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증권사들의 부실 자산 증가세가 2배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선 올해 발생한 차액결제거래(CFD) 사태로 미수금 등이 일시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일축하지만 해외 대체투자 손실까지 포함하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 법인 48곳의 고정이하 자산은 3조7494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별로 고정이하 금액을 살펴보면 신한투자증권이 6613억원으로 가장 컸다. 메리츠증권(3413억원), NH투자증권(359억원), 하나증권(2746억원), 삼성증권(2714억원), 한국투자증권(2614억원) 등 순이다.
증권사 자산은 채무자의 상환능력 등 건전성을 고려해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구분된다. 고정이하 자산은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 자산을 묶어 부르는 용어로 통상 부실자산으로 분류된다.
증권사 고정이하 자산은 작년 6월 말에는 2조4401억원, 같은 해 9월 말 2조2893억원 등으로 2조원대 초중반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12월 말에는 2조6718억원으로, 올해 3월 말 기준으로는 3조397억원으로 집계되며 점차 불어났다.
분기별 고정이하 자산 증가 폭을 보면 올해 3월 말까지 2개 분기 연속으로 3500억여원 수준에 그쳤으나, 지난 2분기(4∼6월) 동안에는 7096억원이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세는 4월 말에 발생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하한가 사태로 인한 미수금을 인식한 결과로, 증권가에선 실제 업계가 체감하는 부실 위험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 같은 증권사 건전성 지표의 ‘착시현상’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이예리 나신평 선임연구원은 국내 25개 증권사의 6월 말 기준 고정이하 여신(자산) 약 3조7000억원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고정이하 여신은 1조2000억원에 불과하지만, 자체적으로 세운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하면 6조원으로 증가한다고 진단한 바가 있다.
이 연구원은 “부동산 PF 고정이하 여신은 PF 영업을 적극 확대했던 2020년 말(4000억원) 이후 약 8000억원 증가에 그쳤다”며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상당 부분이 만기 연장되고 있으며 펀드 등 형태의 투자는 건전성 지표에 포함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증권사의 자산건전성 지표는 상당한 착시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당기손익인식(FVPL) 펀드·리츠·지분증권의 만기 시 매각가와 기중 감평가의 차이가 존재하고 원가법 적용 펀드 대부분이 만기까지 손실 인식을 진행하지 않는다”면서 “최근 손실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대부분은 펀드 형태로 구성돼있어 건전성 지표와 기중 손상인식 규모, 만기 시점의 최종 손실규모 간 괴리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