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금리 상승에 대출자 이자 부담은 증가 전망
“가계부채, 소비·투자 억제해 성장 방해”
한은 ‘강력한 억제 조치’ 예고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한국은행이 5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긴축 사이클을 마무리하고 금리 인하에 나설 시점을 예측하기란 어렵다. 당장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로 불어나면서 금융 불안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연속된 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인 입장을 유지하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유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이번 동결 역시 ‘긴축적 동결’로 읽히고 있다.
기준금리 멈췄지만 대출금리 오른다
24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대출은 전분기 말 대비 10조1000억원 증가한 1748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택담보대출이 1031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한 영향이다. 주택담보대출 증가폭(14조1000억원)은 1분기(4조5000억원)의 3배를 넘는 수준이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대출금리 인상 여파로 1월 4조6755억원, 2월 2조7561억원, 3월 7109억원씩 감소하다가 4월부터 반등했다. 7월 주택담보대출은 전월보다 6조원 늘어난 820조8000억원으로 5개월 연속 증가세다. 7월 증가폭(6조원)은 2021년 9월(6조4000억원) 이후 22개월 만에 최고치다.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증가세가 둔화되는 흐름을 보였지만, 정부가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차주 부담을 우려해 은행 대출금리 인상 자제를 주문하고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규제·세제 완화 정책을 펴면서 2분기 들어 급증했다.
문제는 최근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은행 대출 금리가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 국채금리는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면서 연방준비제도(Fed)가 장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7년(4.35%)까지 치솟았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낮은 한국 채권도 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실제 주택담보대출 고정(혼합형) 금리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7일 4.41%까지 오르며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자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상승하면서 이자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한은은 이에 가계부채 급증 상황을 인정하고 억제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2일 국회 기재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부동산이 연착륙하자 사람들 사이에서 ‘부동산 가격 더 안 떨어진다’는 심리가 퍼져 가계대출을 받으려는 유인이 늘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주말마다 추경호 부총리가 주관하는 회의에서 가계부채가 늘어나지 않도록 강력하게 미시적·거시적 조치를 해야한다고 했다”며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계부채 걱정만 할 수 없지만…금리 올리기 어려워”
가계부채 급증에도 추가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기란 쉽지 않다. 특히 경기 반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실물경제 위축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국내경제는 소비 회복세가 주춤하는 등 성장세 개선 흐름이 다소 완만해진 모습”이라며 “고용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황이지만 경기둔화 영향 등으로 취업자수 증가 규모가 점차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우리나라 실물 경제 상황이 나쁘고 중국 시장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환율이나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의 효과는 단기에 그쳐 실익이 없는 반면 부작용은 더 클 것"이라며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문제가 터지거나 내수와 수출이 다 죽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