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초대형 해상풍력 프로젝트’ 가동
“동해 해저케이블 효과 LS전선 수혜 전망”
굵직한 수주로 ‘유럽 빅3’ 틈새서 존재감↑
대한전선도 해저케이블 투자 성과 가시화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신재생에너지 중 하나인 해상풍력발전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연관 산업으로 꼽히는 해저케이블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해저케이블은 심해에 매설되기 때문에 고난도 기술력이 요구된다. 현재 소수의 글로벌 기업이 전체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이며, LS전선과 대한전선 등 국내 전선업계는 ‘미래 먹거리’인 이 시장 공략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최근 2028~2029년도 해상풍력발전 사업 관련 개발사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내년 1월 입찰을 실시해 같은해 4월말에 선정 결과가 나올 예정이며, 이달 말까지 구체적인 선정 기준이 발표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만 정부가 주도하는 이번 해상풍력발전 사업은 전체 개발용량이 최대 3.67GW(기가와트)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통상적으로 1GW는 원전 1기의 발전 용량에 해당한다. 대만과 가까운 국내(강원 동해시)에 해저케이블 공장을 보유한 LS전선이 이번 프로젝트 관련 해저케이블 수주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상풍력발전은 태양광에 비해 단위면적당 발전량이 더 크고, 터빈을 대형화 할 수 있어 발전단가가 계속 내려가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바다에 설치된 풍력 발전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육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해저케이블이 반드시 필요하며, 해상풍력발전 단지 건설에 소요되는 비용의 약 25%를 해저케이블이 차지할 정도로 그 중요성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전선업계에서는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 규모가 지난 2021년 23억 달러(약 3조원)에서 오는 2025년 45억 달러(약 6조원)까지 2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추산한다. 글로벌 해상풍력시장 역시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2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블루오션이다.
높은 성장세에 여러 기업들의 도전이 예상되지만, 해저케이블은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군으로도 꼽힌다. 심해의 강한 압력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지중케이블에 비해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한 번이라도 고장이 날 경우 복구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며, 발주처가 요구하는 품질 기준도 까다롭다.
현재 유럽의 ‘빅3’인 프리즈미안(이탈리아), 넥상스(프랑스), NKT(덴마크)를 비롯해 일본의 스미토모, 그리고 한국의 LS전선이 글로벌 시장의 8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구체적인 점유율 수치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LS전선은 세계 4위권으로 분석된다. 이들 기업들은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인 525㎸급의 해저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을 보유 중이다.
국내에서는 LS전선이 글로벌 강자들과 정면승부를 펼치고 있다. 지난 5월 유럽 북해 해상풍력단지를 육지와 잇는 2조원대 규모의 HVDC 해저케이블 사업을 수주한 것은 상징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유럽의 까다로운 기준에 맞췄다는 점에서 해당 지역에서 향후 입지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LS전선은 지난 2008년 강원 동해시에 국내 최초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한 이후 지금까지 약 7000억원을 해저케이블 사업에 투입한 바 있다. 지난 5월 이 지역에 아시아 최대 규모인 HVDC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해저4동)을 준공했고, 최근에는 1555억원을 추가 투입해 해저케이블 설비 인프라 확장에 나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여기에 LS마린솔루션(옛 KT서브마린) 인수를 지난달 완료하고, 해저케이블 전문 시공 역량을 강화한 점도 주목된다. LS전선 관계자는 “이번 인수로 해저 시공 역량을 강화하고, 해저케이블의 생산부터 시공까지 턴키(설계·시공 일괄진행) 공급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대한전선도 해저케이블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상황이다. 대한전선은 지난달 세계 최고 수준의 지중 HVDC 전선 개발에 성공했고, 해저 HVDC 케이블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충남 당진에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올해 말 준공이 이뤄지면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한전선 측은 “공장이 준공되면 곧바로 HVDC 해저케이블 시스템 개발 및 인증을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급성장이 예고된 미국 풍력발전 시장을 놓고 글로벌 전선기업들의 각축전도 거세질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10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30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첨단생산세액공제(AMPC)를 통해 풍력발전 설치량 1㎿당 최대 3만 달러(약 4000만 달러)의 세액공제 및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넥상스는 미국에 해저케이블 생산공장을 이미 보유하고 있으며, 프리즈미안도 현지에 신규 공장을 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전선업체가 전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 역시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투자를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