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국내에서 웅담(곰쓸개즙)을 채취하기 위해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철창에 가둬 사육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아 자취를 감췄던 웅담이 최근 러시아에서 웅담이 한약재로 정식 수입, 한방의료기관을 통해 다시 처방되기 시작했다.
웅담은 간 섬유화, 알코올성 간손상 등 만성적인 간 질환과 피로회복에 특효가 있다고 알려져 국내의 한 유명한 제약사는 웅담성분이 담긴 제품을 개발해 많은 사람들이 주로 간질환이나 숙취해소용으로 복용하고있다.
우리나라에서 과거 농가 소득을 늘리려는 목적으로 특이 가축 사육을 국가적으로 장려하면서 해외에서 반달가슴곰 500여마리가 국내로 들어왔고 이후 서울올림픽 개최를 즈음해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 식용에 논란이 일면서 반달가슴곰 수입(1985년)이나 수출(1993년)이 차례로 금지됐다. 수출입 없이 국내에서 사육된 반달가슴곰은 한때 1000마리를 넘기기도 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현재 22개 농가에서 319마리가 남아 있다고 알려져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러시아에서는 매년 곰에 의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개체수 조절을 위해 매년 최소 1만마리 이상의 곰을 의무적으로 사로잡고 있다. 웅담을 수입한 으뜸생약 곽한식 이사는 여기에 착안했다고 한다.
곽이사는 “녹용 수입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했다가 러시아에서는 매년 의무적으로 곰을 사로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웅담 채취를 위해 곰을 잡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유지를 위해 매년 의무적으로 사냥한 곰에서 채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명윤리 문제 없이 한국에서 잊혀지고 있는 한약재를 다시 발굴해내는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웅담은 1980년대에 1천만원 넘는 가격에 거래되는 등 가장 대표적인 고가약재로 알려져 왔다. 과연 그만큼 효과가 좋을까?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용기교수는 “웅담은 보약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보약은 아니다. 피로회복 효과 역시 자양강장이라기보다는 간기능 개선에 의한 것이 크다.”라며 “웅담은 UDCA(우르소데옥시콜산)가 주 성분으로 간의 섬유화를 막거나 알코올에 의한 간 손상을 예방하고 간세포암의 종양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보고되는 등 간 질환의 특효약으로 꼽는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학계에서는 세포사멸을 억제하고 항산화, 항염증 효과가 있는 것에 착안하여 파킨슨과 알츠하이머, 빌리루빈 뇌증과 우울증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다.” 고 덧붙였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임의대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 큰나무한의원 원외탕전실 대표한의사 최윤용 원장은 “웅담은 의약품용 한약재로서 한방의료기관에서만 처방이 가능하다. 만성적인 간질환이나 간에 의한 만성피로 증상이 있을 경우 한의사의 진단 후 처방받아 복용하면 된다. 보통 작은 환약이나 캡슐형태로 복용한다.”고 설명하며 “웅담은 한의학적으로 열을 식히는 효능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평소 몸이 차거나 특별히 웅담을 복용할만한 증상이 있지 않은 경우라면 복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또한 당뇨병이나 고지혈증이 있는 경우에도 전문가와 상의 후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간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웅담하면 많은 사람들이 웅담주(酒)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술에 타먹는 웅담주도 효과가 있을까? 최원장은 “웅담이 간질환에도 효과가 좋지만 교통사고나 타박상에 의한 통증이나 어혈을 풀어줄 때에도 웅담을 따라올 약이 없다. 다만 웅담은 그 맛이 매우 쓰기도 하고 알코올에 의한 추출이 효과적이다. 그래서 어혈을 풀 때나 만성피로와 같은 증상에는 술에 웅담을 타서 먹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사용되어 웅담주가 잘 알려져 있다.”고 설명하며 “웅담주의 경우 소주 1.5리터에 웅담 10g 정도를 넣고 10일 정도 보관했다가 하루 50cc(소주잔 1잔)씩 한 달간 복용하면 좋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