 해석이 필요합니다. 모쪼록 이번 글이 도움이 되셨길 바라겠습니다.

김우영 기자/CFA

#헤럴드경제에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CFA 자격증을 취득한 뒤 CFA한국협회 금융지성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하는 기자로서 사명감에 CFA의 전문성을 더해 독자 여러분께 동화처럼 재미있게 금융투자 뉴스를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