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파적인 재판관 옆에 더 당파적 사람”
지난 20일 이어 두번째 벌금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사기 대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담당 판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가 벌금을 선고 받았다.
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아서 엔고론 맨해튼지방법원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함구령(gag order)’를 어겼다며 30일 안에 벌금 1만달러를 내라고 명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 휴식시간 기자들을 만나 “엔고론 판사는 매우 당파적인 판사이며, 그의 옆엔 더 당파적인 사람이 앉아 있다”고 말했다. ‘더 당파적인 사람’은 엔고론 판사를 보조하는 재판연구관 앨리슨 그린필드를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발언을 전해 들은 엔고론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소환해 진위여부를 확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 속 대상이 검찰 측 증인인 마이클 코언 변호사를 지칭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코언 변호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심복이었지만 이날 법정에서 자산가치를 부풀리라는 지시를 직접 받았다고 밝히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엔고론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해명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그린필드 연구관이 자신과 더 가까이 있었으며, 증인석과 트럼프 전 대통령 사이에 가림막이 있다는 이유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판한 사람이 코언 변호사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전에도 그린필드 연구관을 맹비난해왔다. 그린필드 연구관이 한 공개 행사에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문제 삼으며 “척의 여자친구”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전날 법정 공방에서 트럼프 측 변호인단은 그가 “눈알을 굴리고 계속 속삭이면서 주위를 산만하게 만든다”며 트집을 잡기도 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입을 잘못 놀렸다 벌금을 선고 받은 건 이번이 두번째다.
앞서 엔고론 판사는 그린필드 연구관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이 알려진 지난 3일 재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당사자들에게 법정 직원에 대한 공개적 발언이나 게시물을 올리지 못하도록 함구령을 내렸다. 또 이미 게시된 소셜미디어(SNS) 글을 즉시 삭제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그린필드 연구관에 대한 비방 게시물을 선거 운동 홈페이지에 방치했다 벌금 5000달러를 받았다.
당초 엔고론 판사는 함구령을 내리면서 “명령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중대한 제재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