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 24시간 무인매장 ‘프레딧샵’ 2호점 가보니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사람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핫플레이스’가 아닌 ‘당신의 집 앞’으로 간다. 그런데 편의점은 아니다. 매장 내부에는 의자가, 밖에는 벤치가 있어 누구든 앉았다 쉬고 갈 수 있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자리한 hy의 24시간 무인매장 ‘프레딧샵’ 2호점 동자점은 건물이 아닌 고객의 일상에 ‘입점’한 느낌을 줬다.
프레딧샵은 지난해 9월부터 hy가 운영하기 시작한 24시간 무인매장의 이름이다. 1만명이 넘는 프레시 매니저(옛 야구르트 아줌마)를 활용한 자사몰 ‘프레딧몰’을 세상 밖으로 꺼낸 오프라인 매장이다. hy는 지난해 9월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1호점 양천점을 연 뒤 올해 4월 2호점 동자점을 열어 운영 중이다.
매장에서 우선 보이는 것은 음료가 아닌 각종 생활용품이었다. 식품회사로 알려진 hy가 유통회사로 변하고 있음이 보여지는 대목이다. 자사 제품이 아닌 CJ제일제당이나 유기농기업의 제품도 다수 보였다. 매장의 오른쪽에는 음료와 식품은 물론 스낵, 반려동물 용품, 화장품, 주방용품까지 팔고 있었다. 매장의 좌측은 밀키트를 비롯한 hy의 대표 음료를 포함한 식품들이 집중적으로 진열돼 있었다.
이곳이 일반 편의점과 다른 점은 프레딧몰에서 온라인 평점이 제품마다 표기돼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프레시 매니저 추천(FM PICK) ‘맛능한알육수’ 상품의 가격표에는 2803개 리뷰가 달린 평점 4.9(만점 5.0)를 받은 제품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무인매장이라는 판매 형태를 고려한 부분이기도 하다. 제품에 대한 직접적 설명을 해 줄 이가 없어서다. 매장 곳곳에는 영상광고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hy 관계자는 “프레딧샵은 온라인몰에서만 구매할 수 있었던 제품을 고객이 직접 보고 만져보며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온라인의 후기를 알려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판단해 평점이 표기돼 있다”고 설명했다.
프레딧샵 1·2호점은 모두 30~40대를 주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접근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1호점의 경우 ‘학원가’로 유명한 목동 지역을 중심으로 초중고 학부모를 둔 30~40대 여성 주부가 타깃이다. 이들이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반면 2호점은 후암동에 많은, 혼자 사는 30~40대 1인 가구에 초점을 맞췄다.
2호점은 1호점과 달리 홀로 사는 1인 소비자의 매장 체류 시간이 길어지도록 ‘제철밥상’ 등 건강식·채식 관련 서적을 배치해 두고 있다. 건강과 관련된 가치를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형태이다.
또 숍인숍 형태로 베이커리를 입점시켜 평일 오후 시간대에 운영한다. 입점 베이커리인 보키친 관계자는 “무인매장이 낯선 어르신도 많이 오신다. 빵을 사면서도 이 공간(프레딧샵)에 대해 많이 물어보신다”며 “온라인에서 보던 제품을 찾으시는 분도 보인다”고 전했다.
편의성만큼이나 친근함에도 신경을 썼다. 사람이 없더라도 개인적 시간을 보내거나 매장 안으로 들어오지 않아도 동네 주민이 앉았다 갈 수 있는 공간을 외부에 만들어 놓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실제 hy는 창립 52년 만인 2021년부터 한국야구르트라는 사명을 버리고, 다양한 사업을 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프레시 매니저도 이제 ‘움직이는 1인 물류센터’을 자처하고 있다. 신용카드부터 지역 특산물까지 배달하는 품목들도 크게 확대됐다.
이런 변화 속 시대의 특징을 반영해 생긴 24시간 무인매장이면서도, 곳곳에서 소비자를 신경 쓰는 세심함이 느껴졌다. 돈을 내지 않아도 앉았다 갈 수 있는, 반려동물도 입장 가능한 24시간 열린 공간이라는 점은 hy가 음료 배달이란 비즈니스를 수십 년 동안 지속해 오며 과거 소비자와 맺었던 ‘친근함’이라는 연결고리를 놓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무인매장의 관리는 누가 할까. 동자점의 경우 프레시 매니저가 2주 간격으로 돌아가며 청소나 배열 등을 담당한다. 프레딧샵은 해당 지역의 hy 영업점과 사실상 붙어 있는데 해당 기간 동안 판매된 제품 수수료는 관리를 담당한 프레시 매니저에게 돌아가는 구조로 운영된다.
매출의 경우 운영 4개월차인 8월 기준 1호점에 비해 5~10% 이상 많은 수준이라고 한다. hy 관계자는 “프레딧샵은 주 목적이 매출이라기 보다는 온라인 전용 상품을 오프라인에 선보이면서 ‘프레딧’이라는 hy의 플랫폼 자체를 알리는 일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