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3.5% 10개월째 유지 중인데
금융당국 압박에 대출금리는 ‘널뛰기’ 반복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 최근 20대 직장인 A씨는 마이너스통장 대출금리가 전월 6.72%에서 이달 7.2%로 갱신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난 1월 7.36%였던 A씨의 대출금리는 4월 6.35%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후 꾸준히 올라 다시금 7%대에 올라섰다. A씨는 “1월부터 지금까지 기준금리가 같은데 어떻게 1%포인트 가까운 수준의 변화가 나타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올 1월 마지막 기준금리 인상을 끝으로 3.5%대 기준금리가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 대출금리는 되레 큰 폭으로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다. 채권 등 시장금리 상황과는 별개로 금융당국의 압박이 대출금리 향방을 좌우하며 변동성이 커진 까닭이다. 특히 최근 들어 시장금리와 금융당국의 의중이 모두 대출금리 인상으로 기울어지며, 이자 부담이 급속도로 늘어난 차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8%→5%→7%’ 대출금리 변동성 이어진다
1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3일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는 4.17~7.14%로 지난 9월 초(4.05~6.95%)와 비교해 상·하단 각각 0.19%포인트, 0.1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3.83~6.31%에서 4.25~6.54%로 상·하단 각각 0.23%포인트, 0.42%포인트 오르며 증가폭이 더 컸다.
이처럼 비교적 짧은 기간에 대출금리가 급변하는 상황은 올들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초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5.27~8.12%로 상단이 8%를 넘어서며 지난해 시작된 금리 상승 이후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후 대출금리 인하가 시작되며 5월 초(4.09~5.86%)에 상단이 5%대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이달 다시금 대출금리가 상방 압력을 받으며 최근 상단 7%대를 돌파했다.
주목할 점은 시장금리 수준을 좌우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올 1월 0.25%포인트 인상을 끝으로 현재까지 3.5% 수준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기준금리는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등 금융기관 거래의 기준이 되는 금리로, 금융사가 책정하는 각종 예금 및 대출금리의 기준이 된다.
하지만 올 들어 미 국채금리 변동 등 외부요인과 함께 ‘엇박자’ 재정정책이 계속되며 통화정책과 상응하지 않는 대출금리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발 대출금리 개입에 소비자들 혼란 계속
특히 은행권 대출금리는 금융당국의 입김에 따라 거센 변동성을 보였다. 올 초 역대급 실적을 거둔 은행권에 대한 ‘이자장사’ 비판이 이어지며, 정부는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하 압박을 가했다. 이후 주요 시중은행들은 잇따라 금리인하를 중심으로 한 사회공헌 방안을 발표했다. 올 1월초 상단 8%대를 넘어섰던 주담대 변동금리는 단 한 달만에 6%대로 내려왔다. 은행들이 시장금리 변동폭 이상으로 가산금리를 줄이면서다.
그러던 금융당국이 최근에는 대출금리 인상 압박을 가하고 있다.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주담대를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파르게 늘어나면서다. 실제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주담대 폭증의 원인으로 은행권의 ‘50년 만기 주담대’를 언급하며 “대출을 늘려서 수익을 확보한다는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은행들은 즉각 반응했다. KB국민은행은 이날 영업점 등에 주담대 고정금리와 일부 변동금리 등을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인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우리은행은 13일 취급분부터 주담대 변동금리에 대해 금리를 0.1%포인트 인상하고 그 외 상품의 금리를 0.2%포인트 올렸다. 하나은행은 이달부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일부 비대면 대출상품에 대해 금리 감면율을 축소했다.
문제는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다. 은행권의 금리 인상은 신규 차주의 대출 문턱을 높여 가계대출 확대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기존 차주들의 이자 부담 상승도 불가피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은행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70.8%에 달한다. 10명 중 7명의 차주가 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다.
아울러 채권금리 등 은행권의 조달상황 또한 녹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며, 소비자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담대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5년물, AAA) 금리는 지난 4일 4.795%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시기에 미래의 금리 인하를 예측하고 무리한 대출을 받는 것은 위험하다”며 “당분간 지금과 같은 금리 수준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보수적인 상환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