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국내 수출 확대 폭 관건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원/달러 환율이 3개월 만에 1200원대로 내려왔다.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CPI)과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 예상치를 모두 밑돌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이 가까워졌다는 전망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실제 원/달러 환율 상승을 압박했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2개월 만에 4.4%대를 기록했다. 90달러를 훌쩍 넘어섰던 국제유가도 70달러대(WTI 기준)까지 추락해 달러 가치를 더 내리눌렀다.
단기간에 환율이 큰 폭 내리면서 원자재를 수입하는 우리 기업의 부담이 한결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쟁 탓에 여전히 유가 향방 불확실성이 크고, 미국의 경기 둔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아 환율 하락세를 막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3.6원 내린 1288원에 개장했다. 전날 환율은 장중 1285.7원을 기록해 종가 기준 8월 1일(12832.8원) 이후 최저치를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15일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10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해 시장 예상치보다 낮게 나타난 영향으로 전날보다 28.10원이나 내렸는데, 이달 들어 환율 낙폭은 65.7원에 달한다.
올해 원/달러 환율은 1250~1350원 선 안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국제유가 상승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영향으로 달러 가치가 치솟으면서 10월 4일 한때 1363.5원까지 뛰어오르기도 했다.
12월 초 미국 지표·국내 경상수지 흑자폭 주목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 경제 상황과 우리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 회복 정도가 환율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국 고용지표가 둔화되고 소비자물가가 하락하는 등 뜨거워진 경기가 식어가고 있긴 하지만, 완전한 둔화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원/달러 환율이 언제든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초체력(펀더멘털)을 보여주는 경상수지도 5개월 연속 흑자 흐름을 나타냈지만 수출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우리나라는 수출 감소와 무역수지 흑자폭 조건 미달, 외환보유고 축소 등으로 2016년 4월 이후 7년여 만에 미국의 환율 관찰 대상국에서 제외됐다.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수출이 회복되는 방향성이 나타난 것이지 그 정도가 아주 크게 나타난 것은 아니다”면서 “수출 회복세가 확실해지고 외부적인 요인이 수출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판단이 설 경우 원/달러 환율이 더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경기 상황과 관련해 문정희 국민은행 연구원은 “12월엔 미국 분기 전망이 나온다. 내년 연말 목표 금리가 어느 정도인지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고용상황에 따라 12월 중순까지는 환율이 여전히 불확실할 것 같다. 12월 초에 나오는 미국 고용지표를 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문 연구원은 또 미국과 국내 시장 금리 격차에 따른 환율 상승 가능성도 내다봤다. 그는 “미국 국채금리가 많이 내렸고, 우리나라 채권 금리도 많이 하락했다. 미국과 국내 채권 금리 격차가 환율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데, 최근 오히려 역전 폭이 더 확대됐다”며 “사실상 여기서 미국 채권 금리가 조금만 올라가도 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