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스라엘에 전쟁 후 계획 요구

재점령은 불가…유엔 관리 필요성 제기

“출구전략이 없다”…이스라엘 지상전 미루는 이유? [세모금]
이스라엘 군 기갑차량이 2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인근에서 지상전에 대비하고 있다. [UPI]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지상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미국은 물론,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전쟁 이후 가자지구의 운명을 좌우할 ‘출구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미국 정부 내 다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 이후 출구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것에 대해 미국이 직접 우려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FT는 “출구 전략의 부재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내부 정보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스라엘은 ‘그날 이후(하마스 축출 이후)’에 대한 합의된 계획이 없다”며 “미국 역시 계획이 없다는 점을 깨닫고 황당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정부 관리 들은 이스라엘 측과 접촉해 지상작전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플랜B’를 마련하고 작전이 완료된 뒤 어떻게 전쟁 상황을 마무리 할지 출구 전략도 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최근 CBS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이후) 뒤따를 수 있는 것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다”면서 “이는 이스라엘이 현재의 위협에 대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하마스를 대신해 가자지구를 통치할 세력을 찾는 것은 이번 전쟁 출구전략의 핵심이다. 이스라일 군 내 기획부가 공식적으로 전쟁 이후 가자지구 통치와 관련된 계획을 짜는 역할을 맡았다. 팔레스타인 영토 내 주민들의 생활을 담당하는 군사조직인 ‘영토 내 정부 활동 조정국(COGAT)’과 국방부내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여러 부서들이 기획부를 지원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의 출구 전략 마련 지연에 답답함을 느낀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 내 전·현직 관료와 서방 외교관, 중동 문제 전문가 등 비공식적 채널에 관련 아이디어를 요청했다. 이중 일부는 독립적인 보고서 형태로 워싱턴 정가에 회람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220만명이 거주하는 가자지구를 이스라엘이 재점령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피정부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신뢰가 부족하더라도 가자지구에 대한 통제권을 가질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정착촌 확장을 포함해 자치정부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이스라엘의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연합은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마지막으로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아랍국가들이 가자 지구에 필요한 재정 지원과 평화 유지 활동을 포함한 직접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외교 전문매체 포린어페어스(FA)는 “미국이 이스라엘,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유럽연합, 유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등 주변 국가와 연락 그룹을 만들어 가자지구의 통제권을 이스라엘에서 유엔으로 이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엔은 선거를 통해 가자지구 과도 정부를 세우고 아랍국가들로 구성된 평화유지군을 파병해 치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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