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ARC 착공 앞두고 기자간담회 열어
“플라스틱 새로운 쓰임새 찾는 순환경제”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 한 곳서 구현해
2026년부터 32만t 폐플라스틱 재활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SK지오센트릭이 화학산업의 위기를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으로 돌파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기후위기 속 플라스틱 사용량 증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환경에 기여하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규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세계 최초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인 울산 ARC(어드밴스드 리사이클링 클러스터) 착공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종로구 SK그린캠퍼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플라스틱 재활용 핵심기술을 보유한 울산 ARC를 통해 국내 화학산업의 르네상스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나 사장은 “한국의 화학산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서든데스’(돌연사)에 직면해 있고 더 이상 수익을 담보할 수 없는 상태”라며 “폐플라스틱을 새로운 자원으로 만들어 다시 쓰임새를 찾도록 하는 재생·부활, 즉 르네상스를 통해 화학산업에도 생기를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에도 재차 경고한 서든데스의 돌파구로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의미다.
나 사장은 2020년 SK지오센트릭이 보유한 대한민국 최초의 화학공장인 납사분해설비(NCC)를 선제적으로 가동 중단한 당시를 회고하며 “견고한 매출을 내던 공장을 끄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새로운 사업을 위해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고 변화에 대한 확신이 컸기에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미래는 화학산업을 재해석하는 것”이라며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플라스틱을 쓰면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다시 원료로 만들어 쓰게 하고 나아가 고기능 플라스틱을 통해 적은 양의 플라스틱을 사용하게 하는 것이 혁신의 방향”이라고 힘줘 말했다.
SK지오센트릭의 이러한 비전이 담긴 공간이 바로 15일 첫 삽을 뜬 울산 ARC다.
울산 ARC는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한 곳에 구현해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하도록 했다. ARC가 본격 가동되는 2026년부터 매년 32만t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다. 이는 국내에서 한 해 소각 또는 매립되는 폐플라스틱(350만t)의 약 9% 규모다.
ARC 상업 가동 시점을 기준으로 연간 7000억원을 상회하는 매출과 2500억~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SK지오센트릭은 예상하고 있다. 이는 선판매 가격을 기준으로 보수적으로 추정한 수치로 실질 수익은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관계자는 자신했다. 재활용 플라스틱에 대한 공급이 수요 대비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 가격과 마진이 더 오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글로벌 주요국 기업은 이미 환경 규제로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를 넣어 제품을 생산해야 하고 앞으로 그 비율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컨설팅기업 매킨지에 따르면 2050년 글로벌 플라스틱 수요(10억t)의 60%가 재활용 제품으로 구성되는 등 시장 규모가 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재활용 제품 공급은 제한적인데 특히 기계적 재활용과 달리 고기능 플라스틱 소재화가 가능한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가진 기업은 손에 꼽힌다. 공급 부족 상황은 100%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한 전 세계 브랜드의 수요가 충족될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나 사장은 “아직 공장을 짓기도 전이지만 글로벌 시장에는 우리의 기술과 역량을 찾는 고객이 많다”며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SK지오센트릭은 이미 ARC 생산물량의 약 30% 정도를 선판매했다. 완공 전 전체 물량의 70%를 판매하겠다는 게 목표인데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한국에 플라스틱 재활용 1호 공장을 설립해 국내 환경 문제 해결에 먼저 기여하고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나 사장은 “프랑스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약속을 받는 등 공장 설립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했다.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조달과 관련해 나 사장은 “이미 연간 4000억~5000억원의 에비타(EBITDA·감가상각 전 영업이익)를 창출하고 있고 추가 재무 자원 조달을 통해 계획된 설비투자(CAPEX)를 모두 충당할 수 있다”면서 “한국 사업에 대해선 재무적 문제가 전혀 없고 장기적인 글로벌 프로젝트 확장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SK지오센트릭의 글로벌 파트너사인 캐나다 루프의 다니엘 솔로미타 CEO(최고경영자), 미국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PCT)의 더스틴 올슨 CEO, 영국 플라스틱에너지의 잉 스테이튼 부사장 등도 참석해 울산 ARC와 함께할 미래 성장 계획 등에 대해 설명했다. 루프는 해중합 기술, PCT는 고순도 PP(폴리프로필렌) 추출 기술, 플라스틱에너지는 열분해 기술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다니엘 솔로미타 CEO는 “해중합 기술은 무한 루프 기술로 폐플라스틱을 무한대로 순환해 이용할 수 있다”며 “울산에 구현될 기술은 화석 연료 기반의 페트 플라스틱 대비 연간 20만t 이상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지닐 것”이라고 언급했다. 루프는 큰 분자 덩어리의 중합을 해체해 기초 원료물질로 되돌리는 해중합 기술로 페트(PET)를 재활용한다.
그는 특히 “SK지오센트릭과 프랑스를 포함해 추가로 3개 시설에 공동투자를 검토 중”이라며 “특히 프랑스 생타볼 지역에 짓는 공장은 100% 무한 재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플라스틱 수준의 재활용 PET 제품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2027년 시운전이 목표다.
폐플라스틱에 용매를 넣어 고순도 PP를 빼내는 기술을 보유한 PCT의 더스틴 올슨 CEO는 “전체 플라스틱의 30%를 차지하는 PP는 재활용하기 어려운 소재지만 오염물질이나 색, 냄새 등 재활용 플라스틱의 품질을 저해하는 잔여물을 완벽히 제거해 신규 제품에 준하는 수준이 아니라 구별이 불가할 정도로 동등한 품질의 초고순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잉 스테이튼 부사장은 “다양한 파트너와 협업하는데 SK지오센트릭은 스케일이나 야심 면에서 더 특별하다”며 “플라스틱 순환경제 분야에서 놀라운 리더십을 보이고 있어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강력한 에너지 회사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플라스틱에너지는 폐비닐 등에 고온·압력을 가해 원료를 추출해 재활용한다. 스테이튼 부사장은 “울산 ARC가 SK지오센트릭과의 첫 협업이지만 당진 지역에 제2 열분해 공장을 건설하는 등 아시아 지역의 추가 확장 등 많은 사업 기회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