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FOMC 이후 美 10년물 금리 ↓·국내외 증시 ↑
지난해 11월 파월 ‘물가둔화’ 언급에 상승랠리 시작
내년 12월까지 100bp 이상 인하 가능성 95% 반영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에 채권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고 국내외 증시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조절될 것이란 기대감에 랠리가 이어졌듯, 이번에도 상승장을 위한 토대가 갖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6%선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달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5%를 돌파했으나 FOMC 이후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을 비둘기파적(dovish)으로 해석하며 4.4%선까지 크게 하락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최근 몇 달 동안 장기채권 수익률 상승으로 금융 여건이 긴축됐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견조하던 미국의 고용이 둔화했다는 소식이 더해지며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됐다는 인식이 크게 확산했다. 이에 높은 채권 금리에 짓눌려 있던 국내외 주식시장도 일제히 환호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이달 들어 3~6% 상승했다. 코스피 지수는 공매도 전년 금지 효과까지 더해지며 지난주 2270선에서 2500선까지 크게 뛰었다.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피벗)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난 7월까지 이어졌던 상승세가 재현될 수 있단 기대감이 나온다. ‘피벗 기대→인플레 쇼크→금리 쇼크→침체 쇼크’ 흐름에서 피벗 기대 국면이 다시 도래했다는 판단이다. 지난 11월 FOMC 후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이 처음으로 ‘물가 둔화’를 언급하면서 시장이 금리 인상이 마무리 단계라 해석했던 것과 유사하다. 낙관론이 번지면서 국내외 주식시장은 저점을 잡고 반등을 시작했고 나스닥 지수는 올해 40% 넘게 상승하기도 했다.
시장은 금리 인하 가능성도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에서 오는 5월 FOMC 결과 지금보다 기준금리가 현재보다 낮아질 확률은 47.6% 반영되고 있다. 내년 12월까지 100bp 이상 하락할 가능성은 95%를 넘어섰다. 국내 증권사들도 내년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졌다며 주식과 채권의 투자 의견을 상향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낮아진 시중금리가 긴축적인 금융환경을 해소해 파월 의장이 매파적으로 다시 돌아설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높은 금리가 기준금리 인상과 유사한 효과를 내왔는데, 금리 하락으로 시장이 완화적으로 변할 경우 연준의 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하락이 점진적이 아니라 빠르게 진행되면서 경기를 충분히 긴축시키지 못한다면 어느 시점에 연준의 전제는 깨지게 된다”며 “만약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조절되지 않는다면 채권 금리는 연내 또다시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