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 박신건 프로덕트오너·조원형 여신담당 매니저
“금리·한도보단 반환보증보험에 집중”
“최저금리 유지 위해 비용 최소화 작업”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지금까지 비대면 전세대출 상품 표준은 5년 전 나온 카카오뱅크의 전세대출상품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토스뱅크 상품이 편의성에 대한 고객 눈높이를 맞추고, 반환보증 상품까지 비대면으로 바로 가입할 수 있어 전 은행권의 ‘표준’이 될 겁니다”
약 일주일 전 출시된 토스뱅크의 전월세 보증금 대출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끊임없이 붙는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을 위한 보증보험 상품을 비대면으로 바로 신청할 수 있게 된 최초 사례이며, 집주인의 변동·경매 사유 등이 발생했을 때 알려주는 ‘등기변동 알림서비스’도 처음 출시했다. 여기에 다른 인터넷은행은 6개월~1년 이상 현 직장에서 재직해야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는 반면, 토스뱅크에서는 1개월만 일해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박신건 토스뱅크 프로덕트오너(PO)와 조원형 여신담당 매니저는 약 15명에 이르는 전세대출 스쿼드(조직)와 손발을 맞추며 이같은 내용을 담은 상품을 1년 넘게 준비했다. 카카오뱅크에서 5년 전 비대면 전세대출 상품을 기획·운영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각각 IBK기업은행과 농협은행에서 여신업무를 담당했던 전통은행원 출신이기도 하다.
‘빌라왕’ 사태에서 보증금 돌려받기가 금리·한도보다 더 중요하다 깨달아
“처음 상품을 만들 땐 ‘한도와 금리가 제일 중요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빌라왕’ 사태가 터지면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깨닫고 전략적으로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박신건 PO)
토스뱅크가 전세대출 상품 출시를 준비하던 지난해엔 깡통전세로 인해 세입자가 줄줄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빌라왕 사태’가 터지면서 전세사기에 대한 사회적인 불안감이 커진 시기였다. 2021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토스뱅크가 은행 설립 약 2년이 지나서야 전세대출을 출시하게 된 배경도 이 같은 전세사기 불안감을 줄일 상품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초로 반환보증을 덧붙인 전세대출은 이렇게 시작됐다.
실제 토스뱅크 내에서도 전세사기의 불안은 지울 수 없었다. 집이 경매로 넘어간 사내 개발자부터,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직원까지 여신을 담당하는 박 PO와 조 매니저에겐 늘 질문이 쏟아졌다고 한다. 조 매니저는 “다른 은행에서 일할 때부터 비대면 주담대에서 보증보험을 바로 가입하고 싶다는 고객의 수요는 늘 있었다”며 “실질적으로 전세사기에 당한 직원들을 도와주다보니 꼭 보증보험 가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전략을 수립한 이후 결과물이 쉽게 나오는 건 아니었다. 토스뱅크는 타 기관 대비 보증료가 최대 6분의 1까지 저렴한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 보증상품에 눈이 갔지만, 주금공은 대면 대출에만 보증상품을 지원하고 인터넷은행의 비대면 대출은 지원하고 있지 않았다.
박 PO는 “설득을 통해 대면 대출상품에만 적용되던 보증상품을 비대면에서도 할 수 있도록 주금공의 규정을 바꿨다”며 “매일같이 통화하고 한 달에 한 두 번씩 부산에 위치한 주금공에 찾아간 결과 토스뱅크의 ‘전세지킴보증’이 탄생한 것”이라고 했다. 마침 비대면 전세대출 상품까지 진출하고 싶어하던 주금공의 니즈와도 맞아 떨어졌다.
그는 이어 “고객들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를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그 이상의 프로세스를 요구할 것이고, 그래서 두 곳보다 무조건 좋아야 된다는 압박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자녀 전세대출’ 인기 많아 고무적…최저금리 위해 비용 최소화 작업
토스뱅크 전세대출 상품은 ▷일반 ▷청년 ▷다자녀로 크게 세 가지 상품이 있는데, 세 상품 모두 비슷한 비율로 신청되고 있다. 특히 보증료 할인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다자녀 전세대출’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많아 토스뱅크 내에서 고무적으로 본다.
조 매니저는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미성년 다자녀 가구는 전체 가구의 약 45%에 해당한다”며 “지난 8월 ‘다자녀’의 기준이 자녀 3명에서 2명으로 변경되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들도 운 좋게 늘어났다. 자영업을 운영하거나 연봉이 적은 다자녀 가구도 토스뱅크를 이용하면 높은 한도에 보증료율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출 금리 역시 경쟁력이 있다. 14일 기준 토스뱅크의 전월세보증금대출 최저금리는 3.32%로 카카오뱅크(3.361%), 케이뱅크(3.66%)보다 저렴하다. 박 PO는 “금리가 지금 수준으로 계속될 거란 장담은 할 수 없다”면서도 “더 많은 대출 과정 자동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더 낮은 금리를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토스뱅크는 대출 과정의 효율화를 통해, 전세대출 서류 심사 과정에서의 인력을 줄이는 대신 서류 스크래핑 양을 경쟁사 대비 대폭 늘렸다. 또 각 지자체에서 발급받아야 하는 ‘주택 임대차 계약 신고필증’도 국내 226개 시군구 홈페이지를 자동 스크래핑 하는데 성공했다.
조 매니저는 “이를 통해 고객은 지자체 홈페이지를 방문하지 않아도 되고, 은행은 고객에 전화안내를 하지 않아도 돼 그만큼의 비용을 소비자 혜택으로 돌려드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토스뱅크는 사후관리를 위해 전세대출의 연체율 관리도 이어갈 방침이다. 박 PO는 “청년 전세대출은 100% 보증상품을 통해 부담 없이 주거를 해결해주기 위해 만든 상품이지만, 또 너무 무차별하게 대출을 해줘 연체율이 높아졌다는 오명도 쓰고 있다”며 “하지만 내부 리스크 팀에서 다른 은행에서 발생한 사례를 분석했고, 내부 툴도 만들어놨다. 주금공 역시 청년 전세를 심사하는 시스템을 많이 업그레이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