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펀더멘털 상관없이 숏커버링 기대”
공매도 금지 도화선된 2차전지주 ‘날개’
“장기적으론 펀더멘털 영향 받을 것”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정부의 ‘공매도 전면금지’ 도화선이 된 2차전지주와 함께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 관련주 등 공매도가 집중됐던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상관없이 공매도 잔고가 쌓인 종목들이 단기적으로 공매도 금지에 따른 수혜를 체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가 많은 종목1~2위에는 호텔신라(7.79%)와 롯데관광개발(6.01%)이 자리했다. 신세계(3.21%)와 신세계인터내셔날(2.90%), 아모레퍼시픽(2.78%)도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커주가 2차전지주와 함께 공매도 전면금지의 최대 수혜주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2차전지주인 엘앤에프(6.63%)와 에코프로(6.35%)는 코스닥 종목 가운데 공매도 잔고 비중 3~4위에 위치하고 있다. 해당 종목들은 6일 오전 이미 10% 안팎 급등세를 보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의 부작용이 출현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나, 업종이나 개별 종목에서는 이번주부터 공매도 금지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매도 상위 종목·업종들을 중심으로 수급상 단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공매도 잔고가 많이 쌓였던 종목들이 단기적으로 가장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며 “시가총액 3000억원을 상회하는 코스피 200 종목에선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호텔신라, 롯데관광개발, SKC의 반등 가능성이 높다. 코스닥150 종목에선 HLB, 엘앤에프, 에코프로 등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공매도 잔고 비중이 큰 것은 주가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많다는 것으로, 펀더멘털 하락에 따른 결과물로 볼 수도 있지만 투자 심리에 그 이상의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공매도가 금지되면 투자자 입장에선 숏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한 매수)에 나서게 된다.
면세주로 분류되는 호텔신라·신세계·아모레퍼시픽과 카지노주인 롯데관광개발 등은 당초 6년만의 중국인 단체관광객 허용과 9월 국경절 연휴 유커 유입에 따른 수혜주로 증권가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하지만 공매도 잔고비중이 발목을 잡은데다, 호텔신라의 실적부진까지 겹치면서 주가하락을 막지 못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매도 규제에 의한 종목의 반등은 펀더멘털에 따라 움직일 공산이 커 주의할 필요가 있다. 김 연구원은 “단순 낙폭 과대에 따른 숏커버 종목은 수급 재료가 사라지면 다시 조정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최근 2차전지주의 조정은 공매도와 무관하게 테슬라의 3분기 실적 부진 이슈와 중국업체 등장, 일본 파나소닉의 배터리셀 생산 감소 등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침체가 자동차 판매수요와 직결돼 2차전지주 고전은 경기가 상방으로 방향을 틀 때까지 당분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개인들의 2차전지주 매수전략이 성공할 지는 의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경기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일반적인 자동차 부품의 경우 차량 교체보다는 기존의 차량을 최대한 오래 쓰려는 수요 증가를 기대할 수 있지만, 2차전지주는 전기차 보급률 확대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여기에 금리가 오르면서 자동차 대출에 대한 이자율도 높아져 신차 구매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 지속, 2차전지주는 경기침체는 물론 고금리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커주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 유형이 단체 여행객에서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 중심의 개별 여행객(싼커)으로 바뀌면서 펀더멘털에 이상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싼커들은 백화점이나 면세점 등을 찾기보다 소셜미디어(SNS)상에서 유명한 맛집이나 인기 장소를 방문하는 경우가 더 많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경절 연휴 기간 제주도를 방문한 중국 관광객들의 품목별 카드지출 비중을 보면 면세점 비중이 20.2%로 2019년 56.3%에 비해 급격히 줄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