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하는 화가>
도메니코 베카푸미
크리스티안 그리펜케를
폴 머와트
편집자주
〈후암동 미술관〉은 그간 인간의 세계를 담은 예술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이제 시간을 크게 앞당겨 신의 세계를 살펴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명화와 함께 읽어봅니다. 기사는 여러 참고 문헌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지난 이야기프로메테우스, 그리고 그가 빚어낸 인간에게 농락당했다고 생각한 제우스는 밑세상에 판도라를 보낸다. 호기심이 강했던 판도라는 제우스의 농간에 홀려 온갖 악(惡)이 담긴 이른바 '판도라의 상자'를 연다. 제우스는 '인간이 악해졌다'는 이유를 구실삼아 인간 세상에 대홍수를 일으킨다. 최악의 물난리 속에 유유히 떠다니는 배 한 척이 있었는데….
“재앙이 온다” 아버지의 경고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아버지, 방금 뭐라고 말씀하셨어요?"
데우칼리온이 아버지 프로메테우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돌아가면 상자를 만들거라. 너희 부부가 들어갈 수 있는…." 아버지가 갈라진 목소리로 다시 충고했다. 데우칼리온은 신의 불을 훔친 죄로 코카서스 바위산에 묶인 아버지를 매일 찾아왔다.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아버지에게 음식과 물을 떠먹였다. 독수리가 물어뜯은 간 부위에 약도 발랐다. 이날도 그런 날이었다. 유독 오늘따라 아버지의 눈빛이 드셌다. 급하게 할 말이 있는 듯, 데우칼리온이 보이자 멀리서부터 신음하며 몸부림을 쳤다. 데우칼리온은 당황했다. 아버지는 굳센 신이었다. 억겁의 세월 고문 받고 있지만, 이 또한 조소로 넘길 만큼 초연한 존재였다.
그런 아버지가 덜덜 떨고 있었다.
대체 왜…? 그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 데우칼리온에게 아버지는 '상자를 만들라'는 같은 말만 반복했다. 아버지의 두 동공은 못 볼 걸 본 듯 커져있었다. 그의 몸도 식은땀으로 푹 젖어있었다. "아버지, 상자는 갑자기…?" "나는 봤다." 아버지의 표정은 단호했다. 프로메테우스, '먼저 생각하는 자'라는 이름 뜻답게 예지 능력을 갖춘 그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었다. "제우스가 최악의 재앙을 일으킬 거다."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주 튼튼한 상자를 엮을게요."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반드시 물에 뜰 수 있도록 만들거라." 물에 뜰 수 있는 큰 상자를 다급하게 만들어라…? "아버지. 대체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데우칼리온이 되물었다. "곧 제우스의 독수리 놈이 또 날아오겠구나. 내 간을 파먹는 험한 꼴을 보지 말고 어서 내려가거라." 아버지는 이 말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지금 이러고 있는 시간조차 아깝다는 듯.
18세기 프랑스 화가 장 밥티스트 마리 피에르가 그린 프로메테우스에게서는 초조함만 가득 느껴진다. 한 세기 뒤 같은 나라 출신의 화가 귀스타브 모로가 그린 프로메테우스와 비교하면 분명 끔찍한 미래를 미리 본 듯하다.
"그 말이 진짜예요?"
데우칼리온이 프로메테우스에게 그랬듯, 이번에는 퓌라가 남편 데우칼리온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와 판도라 사이 출생한 퓌라는 엄밀히 보자면 데우칼리온의 사촌이었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둘은 자연스럽게 결혼했다. 그 시절에는 흔한 일이었다. 부부는 프로메테우스의 경고에 따라 물에 뜰 수 있는 큰 나무 상자를 엮었다. 그것은 훗날 최후의 배 내지 방주(方舟·네모난 선박)로 불리게 된다.
강과 바다의 습격
프로메테우스의 말은 사실이었다.
제우스 명령을 받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삼지창을 들고 바다를 푹 찔렀다. 그러자 그의 아들 트리톤이 물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매끈한 상어 비늘로 덮인 그는 잠깐 공기를 훅 들이마시더니, 그대로 소라고둥 나팔을 훅 불었다. 탁한 소리가 온 세상에 울렸다. 온순했던 물결이 갑자기 요동쳤다. 낮게 일던 파도는 갈피를 못 잡고 산과 바위의 따귀를 마구 쳤다. 한 번 철썩일 때마다 사람이 나무 열매 떨어지듯 후드득 추락했다. 인간이 터놓은 길, 소와 양 떼가 풀을 뜯고 쉬던 언덕, 매와 닭이 만든 둥지가 박살났다. 기괴한 생김새의 물개들만 잔뜩 신이 났다. 이들은 포세이돈보다 앞선 바다의 신 네레우스의 자식들이었다. 이들은 다리 힘이 풀린 사슴, 날갯짓을 멈춘 산비둘기가 물에 휩쓸릴 때마다 손뼉을 쳤다. 끔찍하고 소름 돋는 광경이었다.
바다로는 부족했다.
포세이돈은 강의 신을 모두 소집했다. "인류는 대홍수로 멸망해야 한다. 이는 제우스의 뜻이라 거역할 수 없다." 일장 연설을 했다. 이제는 강물까지 몰아쳤다.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사람들은 신에게 빌었다. 정확히 누구에게 대고 빌어야 할지 몰라 하늘의 신부터 빗자루와 헝겊의 신까지 모두 읊었다. "어림없는 소리." 제우스는 콧방귀를 뀌었다.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와 인간의 가짜 제물에 농락당한 일을 잊지 않았다. 제우스가 그러고 있으니 다른 모든 신도 어쩔 수 없었다. 프로메테우스를 각별히 여긴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인간을 소중히 대한 지혜의 신 아테나도 차마 이 꼴을 볼 수 없어 고개를 홱 돌렸다.
하늘에서는 남풍의 신 노토스가 몰고 온 먹구름이 비를 쏟았다.
바다에서는 포세이돈이 해마를 끌고 날뛰었다. 트리톤과 그의 형제들은 신나게 소라고둥 나팔을 불었다. 아흐레가 흘렀다. 물에 빠진 이는 숨 막혀 죽고, 물에 갇힌 이는 못 먹어 죽었다. 물난리가 난 세상에서 커다란 나무 상자 하나가 아슬아슬 떠다녔다. 그 안에서는 데우칼리온과 퓌라가 부둥켜안은 채 떨고 있었다. 이들이 닿은 곳은 파르나소스산 꼭대기였다. 아직 물이 차오르지 않은 곳이었다.
최후의 생존자
데우칼리온은 내리자마자 엎드려 눈물을 흘렸다. 퓌라 또한 제대로 서지 못한 채 휘청였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레오나에르트 브라머르의 그림 속 데우칼리온과 퓌라는 최후의 생존자로 겨우 생명을 부지한 모습을 보인다. 데우칼리온은 다리에 힘이 풀린 퓌라를 붙잡아 이끌고 있다. 물에서는 이미 검게 변한 사람들이 떠다니고 있다.
19세기 프랑스 화가 폴 머와트는 이 장면을 더욱 감성적으로 표현했다. 누더기 차림의 데우칼리온이 쓰러진 퓌라를 높이 안고 있다. 동화의 한 장면 같은 색감이지만, 이들 뒤에선 여전히 파도가 철썩이고 있다. 다만 하늘 위에서 내리쬐는 빛줄기가 재앙은 곧 끝날 것임을 암시한다.
이제 두 사람 앞에 보이는 건 지긋지긋한 물이었다.
코끝에 닿는 건 역한 비린내뿐이었다. 올림포스 신의 할큄 한 번에 인간의 세상이 사라졌다. 찬란한 문명, 빛나는 유산도 모두 없어졌다. 허무하고 처참했다. 신의 무자비함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럼에도 둘은 다시 일어섰다. 이들의 윗세대인 판도라가 남긴 '희망' 덕분인지, 폐허가 된 상황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다. 부부는 남은 음식을 챙겨왔다. 선한 둘은 제우스 탓에 이 지경이 된 걸 알면서도 제우스를 위한 제사를 지냈다.
"이제라도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울면서 기도했다. 갑자기 트리톤의 소라고둥 나팔 소리가 또 울렸다. 이번에는 맑은소리가 퍼졌다. 몰아치던 파도가 썰물이 돼 빠졌다. 연신 바람을 불어대던 노토스도 입을 다물었다. 먹구름이 맥없이 흩어졌다. 파르나소스산 밑으로 다시 땅이 보였다. 구름 틈으로 빛이 내려왔다. 이내 무지개가 내리깔렸다. "원하는 것 하나를 들어주마." 하늘에서 내려오는 말이었다. 제우스의 목소리였다. 사실 제우스는 데우칼리온을 알아보자마자 죽이고 싶었다. 무엇보다 나를 속인 그놈, 프로메테우스의 아들이라는 점이 마음에 안 들었다. 바위산에 묶인 그자가 또 미래를 보고 아들에게 귀띔한 게 분명했다. 제우스는 파르나소스산에 내린 그를 보고 번개를 쥐었다. 깔끔하게 내리쳐 비명횡사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데우칼리온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자신을 위한 제사상을 차렸다. 나는 네 아버지에게 그렇게나 무자비한 벌을 내린 신인데…? 네가 사는 세상을 아주 작살낸 존재인데…? 제우스는 외려 당황했다. 데우칼리온의 순수한 모습에 고결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그간의 고집이 눈 녹듯 녹아내렸다.
제우스는 번개를 내려놨다.
대신 트리톤과 노토스를 보며 손바닥을 보였다. 제우스의 뜻을 알아챈 이들이 재앙을 멈춘 것이었다. "무엇이든 말하라. 다 이뤄주겠다." 제우스가 재차 물었다. 데우칼리온과 퓌라는 눈을 마주 봤다. 서로가 한뜻임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은 하늘에 대고 소리쳤다. "저희와 같은 인간을 다시 보내주세요."
새로운 인간의 등장
"…알겠다."
데우칼리온과 퓌라는 제우스의 약속을 마음에 새긴 채 파르나소스산 밑으로 걸었다. 한 신전이 보였다. 이끼와 해초에 깔려 쓰러져가는 장소였다. 왠지 가야 할 것 같았다. 들어가보니 알 수 있었다. 이곳은 제우스의 두 번째 아내이자 법칙과 질서의 신, 테미스를 위한 공간이었다. 둘은 고개를 숙여 예를 다했다. "나에게 아버지와 같은 손재주가 있으면 좋으련만. 흙을 빚어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밤새도록 할 수 있을 거예요." 털썩 주저앉은 데우칼리온이 한숨을 내쉬었다. 퓌라가 그런 남편을 보듬으려 할 때….
"내 신전에서 나가라."
웬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화들짝 놀란 둘이 주위를 둘러봤다. "나가서 너희 머리를 가리고 의복의 띠를 풀어라. 너희를 낳은 크신 어머니의 뼈를 어깨 너머로 던져라." 괴이한 말이었다. "저희가 이곳에서 나갈 수는 있지만, 감히 어머니의 뼈를 던질 수는 없습니다." 데우칼리온과 퓌라가 외쳤다. 돌아오는 말은 없었다. 살아남은 인간에게 주어지는 형벌인가…? 이들은 겁에 질린 채 신전에서 빠져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제우스가 쫀쫀하긴 하지만 대놓고 약속을 깨는 악취미는 없었다. 테미스 또한 상식적인 신이었다. 대놓고 섬뜩한 말을 할 존재가 아니었다. 데우칼리온과 퓌라는 고민했다. 어머니의 뼈, '크신' 어머니의 뼈…. 설마? "크신 어머니라면 혹시 대지가 아닐까요?" 데우칼리온이 퓌라의 손목을 잡고 말했다. "그러니까, 어머니의 뼈는 이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이 되는 것이지요." 사실 둘 다 그 말에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이 가설 말고는 선택지도 없었다. 두 사람은 옷으로 머리를 가렸다. 띠를 느슨하게 풀었다. 돌을 쥐었다. 서로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깨 너머로 돌을 던졌다. 대지에 닿아 쪼르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나 별일 없었다.
그때였다.
땅이 흔들렸다. "저기를 보세요!" 둘은 서로를 보며 소리쳤다. 이들이 던진 건 분명 딱딱한 돌이었다. 그런데 그 돌이 녹아내리듯 진득해졌다. 갑자기 위아래로 늘어지고 당겨졌다. 돌은 점점 무언가의 모습을 닮기 시작했다. 인간이었다. 부부가 그토록 바란 새로운 사람이었다. 데우칼리온이 던진 돌은 남성, 퓌라가 던진 돌은 여성의 형상으로 새 생명을 얻었다. 프로메테우스가 흙으로 빚은 옛 인간보다 돌로 만들어진 이 인간은 심신 모두 더 강하고 단단했다. 플랑드르 출신의 16~17세기 화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는 이 장면에 주목했다. 두건을 쓴 데우칼리온과 퓌라가 농사짓듯 어깨 너머로 돌을 던지고 있다. 꿈틀대던 돌은 곧 나체 남녀의 형상을 갖는다. 새로 탄생한 이들 또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듯하다.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도메니코 베카푸미의 그림은 보다 사실(?)적이다.
부부가 돌을 던지자 새로운 인간이 식물처럼 솟아나고 있다. 아기의 모습으로 세상 빛을 본 이들은 땅에서 자랄수록 어른의 모습을 갖추는 모습이다. 두 그림 다 배경에는 테미스의 신전이 있다. 활기를 찾은 부부는 종일 돌을 던졌다. 인류는 어느새 대홍수 전처럼 번성했다. 이제는 데우칼리온과 퓌라가 새로운 인류의 조상이었다. 이들이 낳은 아들 헬렌은 고대 그리스 왕가의 시조로 추앙받았다. 돌에서 태어난 그리스인들은 스스로를 헬렌의 후손, 헬레네스(Hellenes)라고 불렀다. 훗날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원정을 계기로 그리스 문화가 퍼지게 되는데, 그 시대 사람들은 이를 놓고 "헬레니즘(Hellenism)이 뻗어나갔다"고 표현했다.
가장 강한 남자
독수리가 또 어김없이 날아온다.
바위산에 묶인 프로메테우스는 늘 그랬듯 새가 점점 더 가까워지는 걸 가만히 쳐다봤다. 독수리의 부리가 반짝였다. 하룻밤 사이 아문 간을 다시 쪼아먹기 위해 돌진했다. 그런데, 의기양양하게 오던 독수리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누군가가 쏜 화살에 가슴팍이 뚫렸다. 독수리는 피를 쏟으며 추락했다. 그대로 끝이었다.
놀란 프로메테우스는 주위를 둘러봤다.
멀리서부터 사자 한 마리가 다가왔다. 아니었다. 다시 보니 사자 가죽을 뒤집어쓴 근육질의 사내가 활을 든 채 오는 중이었다. 프로메테우스는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제우스와 인간 여성 알크메네의 자식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사나이, 헤라클레스였다. 독일 출신의 19세기 화가인 크리스티안 그리펜케를은 이 장면을 담담히 표현했다. 사자 가죽을 망토처럼 쓴 헤라클레스가 프로메테우스에게 손을 뻗고 있다. 간 부위에 긁힌 상처가 있는 프로메테우스는 그런 그가 반가운 듯 손바닥을 폈다. 프로메테우스의 반대편 손 밑에는 헤라클레스의 활에 맞아 죽은 독수리가 뒤집힌 채 죽어있다.
"프로메테우스. 제가 독수리를 쏴 죽였어요."
헤라클레스가 프로메테우스의 사슬을 쥐고서 말했다. "그리고, 이것 또한…." 헤라클레스가 힘을 줬다. 헤파이스토스의 걸작인 사슬은 마른 모래처럼 부서졌다. "프로메테우스. 제가 당신을 도왔으니 이제 당신이 저를 도와야겠어요. 저는 아주 난처한 상황에 놓여있거든요." 헤라클레스가 말했다. "당신의 지혜가 필요해요." 세상 무서울 필요가 없는 최고의 장사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그의 이야기는 길고, 통쾌하고, 암담했다. ▶'헤라클레스'의 이야기는 다음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쿠키 : 프로메테우스의 예언
"제발, 부디 이제는 말을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헤르메스가 풀려난 프로메테우스에게 재차 매달렸다. "헤라클레스 덕이기는 하지만…. 형벌도 이제 끝나지 않았습니까." 프로메테우스는 그 말을 못 들은 척했다. 그는 바위에서 떼어낸 돌로 반지를 빚고 있었다. '너는 바위에 영원히 구속될 것이다.' 좋든 싫든 제우스가 스틱스강을 걸고 이 말을 지켜야 했다. 만들어진 반지를 끼고 있으면 제우스의 말도 유효한 셈이었다. 프로메테우스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를 사랑하지 말라고 전해. 테티스가 낳은 아들은 제 아비보다 더 강한 존재가 될 운명이야." 프로메테우스는 선심 쓰듯 말했다.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드디어 임무를 마친 헤르메스는 제우스에게 쪼르르 달려가 예언을 알렸다.
제우스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때마침 테티스의 사랑을 얻기 위해 온갖 공을 들이고 있었다. "다행이군. 여전히 밉긴 하지만, 프로메테우스의 말 덕에 올림포스산은 또다시 평화를 지킨 셈이야. 상을 줘야겠어." "아버지." 헤르메스가 두 눈을 크게 뜬 채 제우스를 불렀다. "프로메테우스는 아버지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어요. 이 예언을 들은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할지도 정확히 예측하고 있었고요." "그러면 무슨 상을 받고 싶은지도 말했는가?" "네." 헤르메스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상 따위 필요 없다고 했어요. 그저 인간을 더 사랑해달라고 말했어요. 더 아껴달라고 했어요. 제가 아버지 앞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저는 이제 그분을 존경하게 됐어요." 헤르메스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폴 머와트(1855~1902)폴란드계 프랑스 화가. 참전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영향 등으로 기술을 배웠지만, 부상을 입고 요양하던 중 예술 쪽으로 방향을 튼 케이스다. 프랑스 식민지부(해군)의 화가로 수단, 콩고, 튀니지 등 해외를 자주 다녔다. 주로 성경, 문학,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초상화와 장면을 그렸다.
도메니코 베카푸미(1484~1551)이탈리아에서 출생한 화가. 원래 농부의 아들이었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라파엘로 산치오 등 '르네상스 3대 거장'의 작품을 골고루 연구했다. 원초적인 표현과 독특한 색채를 구사했던 그는 토스카나 매너리즘 양식 발전의 선구자로 대우를 받고 있다.
크리스티안 그리펜케를(1839~1916)19~20세기 독일 화가. 신화와 초상화 속 결정적 장면을 선과 색채로 잘 포착했다. 훗날에는 실력보다 여러 일화로 더 유명해진 인물. 그리펜케를은 1874년부터 비엔나 미술 아카데미 교수로 일했는데, 그가 심사관일 때 당시 화가 지망생이었던 아돌프 히틀러를 탈락시켰다. 히틀러에게 (재능이 출중하지 않으니)차라리 건축학을 공부해보라는 일침까지 가했다. 그런가 하면, 자기 밑으로 온 에곤 실레의 행동과 그의 그림을 보고는 "사탄의 자식"이라며 호통쳤다는 설도 있다.
〈참고 자료〉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민음사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윤기, 웅진지식하우스
〈후암동 미술관 작품 편 읽는 순서〉
1)“내 딸이 얼어죽을뻔 했어!” 식은 욕조에 女모델 뒀다가 소송갈 뻔한 사연[후암동 미술관-존 에버렛 밀레이 편] - 오필리아 (2023. 9. 2.)
2)“그녀 남친을 제가 죽였어요” 짝사랑 훔쳐보던 괴물, 무슨 짓을 벌였나[후암동 미술관-오딜롱 르동 편] - 키클롭스 (2023. 9. 16.)
3)“몸값만 900억원 이상!” 13명 품에 안긴 男실종사건…정말 화형 당했나[후암동 미술관-빈센트 반 고흐 편] - 가셰 박사의 초상 (2023. 9. 30.)
〈후암동 미술관 신화 편 읽는 순서〉
1)“독수리가 간 쪼아도 참는다” 최악고문 받는 男, 무슨 사연[후암동 미술관-프로메테우스 편] (2023. 9. 9.)
2)“도저히 못참겠어” 봉인 푼 그녀, 외마디 비명…惡은 그렇게 쏟아졌다[후암동 미술관-판도라 편] (2023. 9. 23.)
3)“네 엄마 뼈를 던져라” 화들짝 놀란 명령…울면서도 할 수밖에[후암동 미술관-데우칼리온 편] (2023. 10. 7.)
〈후암동 미술관 현대미술 편 읽는 순서〉
1) “벌거벗은 女로 우릴 조롱” 욕이란 욕 다 먹었다[후암동 미술관-에두아르 마네 편] - 최초의 모더니스트(모더니즘①) (2023. 6. 24.)
2)“11살 연하女와 비밀연애, 자식도 낳았다고?”…10년 숨겼다 ‘들통’[후암동 미술관-폴 세잔 편] - 현대미술 창시자(모더니즘②) (2023. 7. 1.)
3)“나체女에 웬 아프리카 가면?” 얼빠졌다 조롱당한 그의 ‘반전’[후암동 미술관-파블로 피카소 편] - 희대의 반항아(입체파) (2023. 5. 20.)
4)“무자비한 짐승男인 줄 알았는데” 쫙 빼입은 신사 등장, 모두 놀랐다[후암동 미술관-앙리 마티스 편] - 행복의 야수(야수파) (2023. 8. 26.)
5)“내 이름은 로즈” 여장남자된 30대男 전말…‘빅픽처’ 있었다[후암동 미술관-마르셀 뒤샹 편] - 열정의 탐험가(레디메이드·개념미술) (2023. 6. 10.)
6)“외간여성과 시속 120km 광란의 음주질주” 즉사한 男정체 보니[후암동 미술관-잭슨 폴록 편] - 미국의 신화(액션페인팅) (2023. 7. 15.)
7)시뻘건 내 피와 교감해보겠나…울든, 기절하든 그대 마음[후암동 미술관-마크 로스코 편] -교감의 마술사(추상표현주의) (2023. 6. 17.)
8)“나나 네 엄마나 죽느냐 사느냐한다” 190㎝ 키다리 아저씨, 딸에게 한 고백[후암동 미술관-김환기 편] -붓을 든 시인(추상표현주의 특별편) (2023. 8. 19.)
9)“관음男-노출女가 만났네요” 조롱…둘은 ‘환상의 짝꿍’이었다[후암동 미술관-살바도르 달리 편] - 위대한 쇼맨(초현실주의) (2023. 7. 8.)
10)“여자랑 사느니 맹수랑 살겠다” 아내앞서 폭언…‘전쟁같은 사랑’을 한 부부[후암동 미술관-에드워드 호퍼 편] 고독의 화가(불모지) (2023. 8. 5.)
11)“난 고깃덩어리, 죽으면 시궁창에 던져버려” 폭탄발언…그는 ‘인간중독’이었다[후암동 미술관-프랜시스 베이컨 편] 고통의 화가(외딴섬) (2023. 7. 29.)
12)“죽일거야” 그녀가 쏜 3번째 총알이 몸 관통…죽다 살아났지만[후암동 미술관- 앤디 워홀 편] - 위대한 악동(팝아트) (2023. 6. 3.)
13)“흑인의 삶 어때?” 무례한 공격들…마돈나도 반한 27살男 무너졌다[후암동 미술관-장 미쉘 바스키아 편] - 자유의 반군(신표현주의) (2023. 5. 27.)
14)“엄마가 사라졌다, 속이 시원했다”던 그녀도 실종…1년뒤 ‘뜻밖’의 발견[후암동 미술관-아그네스 마틴 편] - 홀로 선 은둔자(미니멀리즘) (2023. 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